연극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먼저 20대, 아직은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사랑하는 커플. ‘이대로’가 술과 게임에 푹 빠져 사는 것이 불만인 ‘한순정’(순정역을 맡은 배우가 내 지인의 딸이었다). ‘순정’은 어느 날 ‘대로’가 낯선 여자와 산부인과에 가는 장면을 목격한 얘길 친구에게 듣게 되고 이로 인해 둘은 서로 다툰다. ‘대로’는 친구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대신 동행하게 됐다고 말하지만 순정은 이해하지 않는다. ‘대로’ 또한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정’이 싫어지고 둘은 헤어진다.
다음 30대, ‘한백수’와 ‘배신혜’는 대학시절 만나게 된 선후배 커플. ‘한백수’는 대학 졸업 후 몇 년 동안 취직을 못한 ‘백수’다. 둘은 사랑하지만 맞선을 볼 것을 종용하는 부모님 성화에 ‘배신혜’는 맞선을 보게 되고, 결국 둘은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배신혜’는 맞선 본 남자와 결혼을 한다.
마지막 40대, 만년과장인 ‘박부장’과 100원조차 아까워서 벌벌 떠는 그의 아내 ‘백원해’. 적은 생활비로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며 살아온 그녀는 집안일에 도통 관심이 없는 남편이 늘 불만이다. 20년을 살아온 부부에게는 사랑보다는 서로의 흠집만 눈에 보인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된 이들은 아주 사소한 일들로 부딪치고 싸우게 된다.
그저 시답잖은 이야기꺼리로 치부될 수 있지만 이 연극이 내게 던진 메시지는 매우 의미가 컸다. 그것은 바로 사랑은 서로 다른 차이점을 인정하고 이해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연극을 보고 나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인정해야 하고, 또 인정하려면 이해를 해야 하고, 이해(Under standing=Under+Standing)를 하려면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 나름대로의 인간관계론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최근 외식업계에 새로 영입됐던 대기업 출신 고급인력들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이별’하는 현상과 관련해 외식업계 CEO들과 대기업 출신자들이 이 연극을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난 8월에 ‘주목받는 외식업계 외인구단’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외식과 전혀 무관한 대기업 출신의 임원급이 외식업계에 속속 유입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칼럼 말미에 ‘이제 관심거리는 이들이 외식업계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에 있다. 이들 외부 전문가들이 제대로 정착한다면 한 단계 성숙된 산업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외식업계가 우물 안을 벗어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그 칼럼을 쓴지 3개월이 지난 지금, 그 때 칼럼에 등장시켰던 ‘외인구단’ 4명 중 3명이 해당 업체를 떠났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정희련 사장과 제너시스BBQ의 윤형식 사장, 그리고 원앤원의 나병환 이사다. 태창가족의 신현호 경영고문만이 온전하게 근무하고 있다. 그만둔 이들이 왜 정착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는지 나름대로 파악은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연극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던져준 메시지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입장에서는 금성에서 온 여자가 외계인이고, 금성에서 온 여자 입장에서는 화성에서 온 남자가 외계인일 것이다. 기존의 외식업계 종사자들 입장에서는 외식에 경험이 전혀 없는 대기업 출신 임원들이 외계인처럼 느껴졌을 테고, 잘 나가는 대기업에서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구멍가게 같은 외식업계의 CEO나 종사자들이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수 십 년씩 내로라는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정할 부분은 인정을 했어야 했다. 거꾸로 대기업 출신들도 잘난 척만 할 것이 아니라 초보단계에 있는 외식산업과 기업현실에 맞게 처신을 하고 스스로 지혜롭게 적응을 했어야 했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찰떡궁합을 이룰 그날을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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