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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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30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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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2007년 한해도 달력 1장을 남겨둔 11월 말, 뜻하지 않게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구경했다. 지인의 딸이 배우로 등장하는 연극이라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보게 됐다. 원래는 연극을 좋아하지만 대학로까지 진출하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 그것도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연극은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의 표현방식이 서로 다른 남녀간의 사랑과 삶을 다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였다.

연극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먼저 20대, 아직은 아무런 조건 없이 그저 사랑하는 커플. ‘이대로’가 술과 게임에 푹 빠져 사는 것이 불만인 ‘한순정’(순정역을 맡은 배우가 내 지인의 딸이었다). ‘순정’은 어느 날 ‘대로’가 낯선 여자와 산부인과에 가는 장면을 목격한 얘길 친구에게 듣게 되고 이로 인해 둘은 서로 다툰다. ‘대로’는 친구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대신 동행하게 됐다고 말하지만 순정은 이해하지 않는다. ‘대로’ 또한 받아들이지 못하는 ‘순정’이 싫어지고 둘은 헤어진다.

다음 30대, ‘한백수’와 ‘배신혜’는 대학시절 만나게 된 선후배 커플. ‘한백수’는 대학 졸업 후 몇 년 동안 취직을 못한 ‘백수’다. 둘은 사랑하지만 맞선을 볼 것을 종용하는 부모님 성화에 ‘배신혜’는 맞선을 보게 되고, 결국 둘은 가슴 아픈 이별을 하고 ‘배신혜’는 맞선 본 남자와 결혼을 한다.

마지막 40대, 만년과장인 ‘박부장’과 100원조차 아까워서 벌벌 떠는 그의 아내 ‘백원해’. 적은 생활비로 어렵게 살림을 꾸려가며 살아온 그녀는 집안일에 도통 관심이 없는 남편이 늘 불만이다. 20년을 살아온 부부에게는 사랑보다는 서로의 흠집만 눈에 보인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된 이들은 아주 사소한 일들로 부딪치고 싸우게 된다.

그저 시답잖은 이야기꺼리로 치부될 수 있지만 이 연극이 내게 던진 메시지는 매우 의미가 컸다. 그것은 바로 사랑은 서로 다른 차이점을 인정하고 이해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연극을 보고 나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인정해야 하고, 또 인정하려면 이해를 해야 하고, 이해(Under standing=Under+Standing)를 하려면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 나름대로의 인간관계론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최근 외식업계에 새로 영입됐던 대기업 출신 고급인력들이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이별’하는 현상과 관련해 외식업계 CEO들과 대기업 출신자들이 이 연극을 한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난 8월에 ‘주목받는 외식업계 외인구단’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외식과 전혀 무관한 대기업 출신의 임원급이 외식업계에 속속 유입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칼럼 말미에 ‘이제 관심거리는 이들이 외식업계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에 있다. 이들 외부 전문가들이 제대로 정착한다면 한 단계 성숙된 산업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외식업계가 우물 안을 벗어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그 칼럼을 쓴지 3개월이 지난 지금, 그 때 칼럼에 등장시켰던 ‘외인구단’ 4명 중 3명이 해당 업체를 떠났다.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정희련 사장과 제너시스BBQ의 윤형식 사장, 그리고 원앤원의 나병환 이사다. 태창가족의 신현호 경영고문만이 온전하게 근무하고 있다. 그만둔 이들이 왜 정착하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는지 나름대로 파악은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연극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던져준 메시지와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입장에서는 금성에서 온 여자가 외계인이고, 금성에서 온 여자 입장에서는 화성에서 온 남자가 외계인일 것이다. 기존의 외식업계 종사자들 입장에서는 외식에 경험이 전혀 없는 대기업 출신 임원들이 외계인처럼 느껴졌을 테고, 잘 나가는 대기업에서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구멍가게 같은 외식업계의 CEO나 종사자들이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수 십 년씩 내로라는 대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정할 부분은 인정을 했어야 했다. 거꾸로 대기업 출신들도 잘난 척만 할 것이 아니라 초보단계에 있는 외식산업과 기업현실에 맞게 처신을 하고 스스로 지혜롭게 적응을 했어야 했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찰떡궁합을 이룰 그날을 학수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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