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걸음이 천리를 갑니다”
“소걸음이 천리를 갑니다”
  • 김병조
  • 승인 2007.11.30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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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김家네 김용만 대표
대담 김병조 편집위원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대학로에 10평 남짓한 ‘즉석김밥집’ 하나가 문을 열었다. 깔끔한 인테리어는 필시 카페를 연상시켰다. 나오는 김밥의 종류도 여타 김밥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다양하고, 주방이 아닌 쇼윈도에서 김밥을 만든다는 것이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다.
이 예사롭지 않은 김밥집은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체인점을 내고 싶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이 조그만 김밥집은 전국 430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대한민국 대표 김밥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김밥집의 놀라운 성공을 일궈낸 주인공 (주)김家네 김용만 대표를 만나봤다.

“김밥으로 프랜차이즈를 할 줄 누가 알았습니까?”
사업적으로 성공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덕목중의 하나가 통찰력이다. 김밥이란 아이템은 지극히 평범한 아이템이다. 그는 평범한 아이템을 비범하게 만들어냈다.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만든 것은 김용만 대표의 통찰력 덕택이다.

사업에 대한 통찰력은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는 1987년 외식업계에 입문한 이래 한 우물만을 파면서 외식업에 대한 안목을 키워나갔다.
미국인들은 부자가 되려면 ‘길거리지식(street knowledge)’이라고 부르는 총체적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지식은 대기업 같은 큰 조직안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면서 익혀나가는 것이다. 김 대표는 주점, 치킨가맹점 등을 운영해 나가면서 이런 안목들을 넓혀 나가기 시작했다.

“잘되던 주점을 주변상황으로 인해 접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 한 치킨브랜드의 가맹점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4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됐죠. 그 자리에다 다시 분식점을 열었는데 이 또한 몇 개월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러나 이때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상권이 아무리 좋아도 브랜드가 안 맞으면 못한다’는 교훈이었습니다.”

그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밑천삼아 재도약을 꿈꿨다. 아내와 전국을 돌며 맛있다는 집은 죄다 찾아다녔다. 이렇게 몸으로 부딪히며 얻은 것이 지금의 (주)김가네의 근간이 됐다.

철저한 관리와 재투자가 FC업계 살아남은 비결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기업의 평균수명이 2년여라고 말한다. 그렇듯 부침이 심한 곳이 바로 프랜차이즈 시장이다. (주)김家네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김 대표는 “철저한 관리와 재투자가 김가네의 장수 비결”이라고 말한다.

현재 430여 개 가맹점 가운데 50%이상이 5년이상이 된 장수가맹점들이다. 이만큼 브랜드 충성도가 크다. 저가정책으로 나오는 후발주자들의 난립에도 김家네는 정상의 브랜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서울시내에 8년 이상 김家네 김밥을 꾸준히 팔고 있는 가맹점도 30여 곳에 이른다.

본사 입장에서만 생각해서 가맹사업을 전개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가맹점을 운영할 수 도 있었다. 그러나 가맹점을 무작정 늘린다면 본사의 수입은 높아질지 몰라도 관리의 한계가 오게 된다. 김 대표는 본사 매출만 생각한다면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가맹점도 열 수 있었겠지만 가맹점이 잘돼야 본사도 산다는 생각에서 점포 확장을 자제해왔다.

“서울시내 한 구(區)에 10개 가맹점이 들어가면 딱 맞아요. 서울 25개구 전체로 보면 250개 가맹점이 되겠죠. 10개 기준으로 봐서 이보다 더 들어가면 상권보호가 안 돼 제살 깎아 먹는 꼴이 되죠.”

이런 원칙으로 운영하다 보니 가맹점은 본사에 대한 신뢰가 높다. 김 대표의 원칙은 또 있다. 식자재는 무조건 국산품, 정품, 최상급만 쓴다는 것이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식자재의 품질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맛을 느끼는 것은 누구나 같다’라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 땅에서 나온 우리농산물로 프랜차이즈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18개 가맹점당 물류 탑차 1대를 뽑아내는 것도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서다. 서울 본사에만도 21대의 물류탑차가 서울 근교, 경기도 일부, 원주까지 책임을 진다. 매일 새벽 본사 정문을 출발하여 오후 2~3시면 물류 배송이 모두 끝난다.

김가네가 10년 이상 탄탄대로를 이어올 수 있었던 장수비결은 이렇듯 튼실한 관리를 들 수 있다. 영업, 교육강사(맛), 수퍼바이저 등이 가맹 점주들의 편의를 돕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30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家네 본사의 직원은 100명이 넘는다. 100여개 가맹점을 10명 남짓한 직원들이 관리하는 본사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김家네가 가맹점 관리에 얼만큼 신경을 쓰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김 대표는 “김家네의 ‘김’자는 제 이름을 걸고 좋은 품질의 메뉴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이며, ‘家’자는 집에서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것처럼 정성과 사랑이 가득담긴 음식을 제공해 드리고자 하는 김가네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김家네 본사는 본사 100% 물류로 맛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번 인연 맺으면 끝까지 가는 의리파
김 대표는 주변에 사람들이 많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체육계 유명인사들과의 친분도 두터운 편이고, 각계각층의 두터운 인맥을 쌓고 있다. 그는 현재 (사)한국프랜차이즈협회의 수석부회장이기도 하고 얼마 전까지는 라이온스 클럽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한 달 공식모임만도 십여 건이다. 주변사람들은 그를 ‘한번 인연 맺으면 끝까지 가는 의리파’라고 말한다. 두터운 인맥은 이런 성격 덕택이다.

“저는 인복이 있는 것 같아요. 주점을 하던 당시 건물주인이 있었는데 저를 아들같이 아껴주셨죠. 저도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그분을 아버지처럼 모셨습니다.”

유난히 장수가맹점이 많은 것도 그의 이런 성격 때문이 아닐까.
김 대표는 창업자 자신이 곧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많은 창업자는 흔히 프랜차이즈의 관리와 브랜드에 기대기를 원한다. 하지만 창업자가 일상적으로 고객을 대하고 경영을 하는 모든 순간이야말로 브랜드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사람들은 창업자를 한명의 인간이 아닌 기업과 가맹점의 경영주로 바라본다”며 “한순간의 실수가 기업의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창업자가 머무는 모든 순간이 곧 홍보의 연장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김용만 대표는 김家네에 이어 ‘쭈家네’라는 쭈꾸미전문점을 론칭하고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돌입했다. 사업개시 13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에 직영점을 오픈하고 몇 번의 시험영업을 한 뒤 올 6월에서야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돌입했다. 김 대표의 쭈家네 론칭에 업계 사람들은 다소 놀란 눈치였다. 당시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것은 쇠고기 전문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당시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전했다.

“창업은 결코 서둘러서 되는 일이 아니다. 천천히 가되, 정확히 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물론 소고기 브랜드가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큰 실패 역시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내 가족과 전 재산을 거는 사업에서 그런 모험을 할 수 있는가. 중요한 것은 기초가 튼튼한, 그래서 서둘러 가지 않아도 되는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다. 창업자들이 바로 알아야 할 점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 기초가 튼튼해진다는 것이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있다. 소걸음이 천리를 간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김 대표의 사업 철학의 핵심이다.

토종브랜드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고자
김家네는 2005년 12월 제10회 한국유통대상 프랜차이즈 부문 산업자원부장관상 수상, 제7회 한국프랜차이즈대상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표창 수상.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7년 연속 한국프랜차이즈 우수브랜드 대상 수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국내에서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김밥전문점 브랜드로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김 대표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김家네가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김가네는 얼마 전 중국 북경 왕징과 오다구에 매장을 오픈했다. 또 캐나다와 미국에도 점포를 낼 계획이다. 그는 중국에 점포를 운영하면서 김밥이 글로벌경쟁력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당분간 주 고객층은 한국 유학생들이나 교포가 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현지인들에게도 어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또한 소걸음처럼 신중하고 정확하게 짚어가며 천천히 갈 생각이다.

또한 (사)한국프랜차이즈협회의 수석부회장으로의 역할도 게을리 하지 않아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대표는 최근 가맹사업법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업계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맹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공감은 하지만 그것이 너무 대기업위주로 짜져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며 “소규모의 건실한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규제에 차등이 있었으면 한다”고 수석부회장으로서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용만 대표는 우람한 체격과 무뚝뚝한 표정으로 자칫 ‘어려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그러나 직접 만나본 김 대표는 누구보다 정이 깊은 사람이고 식지 않는 열정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의 열정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의 밀알이 되길 기대해본다.

정리 이시종 기자 l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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