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과 햄버거, 막걸리와 와인
김밥과 햄버거, 막걸리와 와인
  • 관리자
  • 승인 2007.12.14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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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산을 좋아하는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연속으로 등산을 한다. 등산을 할 때 빼지 않고 먹는 음식이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이 김밥과 막걸리다. 산에 올라가서 간단하게 요기를 할 음식으로 김밥만큼 편리한 음식이 없고, 산에서 내려와 일행과 간단한 뒤풀이를 할 때 마시는 막걸리는 나에게 최고의 행복감을 안겨준다.

얼마 전의 일이다. 등산로 입구에서 김밥을 사려고 김밥집을 찾는데 ‘대학로 김가네 김밥’집이 눈에 띄었다. 평소 신문 마감하는 날 바쁘다보면 식당까지 가서 밥 먹는 시간조차 아까워 직원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김가네 김밥을 주문해 먹어 본 경험으로 볼 때 그 집 김밥이 참 맛있더라는 생각이 들어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열심히 즉석에서 김밥을 말고 있고, 등산복 차림의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풍경이다.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기에 결국 발걸음을 돌려 일반 마트에서 파는 김밥으로 대신해야 했다.

물론 김밥 하면 집에서 만들어 먹는 김밥이 가장 맛있겠지만 김〕?김밥 또한 그에 못지않다. 이유는 뭘까. 재료의 차이다. 최근 우후죽순 생겨난 즉석김밥집들이 김밥 한 줄에 1000원을 받으면서 김밥을 싸구려 식품으로 전락시키기도 했지만 김가네 김밥은 그들 김밥과는 다르다. 싸구려 김밥의 경우 심지어 중국산 찐쌀로 만든 밥을 사용하는 업체까지 있다. 그러나 김가네 김밥은 한 줄에 들어가는 김밥의 모든 원료를 100% 국산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김밥용 밥은 전라북도 정읍에서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되는 쌀을 사용하고 있다.

김가네 김밥의 전국 매장 400여 곳에서 한 달에 소비되는 쌀 소비량이 무려 200t 가량이나 된다고 한다. 연간으로 따지면 2400t 가량의 우리 쌀을 김가네 김밥에서 소비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의 가맹점이 1000 개로 늘어난다고 가정한다면 연간 우리 쌀 소비량은 6000t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편리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면서 우리 농업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닐 수 없다.

막걸리의 경우는 어떤가.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100% 경기미를 사용해 만든 ‘참살이 탁주’라는 막걸리를 제조하는 (주)참살이L&F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참살이 탁주 1병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경기미는 211g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일반 소매유통 채널 확보가 쉽지가 않아서 ‘뚝탁’이라는 주점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참살이 탁주를 판매하고 있는데 가맹점이 300개가 되면 연간 5000t의 경기미가 소비된다는 수치를 내놓았다.

등산을 할 때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서울 탁주’ ‘장수 막걸리’ 등을 주로 마시지만 명품 막걸리 ‘참살이 탁주’를 마시고 싶어 가끔 ‘뚝탁’에 가보면 놀라운 진풍경을 발견한다. 20대의 젊은 여성 고객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식품인 김밥과 막걸리에 대칭되는 서양식 음식이 햄버거와 와인이다. 김밥과 햄버거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이고, 막걸리와 와인은 기호식품의 대명사이다. 주요 소비계층 또한 겹친다. 따라서 햄버거 대신 김밥을 먹게 하고, 와인 대신 막걸리를 마시게 하는 것은 제조회사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싸구려 중국산 찐쌀을 사용한 김밥이나 값싼 수입산 쌀이나 밀가루로 만든 막걸리가 판을 치고 있는 이상 소비자는 김밥 대신 햄버거, 막걸리 대신 와인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식품업체들이 우수한 국산 농축수산물을 원료로 만든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가공식품업체들까지 쌀을 이용한 제품을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11월 5일자 신문에 인터뷰를 통해 보도한 바 있지만 일본 큐슈대학 농대 대학원 이토 쇼이치 교수는 “쌀의 위기는 곧 아시아의 위기”라면서 아시아 국가들에서 쌀의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 적이 있다.

세계는 지금 곡물가격 급등으로 식량난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곡물은 쌀과 밀, 콩, 옥수수 등이다. 그 중에서 쌀은 아시아권 국가들이 가장 많이 생산하고 소비도 가장 많이 하는 곡물이다. 우리의 전통 식생활은 쌀에 근간을 두고 있다는 말이다. 국산 쌀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의 개발과 소비, 그것이 곧 국제 곡물가 급등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사실을 업체는 물론 소비湄湧?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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