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이미지 & 징크스
음식의 이미지 & 징크스
  • 관리자
  • 승인 2008.01.0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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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종 문 전주대 문화관광대 학장
프로 선수들의 최대목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서 높은 연봉과 다년계약 등의 유리한 계약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시즌 내내 뛰어도 끄떡없는 건강유지와 체력관리에 잔뜩 공을 들이고 있거니와 이른바 '묻지마 보신파' 스타들이 프로 스포츠계에 유난히 많은 이유다.

중고생 시절부터 매년 수십 마리의 뱀을 먹었다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프로농구 팀의 감독, 녹각과 더덕 등 5, 6가지 한약재를 넣은 특식을 만들어 먹었다는 프로야구선수, 그리고 하루에 삶은 계란을 15개나 먹은 대형 프로야구 선수 등이 그 예다.

최고령 2백승 투수 송진우 선수의 경우

물론 스포츠스타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데 야구선수 중 최고령 선수로 꼽히는 송진우가 그 대표적 예다.

호적나이가 42세 (1966년생)이지만 실제 나이는 44세 (1964년생)인 그가 1989년부터 작년까지 19시즌을 뛰면서 세운 기록은 통산 203 승145 패145패 103세이브, 평균 자책점 3.46이고 올 한 해만 더 뛰면 20시즌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니 과연 '기록의 사나이', '살아 있는 전설' 답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체력관리를 위해 특별히 보양식을 먹지 않는다. 된장과 장아찌, 시래기 등 전통 음식과 해산물을 즐긴다니 그야말로 평범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미역국과 닭고기만큼은 먹지 않는다. 투수인 그가 마운드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고단백 음식인 닭고기마저 먹지 않는다는 사실은 의외다. 언젠가 그의 둘째 아이가 닭고기가 먹고 싶다고 보채는 바람에 등판 전날(당시 원정) 전화로 허락을 해 주었는데 결국 패전투수가 됐다. 그 이후에는 아이들도 닭고기 소리를 안 한다고 한다. 닭고기뿐 아니라 계란 요리도 안 먹는다니 프로선수에게 패배는 또 얼마나 가혹한 운명인가.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장수비결이 닭고기와 미역국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지식시대, 과학시대에서 어떤 음식을 먹느냐로 승패가 결정된다고 믿는 이는 아무도 없을 뿐 더러 정작 그의 진짜 장수비결은 딴 데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우나를 할 때 온몸을 담그지만 공을 던질 때 쓰는 왼손 검지와 중지만은 물 밖으로 내놓는다고 한다. 손에 박힌 굳은살이 '허물어질까 봐' 라는 게 그 이유인데 얼마나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까 한다.(이상 uni@donga.com, 일간스포츠 2006-08-23 마이데일리 2007.12.27 등 참조)

이미지, 징크스 개선과 전략적 선택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의 이미지와 징크스에 전혀 둔감한 것은 아니다. 이미지에 관해서는 오히려 까탈스런 편이어서 보기에 혐오스럽거나 조리방법과 과정, 그리고 먹는 방법이 다소 엽기적인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미역국, 미역무침, 미역쌈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시험 때만큼은 예외였다. 미역국을 먹으면 성적이 미끄러진다는 미신 같은 속설 때문이었다. 그 속설을 굳게 믿은 건 아니지만 뿌리칠 용기도 없었으니 따지고 보면 굳이 무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안전주의적 이기심의 산물이 아닐까 한다.

이미지와 징크스 때문에 피박을 쓴 게 미역이라면 그것 때문에 대박을 터트린 음식은 입시철만 되면 불티나게 팔렸던 엿과 찹쌀떡이다. 고교 평준화 조치 시행 이전 이른바 명문 고등학교의 정문은 학부모들이 덕지덕지 갖다 붙인 엿과 찹쌀떡으로 몸살을 앓았다. 워낙 잘 붙는데다가 한번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엿과 찹쌀떡 특유의 물성과 이미지, 그리고 그걸 먹으면 틀림없이 잘 붙는다는 미신 같은 속설 때문이었다.

음식의 이미지와 징크스는 이처럼 중요하다. 이미지와 징크스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속설을 마구 양산해 낼 뿐 아니라 소비패턴에 끼치는 영향력도 무시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음식의 이미지와 징크스에 의존해서 식생활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니 그 이미지가 친근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거나 시대감각에 뒤짐으로 인해서 소비자의 환영을 받지 못한다면 이미지개선을 위한 노력이 집중돼야 옳다. 때는 바야흐로 과학시대, 문화예술시대, 이미지 와 브랜드 시대이기 때문이다.

관련 식품회사 또는 음식기업이 관련 식품 또는 음식의 이미지 개선과 징크스의 타파에 앞장서야 하는 이유다. 소비자 입장에서 식생활의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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