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이명박 정부, 식품안전 행정체계 어떻게 할 것인가
<핫이슈> 이명박 정부, 식품안전 행정체계 어떻게 할 것인가
  • 김병조
  • 승인 2008.01.1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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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개혁을 시도할까, 차선의 선택을 할까, 그저 그런 정도로 흉내만 낼까, 아니면 원점에서 맴돌까.
이명박 정부가 식품안전 행정체계를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를 놓고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이처럼 4가지다. 현재로서는 그 어느 시나리오도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는 오리무중 상태다. 그만큼 선택이 어렵다는 의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식품산업진흥 정책과 관련해서는 농림부를 주무부처로 일원화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식품안전관리 행정체계 개편에 대해서는 쉽게 입장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를 제외한 3가지 가상 시나리오별로 장단점 등을 분석함으로써 새 정부의 정책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과감한 개혁: 농림부로 일원화
식품안전관리 업무를 농림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여론은 최근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정부 내에서도 식품산업진흥은 농림부로 일원화하고 안전관리는 ‘식품안전처’를 신설해 일원화한다는 것이 방침이었고, 이는 식품관련 행정을 ‘산업진흥’과 ‘안전관리’로 이원화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식품안전관리 업무도 농림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설득력 있는 이유들이 있다. 우선 하나는 식품안전처 신설이 사실상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서다. 그렇다면 기존의 식품안전관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식약청)와 농림부 중 어느 한쪽으로 일원화를 해야 하는데 어느 쪽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이 대목에서 농림부로 일원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는 이렇다.

첫째, Farm To Table(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생산단계의 안전관리가 중요하며, 따라서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농림부가 안전관리 전반을 책임지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과 농산물품질관리원, 수의과학검역원 등 농약과 동물약품, 인수공통전염병 및 안전제도 관리를 위한 조직과 1만 5000명에 이르는 인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900명에 불과한 식약청보다는 훨씬 효과적으로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산업진흥과 안전관리 등 식품관련 행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만 실질적인 식품산업의 진흥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산업진흥 업무와 안전관리 업무가 각각 다른 부처로 이원화 될 경우 산업진흥의 실질적인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농림부는 산업진흥을 위한 정책을 개발해 추진하는데 복지부는 반대로 과도한 규제정책을 내놓을 경우 업체들로서는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독일과 뉴질랜드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생산부처로 식품안전행정체계를 일원화하고 있는 국제적인 추세도 농림부로의 일원화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그러나 식품안전관리와 산업진흥을 같은 부처에서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생산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안전관리까지 담당할 경우 생산 위주의 정책에 무게가 실려 안전관리가 뒷전으로 밀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차선의 선택: 식품안전처 신설
식품안전처를 신설해 식품안전관리 행정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참여정부에서 결정된 방안이다. 다만 이 경우 현 식품의약품안전청을 폐지하고 의약품안전관리는 복지부 산하로 이관한다는 점에서 제약업계를 비롯한 일부 이익집단이 극렬하게 반대해 무산됐을 뿐이다.

식품안전처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개정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시도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 지목돼왔다. 식품안전처 신설은 8개 부처, 26개 법률로 분산ㆍ관리되고 있는 식품안전관리 업무를 하나의 부처로 통합ㆍ일원화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부처마다의 상이한 관리기준으로 인한 혼선과 사각지대를 없애고 체계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로서는 이 카드를 사용하기에 부담스러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명박 당선인이 부처를 기능위주로 통합하는 등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있는 마당에 새로운 부처를 신설한다는 것은 이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원회는 지난 6일 식약청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식품안전처 신설을 통한 행정일원화를 건의한 식약청에 ‘불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식품안전 행정개편의 당초 취지가 분산된 업무를 통합해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식품안전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식품안전처 신설이 그래도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또 식품안전처 신설은 새로운 행정기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식약청에서 식품과 의약품을 분리하고 식품안전관리 행정조직을 ‘청’에서 ‘처’로 승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새 정부의 방향에 역행한다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민의 먹을거리 안전관리 문제는 전담부처의 역량과 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식품안전처 신설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불가피한 선택: 복지부(식약청)로 일원화
농림부로 일원화하는 과감한 개혁이나 식품안전처 신설을 통한 일원화가 아니면 보건복지부(식약청)로의 일원화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다. 방법적으로는 기존의 분산돼 있는 식품안전관리 관련 조직과 인력을 식약청으로 통폐합해 식약청을 거대조직으로 확대개편 하는 방법과 기존의 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둔 채 식약청에 정책기능을 부여해 헤드 쿼터 역할을 하게하고 집행은 기존의 방식대로 하게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조직과 인력을 식약청으로 흡수 통합하는 것은 조직의 이질감으로 인한 갈등관계 형성이 우려되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 채택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기존의 각 부처 조직과 인력을 그대로 둔 채 식약청에 정책기능만 부여 하는 것은 현재 안고 있는 안전관리의 문제점, 즉 여러 개 부처로 분산 관리됨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의 해결이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의문시 되고 있다.

전문가 의견: 업계는 농림부로 일원화, 학계는 식품안전처 신설
그렇다면 식품안전관리 행정체계 개편에 대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본지가 이와 관련해 1월 9일 긴급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학 식품관련학과 교수 5명과 연구원과 협회 등 관련단체 전문가 5명, 그리고 매출기준으로 1위에서 10위까지의 식품제조ㆍ가공업체에서 식품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농림부로 일원화’, ‘식품안전처 신설’, ‘식약청으로의 일원화’ 중 어느 것이 최선의 방안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결과는 교수들은 5명 모두 ‘식품안전처 신설’에 방점을 찍었고, 업체 담당자들은 10명 중 8명이 ‘농림부로 일원화’를 최선책으로 꼽았고 나머지는 ‘식품안전처 신설’ 1명, ‘식품안전위원회 신설’이 1명으로 나왔다. 연구원과 협회 등 단체에서는 ‘농림부로 일원화’, ‘식품안전처 신설’, ‘식약청으로 일원화’가 비슷하게 나왔다.

이 결과를 분석해볼 때 학계에서는 산업진흥과 안전관리 업무는 분리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이 그대로 반영된 것 같고, 업계에서는 산업진흥 업무든 안전관리 업무든 식품과 관련된 행정은 하나의 부처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계가 농림부로의 일원화를 강하게 원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식품관련 행정의 다원화가 업체들의 사업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실적 대안: 농림부로 일원화 하되 ‘식품안전ㆍ평가위원회’ 독립기구 설치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식품안전관리 행정체계의 바람직한 개편방향은 농림부로 일원화하거나 식품안전처를 신설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농림부로 일원화할 경우 안전관리 정책이 생산정책에 밀릴 것이라는 우려, 작은 정부를 추구함에 있어 새로운 행정 조직 ‘식품안전처’를 신설할 수 없는 딜레마, 산업진흥정책과 안전관리정책의 균형, 이 세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그 해답은 안전관리 집행 업무는 농림부로 일원화하고, 정책결정 업무는 ‘식품안전ㆍ평가위원회(가칭)’를 설치해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식품안전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문제다. 우리나라의 식품안전관리 문제는 집행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있다는 데 있다. 정책의 신뢰가 무너진 이유는 불합리한 안전관리 기준, 비과학적인 위험평가 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집행 업무를 어느 부처에서 담당하든 합리적인 안전관리 기준을 만들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식품 유해성에 대한 위험평가를 하지 않는 한 식품안전관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집행업무는 기존에 조직이나 인력 면에서 인프라가 가장 잘 구축되어있고 ‘Farm To Table’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농림부가 전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다만 생산부처로 일원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산업진흥정책과 안전관리정책의 균형을 유도하며, 합리적인 안전관리 기준 설정과 과학적인 위험평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식품안전ㆍ평가위원회’라는 전문가 집단을 설치 운영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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