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의 꼴불견
외식업계의 꼴불견
  • 관리자
  • 승인 2008.01.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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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외식업의 기본적인 성공 포인트는 ‘맛’과 ‘서비스’다. 그래서 외식업체들은 메뉴개발이나 인테리어 등에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자한다. 그런데 그렇게 오랜 기간 노력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메뉴와 인테리어 등이 도용을 당한다면 기분이 나쁜 정도를 넘어 속이 시릴 것이다. 그것도 회사에 근무하던 직원이 다른 회사로 옮겨 가면서 정보를 유출해 가거나 그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직접 창업을 해서 다니던 회사와 경쟁관계가 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 외식업계에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주)썬앳푸드는 미국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 ‘토니로마스’를 운영하던 중 패밀리레스토랑의 경쟁이 심화되자 ‘매드포갈릭’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2001년 압구정에 1호점을 개설한 이래 모두 7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6개 매장에서 연간 1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제 1브랜드 토니로마스를 앞질러 연간 2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성공 브랜드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전북 익산에 ‘매드포갈릭’과 똑같은 유형의 ‘허그갈릭’이라는 매장이 등장했다. 2000년 11월에 썬앳푸드에 입사해 조리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6월에 퇴사한 사람이 다른 사업자와 함께 회사를 설립해 만든 매장이 ‘허그갈릭’이다. 썬앳푸드는 ‘허그갈릭’을 분석한 결과 메뉴 전체적으로 레서피와 프리젠테이션, 맛 등이 자사의 ‘매드포갈릭’과 매우 유사하며, 특히 9개의 아이템은 현재 매드포갈릭에서 판매되는 메뉴와 거의 같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마늘 모형의 데코레이션 아이템과 전체적인 인테리어 소재와 분위기도 유사하며 메뉴 이미지 사진, 디자인 제작물, 마케팅 기법까지 자사의 것을 베껴 갔다는 판단에 따라 관할 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썬앳푸드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메뉴에 대해 일종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또 재직 중에 ‘경영정보 및 기술정보 보호 서약서’를 쓰고도 이를 지키지 않은 사람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외식업계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근무하던 회사의 노하우를 이용해 퇴직 후 유사 브랜드를 개발한 모 PC방 업체 관계자들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한 바도 있다. 이른바 ‘짝퉁 프랜차이즈’ 사업자에 ‘철퇴’를 내린 것이다.

외식업계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건이 지금도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다. 태창가족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중에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고, 영업비밀을 유출해 퇴직 후에는 태창가족이 운영하는 브랜드와 유사한 브랜드를 만들어 영업을 한 사람들이 고소를 당해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또 A프랜차이즈 업체에서 B프랜차이즈로 옮겨 간 사람이 A사의 정보를 B사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A사가 형사고발해 경찰이 B사 사무실을 덮쳐 당사자의 컴퓨터에 대한 조사를 벌인 사건도 있었다.

모두가 외식업계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꼴불견들이다. 그만큼 외식업계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대변해준다. 외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어느 직종보다도 진실해야 한다. 도덕적으로 무장되지 않은 사람은 외식업에 종사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정보를 빼돌려 악용하는 진실 되지 못한 사람들이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음식사업에 종사하는 한 한국 외식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나는 2005년 다른 신문사에서 지금의 회사로 옮길 때 전 직장에 근무하면서 받은 명함조차도 그대로 남겨두고 나왔다. 그리고 전 직장에서 근무할 때 인연이 됐던 사람들과는 한동안 만나지도 않았다.

회사를 옮기는 사람에게 있어 전 직장은 일종의 ‘친정’인 셈이다. 좋은 이유로 이직을 하든 나쁜 이유로 이직을 하든, 전 직장은 이직하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준 집단이다.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고, 자신이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어준 감사한 집단이다. 이런 ‘친정’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회사의 생명과도 같은 알짜 정보를 빼돌려 회사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뒤통수를 친다는 것은 배은망덕한 배신 중의 배신이 아닐 수 없다. ‘매드포갈릭’과 ‘허그갈릭’ 사건이 외식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덕적 재무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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