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장려정책’ 펼치자
‘한식 장려정책’ 펼치자
  • 관리자
  • 승인 2008.02.1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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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시대가 바뀌면 정책도 그 시대에 맞는 정책이 개발되어야 한다. 인구증가율이 폭발적일 때는 가족계획 정책이 나와 ‘둘만 낳아 잘 기르자’고 했고, 그것도 모자라서 ‘한집 건너 하나 낳기’라는 풍자어까지 등장한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출산율이 너무 낮아 아이를 셋 이상 낳는 가정에는 각종 혜택을 주는 정책이 전개되고 있다.

음식과 관련된 정책도 마찬가지다. 과거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60~70년대에는 우리의 주식인 밥의 재료인 쌀이 부족해 미국으로부터 싼값에 들여온 밀가루로 끼니를 때우도록 하는 ‘분식 장려정책’을 전개하기도 했다.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어김없이 국수나 라면 등 분식을 먹어야만 했고, 이를 어기면 벌을 받아야 했다. 그 후로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바빠진 일상생활, 그리고 이와 맞물려 밀려들어온 서양식 패스트푸드는 우리 국민들의 식습관을 급속도로 바꿔놓았다. 얼렁뚱땅 한 끼 때우고 산업전선에서 ‘뼈 빠지게 일하는 국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 결과 지금은 어떤가.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식탁은 한식 대신 서구 음식문화가 점령했고, 그로 인해 한식의 주재료가 되는 국내산 농산물은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어 설 자리를 잃어 버렸다. 그나마 한식의 재료가 되는 농축산물마저 수입산에 그 자리를 넘겨주고 말았다. 2007년말 현재 농축산물의 무역적자가 100억 달러가 넘는다는 통계가 이를 대변해주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쌀을 제외하면 5%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내 농업의 기반이 이미 붕괴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방치할 것인가.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한식 장려정책’을 전개해야 한다. 한식은 이미 세계적인 건강식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지구촌에 불고 있는 ‘슬로우 라이프’ 트렌드와 맞는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한식 세계화’를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개발하고 있지만, 한식을 세계화하기 이전에 국내에서부터 한식 장려정책을 먼저 전개하는 것이 수순일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서구화된 음식문화를 방치해놓고 우리음식을 세계화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우리 국민부터 다시 한식을 애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를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를 많이 낳는 가정에 혜택을 주듯이 국내 농업과 전통음식을 함께 살릴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무엇이든 혜택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말로만 하는 농업과 식품외식산업의 연계, 우리농산물 사용 확대 등의 구호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것이다.

한식은 기본적으로 ‘밥’을 중심으로 한 음식이며, 반찬 역시 대부분 우리 땅에서 나는 농산물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식의 부활은 곧 우리 농업의 활로임에 틀림이 없다. 세계가 국제곡물가격의 급등에 따른 식품가격 폭등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폭동까지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주요 곡물 수출 국가들이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한식 장려정책을 전개함으로써 서구화된 국민의 식생활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음과 동시에 국산 식재료의 사용 증대로 농업도 회생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왜 우리만 밀가루 국수를 먹나”라는 말을 하며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가공식품의 개발을 강조한 바 있다. 그로부터 1주일 만에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쌀 국수 기술 개발’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그리고 그 기술을 어느 중소기업에 이전해주었다고 했다. 해당 업체에 취재를 한 결과 미국산 밀가루 대신 국산 쌀을 이용해 국수를 만들 경우 원가가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했다. 밀가루 대신 우리 쌀을 이용해 국수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외식업을 하는 업체들에게 뭔가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쌀 국수 기술 개발’은 그야말로 개발 자체로 끝나버릴 공산이 크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4일 실물경제의 모태가 되는 1차산업을 활성화하고 시장개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업인을 돕기 위해 음식점과 호텔, 병원 등 15개 업체 및 단체와 ‘제주사랑 농수축산물 우선사용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를 적극 실천하는 업소는 ‘지역경제살리기 우수업소’로 선정해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하나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중앙정부는 참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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