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서비스의 영어 바람은?
외식서비스의 영어 바람은?
  • 관리자
  • 승인 2008.02.21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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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대 김철원 교수
제가 20년 전에 처음으로 미국에 가서 현지에 거주하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가 이민생활 초기에 겪은 얘기를 한 토막 해 주었는데 이렇습니다.

처음으로 레스토랑에 갔는데, 주문하는 것이 장난이 아니더랍니다. 이것저것 물어보며 확인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 그저 어색한 웃음과 함께 “예스” 만을 하며 위기를 모면하는데 마지막에 가서 “수퍼샐러드?”라는 물음에는 ‘아하, 무지하게 큰 샐러드를 주나보다’ 하고 알아들었다는 듯이 “예스”를 자신있게 외쳤다지요.

그러자 웨이터는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물어보았고 이 친구는 더 큰 소리로 대답하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웨이터기 천천히 “Soup or Salad?" 하고 확인하는 바람에 이제야 알아차린 친구는 작은 소리로 ”샐러드“라고 하며 ‘이젠 끝났구나!’ 생각했는데 이어지는 ”What kinds of dressing would you like?" 라는 질문에 눈만 껌벅이고 말았다는 일화였습니다.

물론 소화가 잘 안되었겠지요? 지금은 매우 편안하고 친절한 레스토랑의 서비스가 말이 안 통하던 그 시절에는 어찌나 불편하고 무섭기조차 했는지 모르겠다는 친구의 이야기는 그저 웃고 넘어갈 수만은 없는 우리네의 현실이라고 생각됩니다.

새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영어공교육 정책에 대하여 갖가지 찬반론이 무성한 가운데 시작하지도 않은 정책에 대한 사회적 파급효과는 참으로 크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과연 우리 외식서비스산업의 영어교육은 ‘한식 세계화 사업‘에 발맞추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짚어봅니다.

외식서비스의 영어 현주소

우리나라를 방문하거나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외식생활 중에 가장 불편함을 꼽으라면 당연히 언어문제라고 합니다. 어쩌면 외국인들이 맥도널드와 같은 글로벌 외식기업을 선호하는 것도 입맛뿐만이 아닌 의사소통의 불편함 때문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외식업소들이 외국어에 취약한 것은 왜 그럴까요?

첫째로는, 외국인 손님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입니다.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에도 여행안내자분들이 단체로 음식을 주문하고 통역해 주기 때문에 별도의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외국손님들은 이미 한국음식에 익숙하거나 의사소통의 불편함을 대부분 감수하는 편이라 종사원 입장에서도 크게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한식 세계화를 앞두고 국내 외식업소를 이용하는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둘째는, 외식서비스 종사자들의 전문성이 너무 낮다는 것입니다. 접객종사원은 고사하고 운영관리자들도 자신의 업소에서 판매하는 메뉴와 재료에 대한 설명 또는 문제해결을 위한 외국어 의사소통이 얼마나 가능할까요?

국내 대학의 서비스관련학과의 교육과정에도 주요 외국어교육이 포함되어 있지만, 취업을 위한 면접장에서 기본적인 외국어 회화조차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서비스외국어의 교육방법이 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의 부족이라고 봅니다. 서비스산업은 의사소통이 생명입니다. 단순히 외국어가 아닌 손님과의 의사소통이 마케팅의 기본인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외식서비스는 의사소통이 너무도 결여되어 있습니다.

손님이 오면 주문받고 음식 내주고는 서비스가 끝납니다. 그 다음에는 손님이 불러야 가는 정도이고 식사마치고 나갈 때에 비로소 인사해 주면 그나마 친절한 업소이지요.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도 별다른 대화 없이 음식과 돈을 주고받는 서비스수준이라면 외국어의 필요성은 우이독경입니다.

우선 우리말을 잘해야 외국어도 잘 합니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외국어는 아무리 공부해도 써 먹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우선, 모든 외식업소가 할 수는 없습니다. 전략적으로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영어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활용해야 하고, 또한 외국 손님들도 프랜차이즈 업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비스 외국어를 전담할 수 있는 전문교육자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표준화된 서비스외국어 교재의 개발, 마케팅과 연계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및 외국어전문 훈련과정 개발과 해당 교육기관의 지정 및 자격증 제도 등을 통하여 공식전문가 양성과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등 특화된 정책이 필요합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선 국내에서부터 세계화를 시작하는 ‘in & out' 전략이 필요할 것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관련 연구들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시스템화-세계화‘의 단계로 이어지는 성공적인 모델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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