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업계, ‘착한소비’ 바람분다
커피업계, ‘착한소비’ 바람분다
  • 관리자
  • 승인 2008.02.2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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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자체로 빈곤층을 도울 수 있는 ‘착한소비’ 바람이 커피업계를 시작으로 외식업계에도 불기 시작했다. 또 이런 소비자들의 적극적 움직임이 기업의 행태를 바꾸고 있다.

커피는 세계적으로 하루 25억 잔씩 소비되고 있을 정도로 교역량이 석유 다음으로 많지만, 이런 흔한 커피잔 안에 커피맛보다 쓴 가난과 된 노동이 있다는 것을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커피는 한해 600억 달러어치가 팔리지만, 커피콩을 생산하는 케냐,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의 농민들은 커피 45잔을 만들 수 있는 원두 1파운드(약 0.45kg)에 평균 60센트(약 580원)을 받을 뿐이다.

공정무역 운동을 펴는 국제기구 옥스팜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1~2002년 영국 최종 소비자가 우간다산 커피에 지불한 돈 가운데 우간다 농민의 몫은 0.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다국적 기업이 대부분인 가공․판매업자와 중간상인들이 차지했다. 또 에티오피아 커피 경작 농민의 1년 수입은 60달러(한화 약 5만7700여원)정도고 케냐에선 커피 생산 인구 3분의 1이 15세 미만이다.

이런 문제에 주목해 유럽과 미국의 시민단체들이 30여년 전부터 커피 생산자 조합과 직접 계약을 맺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온 공정무역 커피를 팔기 시작했다. 이들은 일반 커피 가격의 두 배에 이르는 1파운드당 최소 1달러26센트(1210여원)에 원두를 사들인다. 현재 전 세계에 유통되는 공정무역 커피는 3만3992t으로 여전히 전체 교역량의 0.1%에 불과하지만 매년 20~30%씩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착한소비’는 기업의 행태를 바꾸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윤리적 소비자들에 압박에 못이겨 2000년부터 에티오피아 등에서 원두를 시장가격보다 2배가량 높은 가격에 구입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2006년 공정무역 커피 원두의 사용 비율이 2005년보다 50% 증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던킨 도넛은 미국 내 5400개 매장에서 판매하는 에스프레소가 모두 공정무역 제품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맥도날드도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공정무역 커피만을 판매한다고 공개했다.

국내에서도 몇 해 전부터 공정무역 커피가 판매되기 시작해 점차 알려지고 있다. 한국기독교청년회연맹(YMCA)은 2005년 겨울부터 동티모르에서 커피를 수입해 ‘평화커피’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평화커피는 지난해 24t(원두기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판매량이 서서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 2006년부터는 시민단체인 ‘아름다운가게’가 네팔산 커피 ‘히말라야의 선물’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히말라야의 선물은 온라인과 홈플러스, 갤러리아 백화점 등 전국 총 16개 판매처에서 판매되고 있다. 매출은 2006년 1억3500만원, 2007년 1억6600만원을 기록했다.

아름다운 가게 김광민 간사는 “자유무역을 통해 들어온 커피가 원산지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1%미만인데 비해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온 커피는 약 9%정도”라며 “우리나라 공정무역은 아직 시작단계이지만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착한 소비의 갈길은 여전히 멀다.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많지만 자세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10월 아름다운 가게가 성인 남며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정무역 설문조사에서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가 69.6%나 됐지만 ‘공정무역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람은 3%에 그쳤다. 외식 전문가들은 “커피시장을 비롯한 외식시장에서 공정무역 상품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지도를 넓히는 일이 우선”이라면서 “제품의 양을 확대하고 질을 높여 소비자가 쉽게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정무역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커피 전문점은 서울 아현동의 ‘카페 티모르’, 서울 명동의 ‘전광수 커피’, 서울 신사동 ‘카페 여섯시이분’ 등이 있고, 아름다운가게 인터넷쇼핑몰(www.beautifulcoffee.org)과 한국기독교청년회연맹 쇼핑몰(www.ymcakorea.com)에서도 판매한다.

※공정(대안)무역이란?
1950~60년대 유럽에서 태동한 소비자 운동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 공정한 가격, 건강한 노동, 친환경유지, 생산자들의 경제적인 독립 등을 전제로 한 무역을 일컫는다. 가난한 제3세계 생산자들이 만든 친환경적 제품을 제값에 사는 윤리적 녹색소비자 운동이다.

이시종 기자 l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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