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모르는 HACCP ‘무용지물’
현장 모르는 HACCP ‘무용지물’
  • 관리자
  • 승인 2008.03.0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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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소비자 인식부족, 현실과 괴리 등 문제 많아
식자재업소에 맞는 새로운 위생관리 시스템 개발해야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서 문제가 지적된 수산물 가공업체의 HACCP 관리가 여전히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이 같은 현실은 변하지 않고 있다. 수산물 가공업체들에 따르면 “이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사업자 혼자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 큰 수요처인 학교급식 현장에서 HACCP에 대한 개념이 정확하게 인식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HACCP은 업체가 아니라 개별 품목에 대해 지정을 해 주는 것인데 대부분의 학교급식 관계자들이 이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납품업체를 선정할 때 HACCP 지정을 필수 조건처럼 명기하고 있다. 덕분에 단 한 품목이라도 HACCP 지정 품목이 있는 업체는 HACCP 지정업체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다보니 학교에서 종종 수산물 납품업체에 “왜 HACCP 마크가 없는 박스에 물건을 납품 하느냐”는 클레임이 들어오곤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고등어살과 대구살에 대해서만 HACCP 지정을 받은 업체라면 동태살을 납품할 때는 HACCP 마크를 표시할 수 없는 게 당연한데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납품업체 입장에선 이를 설명하기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HACCP 마크가 있는 박스에 물건을 담아 납품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HACCP 품목과 비HACCP 품목 간 가격차가 크다는 것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학교급식 식자재는 최저가 입찰을 통해 납품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그런데 HACCP 품목과 비HACCP 품목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70%까지 가격차가 난다. 따라서 HACCP 품목만으로 입찰에 들어갈 경우에는 낙찰될 가능성이 없어진다.

이렇게 HACCP 품목과 비HACCP 품목의 가격차가 나는 것은 HACCP 품목의 경우 원물을 들여와 작업을 해야 하고, 비HACCP 품목은 전처리가 된 제품을 단순 절단, 포장하는 작업만 하면 돼 인건비와 관리비 차원에서 큰 차이가 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들 역시 이같은 이유로 외부에 OEM을 줬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 외에도 대부분의 업체들이 이같이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단가를 맞출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또 학교급식의 특성상 특정 메뉴가 몰리는 날이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HACCP 품목으로는 납품 시간을 맞출 수 없는 것도 전처리된 반제품을 사용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또 다른 문제는 수산물 가공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영세하다보니 전문인력 확보도 어렵고 오너가 생산 공정을 몰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HACCP은 첨단 시스템이기 때문에 웬만한 경력자들도 현장에서 이를 잘 적용시키고 관리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수산물 가공업체 정도의 규모에서 이런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HACCP 지정을 받아 놓고도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HACCP 사후관리 담당자나 학교관계자들의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점검이나 현장실사를 나와서 위생상태만 보고 가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는 식자재업소의 현실에 맞는 위생관리 시스템이 새로 개발돼야 한다”며 “쉽게는 HACCP 지정업체는 물론이고 주 소비자인 학교급식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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