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곡물가격 급등과 경제주체의 역할
국제곡물가격 급등과 경제주체의 역할
  • 관리자
  • 승인 2008.03.0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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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농산물 가격 상승! 생각을 바꾸면 투자 기회가 됩니다! 식탁 위에 오르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농산물, 이제 새로운 투자 대상입니다. 수요, 공급의 불균형으로 최근 급등하고 있는 농산물 가격, 삼성 농산물 디지털플러스 펀드는 안정적인 채권 수익률에 농산물(대두, 밀) 관련 파생상품투자를 통해 +α의 초과 수익 추구 기회를 드립니다.’

3월 4일 모 일간지에 게재된 삼성의 농산물 펀드 판매 광고 내용이다. 이 광고가 게재된 신문의 같은 날 1면 톱기사의 제목은 ‘첫 국무회의 “물가 잡아라”’였고, 경제 섹션의 톱기사는 ‘돈 주고도 못 사먹는 시대… 식량전쟁 먹구름이 온다’, ‘글로벌 보릿고개 한국만 속수무책’이라는 제목으로 식량안보의 위기를 경고하는 기사로 채워져 있다. 그 이튿날 신문에는 최근 가격이 인상된 라면 한 봉지와 자장면, 칼국수 한 그릇에 들어가는 밀가루의 원가 상승분을 분석해 지나치게 가격을 많이 올렸다는 점을 꼬집는 기사가 실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2월 27일에 가진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100원이나 오른 라면가격에 대해 언급한 이후 모든 언론들이 국제곡물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등을 우려하는 기사를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언론뿐만 아니라 정부기관도 마찬가지다. 2월 19일 농림부는 ‘해외농업개발 포럼’을 만들어 해외농업에 투자하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2월 29일에는 물가정책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식약청에서 식품제조업체들을 불러놓고 ‘물가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필자는 이미 지난 2005년 11월에 본 칼럼란을 통해 ‘식량안보 대책 세우자’라는 제목으로 국제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식량안보 위기를 지적하며 그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그로부터 ‘식량전쟁 대비책 세워야’(07년 6월), ‘식품외식산업의 에너지는 무엇인가’(07년 8월), ‘식품외식기업은 농업에 투자하라’(07년 10월), ‘외식업체 사장이 몽골에 간 이유’(07년 10월), ‘식량영토를 넓히자’(08년 3월)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칼럼과 사설로 국제곡물가격 급등과 식량안보의 위기 상황을 경고하며 대책 수립의 시급성을 지적했다. 그런 나로서는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나서야 언론이나 정부기관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을 보면 씁쓰레하다. 그리고 혼란스럽다.

농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리고 국제곡물가격 동향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접하고 그 심각성을 알았을 농수산식품부 공무원들은 그동안 뭘 했는지, 산업화 정책의 햇볕과 농업의 희생을 통해 성장해온 삼성은 농산물 펀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과연 어려운 농업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져왔는지, 그리고 물가가 좀 올랐다고 아우성인 소비자들은 국내 농업의 중요성을 얼마나 인식하고 있었으며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농산물을 얼마나 애용했는지 되묻고 싶다.

2008년 3월 현재, 대한민국의 최대 국정현안은 국제곡물가격 급등과 이에 따른 애그플레이션, 그리고 나아가 식량안보의 위기 상황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이다. 특히 국가경제의 3주체인 정부와 기업, 가계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우선 정부는 대통령이 뭐라고 한 마디 했다고 해서, 언론이 떠들어 댄다고 해서 임기응변식이나 번갯불에 콩을 볶듯이 설익은 정책을 만들어 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국제곡물가격의 급등 현상과 향후 전망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기초로 식량안보를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대책마련에 소홀했다면 당장의 질책은 달게 받고 지금부터라도 잘 하면 된다.

특히 기업은 곡물가격 인상을 빌미로 자사의 이익만을 추구하겠다는 얄팍한 상술은 과감히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곡물가격 인상과 직접적으로 크게 영향이 없는 제품이나 음식값을 덩달아 올리는 악덕 기업주들이 있는 한 애그플레이션과 식량안보 위기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수입산 원료에 집착하고, 국내 농업에 관심을 갖지 않는 식품외식기업은 반드시 그 배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국산을 외면하고, 국내 농업에 무관심해온 소비자 또한 기업이나 정부를 탓할 자격이 없다. 국내 농업의 중요성과 식량안보의 심각성은 염두에도 없이 그저 농산물펀드에 투자해 돈을 벌려는 가계, 자신은 서양식 레스토랑에서 수입산 와인을 즐기면서 물가상승에 입방아를 찧어 대는 소비자들이 있는 한 애그플레이션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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