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체들의 ‘형설지공’과 ‘청출어람’
외식업체들의 ‘형설지공’과 ‘청출어람’
  • 관리자
  • 승인 2008.03.0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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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後晋)의 이한(李澣)이 지은 ‘몽구(夢求)에 나오는 손강(孫康)은 집이 가난해 기름을 살 돈이 없어 늘 눈빛에 책을 비추어 글을 읽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중에 어사대부(御史大夫)의 벼슬에까지 올랐다.

또 진(晉) 나라의 차윤(車胤)이란 사람은 기름을 구할 수가 없어 여름이면 수십 마리의 반딧불을 주머니에 담아 그 불빛으로 밤을 새우며 책을 읽어 마침내 이부상서(吏副尙書)가 되었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이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한 것을 일컫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고사성어 이야기다.

아직도 국내 외식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쪽은 외국계 브랜드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최근 들어 선전하고 있는 ‘토종’ 외식업체들을 보면서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20~30년 전만해도 외식산업에 관한 한 외국계 업체들이 전기 불이었다면 국내 외식기업들은 반딧불에 불과했다. 척박한 국내 외식산업에 외국기업들의 선진 외식문화는 국내 업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고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국내 업체들은 비싼 로열티를 물어가며 열심히 배우고 익혀왔다.

토종 외식 브랜드 외국계 앞질러

그런 결과 지금은 외국계 브랜드와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괄목한 성장을 이뤄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계 브랜드를 추월하고 있는 토종 브랜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외국계 브랜드가 전용무대나 다름이 없었던 패밀리레스토랑 업계에 대표적인 국내 브랜드 빕스가 업계 강자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와 연간매출액에 있어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 피자업계에서도 85년에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외국계 브랜드 피자헛은 지난 연말 매출액이 4000억원으로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매출신장률이 정체를 보이고 있는, 반면 피자헛보다 5년이나 늦게 론칭한 토종 미스터피자는 작년 매출액이 3200억원으로 전년대비 30%의 신장률을 보이며 무섭게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토종 외식기업들이 외국계 기업들로부터 배우고 익힌 실력으로 외식 선진국가에 오히려 역수출하는 사례까지 나와 흐뭇하게 하고 있다.

미국 WDI인터내셔널로부터 토니로마스라는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를 도입해 영업을 해오던 국내 외식기업 썬앳푸드(대표 남수정)가 한식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를 개발해 미국 WDI인터내셔널에 역수출한다는 것이 그 소식이다. WDI인터내셔널이 썬앳푸드의 브랜드 개발 실력을 인정해 먼저 제의해왔다고 하니 더욱 의미가 있다. 조만간 계약이 체결되면 썬앳푸드는 토니로마스로 로열티를 주던 회사에 로열티를 받게 되고 한식 식재 공급권도 갖게 될 전망이라고 하니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세계로 나아가는 토종 브랜드에 박수

쪽(藍)에서 나온 푸른 물감이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좋은 사례다. 썬앳푸드의 제1브랜드는 토니로마스였지만 지금은 로열티를 주는 제1브랜드인 토니로마스보다 자체 개발한 제2브랜드 매드포갈릭의 매출이 훨씬 높다. 지난연말 기준으로 토니로마스는 6개 매장에서 전년대비 24% 감소한 12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반면 매드포갈릭은 같은 6개 매장에서 전년대비 32% 증가한 22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배워서 남 주는 것이 아니라는 옛 어른들의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이밖에 제너시스BBQ와 놀부 등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경우도 형설지공과 청출어람에 어울릴 정도로 칭찬할만하다.

이들 두 업체는 토종 외식기업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이미 지난 2006년에 외국에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로열티를 받는 개가를 올린 바 있다. 제너시스BBQ는 치킨 하나로 세계무대를 누비고 있고, 2020년에는 세계 최대의 프랜차이즈 기업 맥도날드를 능가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또 놀부는 한식을 세계화하는 1등 공신 기업이 되었다. 20여 년 전 5평짜리 실내포장마차에서 시작한 ‘밥집’이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최근에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성공신화의 주역이었던 이티앤제우스(주)의 정인태 회장도 불고기브라더스라는 브랜드로 세계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으며 조만간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음식점 10개가 생기면 1년에 문을 닫는 업소가 3개가 넘고 10년까지 생존하는 업소가 1~2개 불과할 정도로 치열한 과당경쟁 속에서, 또 최근에는 대기업 자본이 무차별적으로 치고 들어와 외식전문기업의 경영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알게 모르게 이뤄낸 성과들이기에 더욱 빛난다. 이들 기업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더욱 큰 발전이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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