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취임사로 본 정운천 농수산식품장관의 생각
<데스크 시각>취임사로 본 정운천 농수산식품장관의 생각
  • 김병조
  • 승인 2008.03.1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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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수산 가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정운천입니다”로 시작하는 정운천 초대 농수산식품장관의 취임사는 A4용지로 11장 분량이다. “농림수산 가족 여러분!”이라는 표현이 여섯 번이나 등장한다. 취임사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리 찾아봐도 ‘식품 가족’이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농수산식품부’ 장관의 취임사에 농림수산 가족만 등장하고 식품 가족은 빠진 이유가 뭘까. 취임사 내용을 자세히 뜯어보면 정운천 장관의 머리 속에는 아직 ‘식품’이라는 단어가 각인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1장 분량의 취임사 원고에서 ‘식품산업’에 대해 언급한 것은 딱 한 문장이다. “궁극적인 농어가 소득향상을 위해 식품산업을 육성하고 R&D 지원을 확대하겠습니다.” 이것이 전부다. 그것도 행간을 살피면 농어가 소득향상을 위해 식품산업을 육성한다는 뜻이다. 포커스가 여전히 농어업과 농어민에 맞춰져 있음을 의미한다.

정 장관의 이같은 생각은 지금까지 농수산식품부 공무원들이 주장해온 생산자 중심의 농업정책에서 소비자 중심 농업정책으로의 대전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농어업의 최대 수요처인 식품산업을 육성하고, 상호 연계를 강화해 동반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실무 공무원들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정 장관의 취임사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어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식품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몰라서 취임사에서 식품산업을 소홀히 다룬 것인지, 아니면 농수산식품부 업무에서 식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 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주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취임사만을 두고 보면 정 장관의 머리 속에는 ‘식품’은 별로 관심이 없으며, 관심이 있더라도 그것은 농업을 위한 식품이지 식품산업 그 자체가 중요한 관심사항은 아닌듯해 보인다.

정운천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지난 4일에 열린 식품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조차 “지금까지 농업의 모든 주체는 정부였다”고 지적하며 “그러나 이제는 농업인과 농업인단체가 주체가 되고 주인이 되어야 하며, 정부는 뒤에서 보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대표들과의 간담회에 앞서 오전에 열린 농민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농민단체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고 주문했다”는 말까지 했다. 농업인과 농업인단체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데 식품업계는 하나의 밀알이 돼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농업과 식품산업은 이제 불가분의 관계다. 농업CEO 출신으로서 소비 없는 생산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정 장관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국내 식품외식산업과 농업의 관계가 멀어진 이유가 뭔지를 제대로 파악해서 그 거리를 좁히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식품외식산업을 농업 회생의 디딤돌로만 취급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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