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업계 분열을 막으려면
급식업계 분열을 막으려면
  • 관리자
  • 승인 2008.03.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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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급식업계가 통합협회 출범 2년 만에 또다시 분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화근은 통합협회 2대 회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대기업 측과 중소기업 측의 이견 때문이다. 회원 숫자로 따지면 열세인 대기업 측은 통합협회 정관 부칙에 ‘1기에서는 이사회의 결정이 총회를 대신한다’는 조항을 앞세워 이사회에서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중소기업 측은 이사회에서의 열세를 의식해 총회에서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지난 7일 열린 이사회는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결국 중소기업 측 일부 이사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가운데 2대 회장을 선출했다. 하지만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던 중소기업 측 이사들이 보건복지가족부에 회장 선출과 관련된 정관에 대해 유권해석을 요청하면서 ‘집안싸움’이 ‘동네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급식법 재개정 등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있는 급식업계가 보이고 있는 ‘추태’는 한마디로 꼴불견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어떤 유권해석을 내놓든 간에 급식업계는 통합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 갈 공산이 커 보인다. 복지부가 이사회에서 회장을 선출한 것에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는 것을 전제로 새로 선출된 회장이 화합의 정책과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업계의 분열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분열의 원인은 상호불신

왜 이럴까. 왜 이렇게 단합을 못하고 도저히 ‘동거’가 불가능한 것처럼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일까. 이런 저런 이유들이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상호 불신이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들을 하찮은 존재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을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아 가는 공룡으로 의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0개도 안되는 대기업들의 연간 총 매출은 2조5000억원에 이르는데, 이는 중소업체 100개의 연간 총매출액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수백 개의 업장을 갖고 있으면서 달랑 1개의 업장을 갖고 있는 중소업체 이사와 이사회에서는 똑같은 한 표를 행사하니 대기업들이 중소업체들을 하찮은 존재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륜 많고 학식 높은 대기업 CEO 입장에서는 중소업체 사장들, 특히 여성 사장들을 상대하다 보면 말이 통하지 않고 몰지각한 그저 ‘밥장사하는 아줌마’ 정도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대기업들이 이런 식의 생각을 갖고 있는 한 해법은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측을 상대로 가지고 있는 불신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서도 중소기업 측이 ‘악’을 쓰고 회장이 되려고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중소기업 측에서 인식하고 있는 바대로 자신들의 ‘밥그릇’을 빼앗아가는 대기업의 ‘횡포’ 때문이다.

상호존중 속 대기업의 양보 더 필요해

사실 따지고 보면 중소기업들의 그 같은 인식은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다. 대기업들은 대체로 식재유통 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 그런 장점을 내세워 위탁급식 수주 경쟁에서 대기업들은 횡포 아닌 횡포를 부려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위탁급식 사업에서는 남는 것이 없어도 식재유통 사업에서 남기면 된다는 속셈으로 수주 경쟁에서 영업이익률 1%도 안 되게 입찰하는 경우가 허다하니 중소기업들 입장에서는 대기업이 ‘공룡’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 2006년에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이 졸속으로 이뤄진 책임도 대기업에 있다. 그 해 여름 CJ푸드시스템이 운영하는 학교급식장에서 대규모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는 학교급식 사업 철수를 선언해 버렸지만 주로 학교급식에 치중하고 있는 중소업체들 입장에서는 이로 인해 위탁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학교급식법이 개정되어 버렸으니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대기업들이야 학교급식 아니라도 여러 가지 하는 사업이 많으니 큰 타격이 없을지 모르지만 중소기업들은 생사여탈이 달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2기 회장을 중소업체 측에서 맡아야 한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학교급식에 ‘목숨’ 걸고 있는 중소업체 측에서 회장을 맡아야 올해 협회 핵심 과제인 학교급식법 재개정도 ‘목숨’ 걸고 추진할 것이 아닌가 하는 논리다.

급식업계가 대기업 그룹과 중소업체 그룹으로 양분된 근본적인 원인이 상호 불신에 근거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 해법도 불신을 해소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중소업체들도 대기업들을 ‘공공의 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업계 발전을 위한 파트너로서 인정을 해야 되겠지만, 그 보다는 대기업 측에서 더 많은 양보를 하고 더 큰 아량을 배품으로써 중소업체들을 포용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대기업이 강자가 아닌가. 누가 입술이고 누가 이빨인지는 모르겠지만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정신을 받들어 상호 존중하고 신뢰할 때만이 급식업계는 분열이 아닌 대통합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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