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정인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정인태
  • 관리자
  • 승인 2008.03.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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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2006년 10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인 어느 학생으로부터 이메일이 한 통 들어왔다. 외식 전공을 꿈꾸고 있다는 그 학생은 정인태 사장을 존경한다면서 정 사장과 만나거나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좀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정인태 사장 본인의 허락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정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리고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가르쳐줘도 되는지 본인의 의사를 물었다. 당시 불고기브라더스 1호점 오픈 준비로 한창 바빴던 정 사장은 흔쾌히 허락했다.

이처럼 정인태 사장은 고등학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을 정도로 국내 외식업계에서는 유명 인물이다. 절대적인 평가는 하기 어렵지만 다른 경영자들과의 상대적인 평가만 따지면 외식업계의 성공한 CEO임에 틀림없다. 1997년 4월에 국내에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도입하자마자 IMF를 맞아 어려운 상황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경영수완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아웃백을 패밀리레스토랑 업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어냈다. 그래서 외식업계에서는 그를 두고 ‘아웃백 성공신화의 주역’이라고 칭송하기도 하고, 국내 외식업계의 ‘영웅’으로 취급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런 그가 2006년 3월 돌연 아웃백을 박차고 나갔다. 돌연 사임의 배경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필자가 2005년말 정 사장을 인터뷰(2007년 1월 2일자 보도) 했을 때 정 사장은 ‘아웃백을 그만두면 뭘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한식”이라고 주저 없이 대답했고, 아웃백을 그만둔 후 6개월 만에 ‘불고기브라더스’라는 브랜드로 한식 사업을 새롭게 전개한 것을 보면 준비된 퇴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랬던 그가 다시 아웃백 경영자로 복귀했다. 본인의 말로는 본사의 요청에 의해 경영이 어려워진 한국아웃백을 잠시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 정인태 사장의 현재 명함은 (주)이티앤제우스 대표이사다. ‘불고기브라더스’와 ‘카리부커피’ 두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서 회장이라고 부른다. 정 사장은 “이티앤제우스의 사업은 그대로 하면서 아웃백은 잠시 도와줄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래서 모양이 더욱 나쁘다. 만약에 ‘불고기브라더스’ 등의 사업을 접고 아웃백으로 되돌아간다면 그것은 더더욱 나쁘다.

정인태 사장이 아웃백을 그만두고 ‘불고기브라더스’라는 브랜드를 들고 나왔을 때 국내 외식업계는 그를 주목했다. 기존의 구이 전문점들과는 차별화된 콘셉트로 한식사업의 대중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구이전문 한식당들이 기껏해야 한두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불고기브라더스’는 론칭 1년 6개월 만에 9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불고기브라더스’가 성공이냐 실패냐를 평가하기 이전에 정인태 사장은 ‘불고기브라더스’의 성공에 ‘목숨’을 걸어야 할 때다.

‘불고기브라더스’의 영업이 그리 신통치 못하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는 가운데서 정인태 사장이 아웃백 경영에 복귀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아웃백 본사에서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하더라도, ‘불고기브라더스’사업이 생각보다 잘 안되어서라도, 그 어떤 이유라도 현재 상황에서 정인태 사장의 아웃백 복귀는 모양새가 아름답지 못하다.

정인태 사장은 외식업계의 ‘스타’ 내지는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스타는 우러러보는 사람들의 표상이기 때문에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대중들에게 파급영향이 큰 ‘공인’이기 때문이다. ‘국민가수’ 조용필이나 ‘국민배우’ 안성기가 행동거지를 조심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중적인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은 본의 아니게 주목의 대상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외식업계의 대중스타인 정인태 사장의 처신은 실망이다.

공인의 언행은 개인적인 잇속보다 대의명분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행해져야 한다. 대표적인 서구음식 문화인 패밀리레스토랑을 도입해 성공신화를 이룬 사람이 한식문화를 선진화시키겠다고 나섰을 때 참으로 아름답고 멋있어 보였다. 그런 그가 한식사업에 손을 댄지 1년 6개월 만에 한식을 내팽개치고 양식으로 돌아갔다. 자신이 야심 차게 새로 도전한 한식사업이 제대로 자리도 잡기 전에 말이다. 그의 대중적인 인지도나 명성으로 볼 때, 또 외식업계가 그에게 걸었던 기대에 비하면 그의 아웃백 복귀는 설득력이 없다. 정인태 사장이 외식업계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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