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당으로 먹고 사는 미국 한인들
일식당으로 먹고 사는 미국 한인들
  • 관리자
  • 승인 2008.03.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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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미국 오하이오의 소도시에서 레스토랑 연수를 받을 때 일이다. 거의 석 달 동안 동양 음식이라면 중식당 볶음밥을 테이크아웃해서 먹었던 당시 상황에서 매니저가 한 시간 거리에 일식당이 있다고 알려줬다. 오늘은 아예 가격 따지지 않고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간 곳은 다름아닌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이었다.

한식메뉴도 메뉴 하단 한쪽 모서리에 10여 종이 있었다. 그동안 애타게(?) 한식당을 찾고 있었는데도 이곳 토박이들도 일식당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미국 중소도시에는 이렇듯 거주한인이 없으면 한식당도 없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다른 아시안 식당들은 구석구석까지 자리를 잡고 있다.

경영수완 탁월한 한국인

필자는 지금 미국에서 23개의 대형 점포를 관리하는 일식뷔페 프랜차이즈 본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점포 수와 평균 300석 이상의 규모, 그리고 종업원 수와 매출 면에서, 점포수가 5개를 넘지 못하고 개·폐점을 반복하는 서너 개의 다른 일식뷔페 브랜드와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창업주는 일본인이었지만, 사업으로 확산시킨 사람은 바로 한인이었다. 그리고 비싼 이미지를 가졌던 스시와 롤을 ‘All-You-Can-Eat’로 대중화 시키는데 일조를 했다.

미국에서는 수 많은 일식당들이 한인들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그 일식당 대부분이 성공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한 시골구석에서 약간의 ‘스시와 롤’ 만으로도 10년째 지역 유지로 성공한 친구도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일식당 못지 않는 수많은 한식당은 그 성공률이 별로 높지가 않다.

필자는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 여행을 다니다 보면 거의 십중팔구 일본인이냐고 질문을 받곤 한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우대시 되는 일본인 덕에 일본음식도 세계 곳곳에서 파인 다이닝으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한식은 최근까지도 해외에서는 대중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다행히 아시안 국가들은 한류 열풍과 대장금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자화자찬이다. 정부기관에서 이러한 문화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더 전문적인 접근과 지원을 해 주었으면 한다.

지금 세계음식은 소위, ‘퓨전’이라는 미명하에 점점 서로 섞이고 있다. 특히 인터넷 보급과 냉전체제의 붕괴는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이제 국경개념이 점점 없어지고 있으며, 단일민족임을 내세우는 우리 민족은 시골에서부터 농촌 총각들이 제 3국인과 섞이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터부(Taboo)시 하던 이러한 현상을 이제는 그런 말을 거론하는 것이 인종차별로 터부시 되고 있다.

우리는 그 동안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서 혹은 외부의 강압에 의해서 외국과 어울리면서도 항상 마음의 한쪽에는 애국심의 아집이 도사리고 있었다. ‘국산품을 애용합시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학교를 다녔다. 이 말은 국산품을 이용할 수 있게끔 ‘제대로 만들어 달라’는 반대급부를 요구한다.

과거에는 그런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자금력이 부족한 호소로 보고 조금 모자라도 애국심의 발로로 써주었으니, 이제는 그 축적된 자금으로 호의호식하지 말고 제대로 만든 상품을 달라는 요구인 것이다.

웰빙에 부합되는 ‘한식’ 널리 알려야

결과는 국경이 없어져가고 있는 국제사회에서, 그저 쉽게 ‘돈으로 해결’하거나, 아니면 경쟁력을 찾아 뒤늦게 헤메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점이 우리 외식업계의 공통 과제인 한식업계의 세계화이다.

한국 음식은 분명 우수한 음식이며 건강식인 경우가 많고 지금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불고 있는 웰빙과 퓨전에 적합한 음식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은 굳이 찾아 오지 않는다. 이제야 동분서주 손님 맞을 준비를 해보지만 정작 손님은 옆집 중식당이나 일식당이 편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우수한 우리 민족은 순식간에 극복하고 창조하는 것도 남다르다. 일식을 먹지 말라는 뜻도 아니고, 일식당으로 남 좋은 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일본인들처럼 자기들 음식을 나눠 먹게 해달라는 뜻이다.

주인이 잠시 집을 비우는 사이, 누가 일식을 만들었건, 혹은 잘 만들어 놓은 일식을 배달하는 한국인이 되는 것 보다는, 그 좋은 요리기술로 우리 한식도 곁들여서 손님들에게 ‘Blind Test’ 라도 시키자는 말이다. 그래서 외식사업은 주방기술과 경영기술이 균등하게 조화되어야 하고 그 위를 코디네이션 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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