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을 되돌아보면
2005년을 되돌아보면
  • 관리자
  • 승인 2005.12.26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정말 답답한 한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먹은 것도 없이 채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풀릴 듯 하면서도 진전은 없고, 애는 쓰지만 성과는 별로 없는 그야말로 무의미한 한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이 이러한데 실제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식품-외식업계 임직원들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각종 수치상의 경제지표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표적인 내수업종이면서 서민가계와 직결된 식품-외식업계의 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채 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새해에는 경기가 좋아진다는 장밋빛 예측들이 난무하고 있으니 상대적 박탈감까지 더해져 더욱 우울한 연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 당국은 ‘네 떡 내 몰라’라며 뒷짐만 지고 있는 꼴이니 더욱 답답하다. 식품-외식산업을 육성하려는 의지는 찾아보기 힘들고 사사건건 업계의 목을 죄는 올가미만 만 더해가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만두파동으로 식품위생법이 대폭 강화됐고, 그것도 모자라서 식품안전기본법까지 만들려고 하면서도 식품-외식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정책은 눈을 닦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한 때는 정부 일각에서 식품-외식산업을 육성코자 ‘식품산업발전법’(가칭)을 만들고 식품산업을 전담하는 주무부처를 정하자는 의견들이 나오기도 하더니만 김치파동이 벌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종적을 감췄다. 산업진흥보다는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여론 앞에 ‘자라 목’이 되어 버린 꼴이다. 따지고 보면 만두파동이나 김치파동 모두 사실상 당국의 행정편의주의에서 비롯된 ‘있을 수 없는 해프닝’이었음이 드러났는데도 정부는 실체와 본질은 외면한 채 여론만 의식하고 있는 꼴이다. 이러니 업계에서는 ‘정부가 하는 짓은 종잡을 수 없다’ 또는 ‘정부를 믿느니 지나가는 개를 믿겠다’는 냉소적인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업계대로 스스로 장기불황과 삭막한 영업환경에 대한 자구책 마련을 위해 갖은 애를 써보기도 했지만 별로 건져진 소득은 없어 보인다. 식품업체든 외식업체든 결과적으로는 출혈경쟁에 의한 소모전만 치른 꼴이다. ‘앞으로는 남고 뒤로는 손해’ 보는 ‘헛장사’를 한 한해였다. 내년에도 밑바닥 경기는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 같고, 설령 풀린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변화된 소비행태로 볼 때 전에만 같지는 않을 것 같아 보이니 출혈경쟁에 따른 후유증을 업체들이 어떻게 감당해나갈지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필자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이 시점에서 업계에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싶다. 첫째, 정부를 믿지 말라는 것이다. 필자가 취재 일선에서 지켜본 결과 행정당국을 믿고 의지했다가는 실망감과 배신감만 더욱 커질 뿐이다. 식품-외식에 관한한 조변석개(朝變夕改)하듯 정책의 일관성도 없고 철학은 더더욱 없다. 언제쯤 ‘이제는 정부를 믿고 따라도 된다’고 말하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식품-외식 행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성 있게 관장하는 주무부처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정부를 믿지 말아야 하며 믿어서도 안 될 것이다.

둘째, 업계가 스스로 힘을 키우고 단합하길 바란다. 행정의 일관성이나 투명성이 확보가 되어서 예측 가능한 상황이 아닌 가운데서는 업계 스스로 멍석을 만들고, 멍석을 깔고, 그 위에서 춤판을 벌여야 한다. 자발적인 룰(rule)을 만들고, 이를 지켜나가며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도 잡초처럼 자생해왔지만 예전처럼 각개전투를 할 것이 아니라 팀워크를 발휘하라는 주문이다.

셋째, 소모적인 출혈경쟁을 하지 말고 파이를 키울 것을 주문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식품-외식업계에서는 시장규모를 키워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각자 자기 회사 입장만 생각하는 각개전투를 해왔기 때문이다. 업계의 이런 성향은 관련 협회들이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식품-외식업계에 수많은 협회들이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는 별로 없다.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합심 단결하는 의식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것이다.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경쟁업체를 칭찬하는 문화부터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2005년은 답답했지만 2006년은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신명나는 한해가 되길 기대해 마지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