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은 각성하라
농심은 각성하라
  • 관리자
  • 승인 2008.03.2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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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나는 라면을 매우 좋아한다. 대학 다닐 때 하루 두 끼를 라면으로 때웠으면 물릴 만도 한데 지금도 술을 마시고 나면 다음날 라면이 생각나는 이상한 체질이다. 군대를 갔다 온 남자라면 누구나 한밤중에 불침번을 서면서 끓여먹던 그 꿀맛 같은 라면 맛을 기억할 것이다. 요즘은 라면 제품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대중식품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특히 라면은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의 하나다. 그런 대중식품 라면을 주력제품으로 생산해내는 회사가 (주)농심이다.

지난해 농심의 연간 전체 매출은 1조5101억원, 그 가운데 라면으로 올린 매출이 1조612억원이고 스낵은 2166억원, 음료 1357억원, 기타 1867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농심의 매출액은 2004년 1조6450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회사가 실제 벌어들이는 순이익은 크게 줄지 않고 있다. 농심의 연도별 순이익을 보면 2003년 1016억원, 2004년 1306억원, 2005년 1187억원, 2006년 1129억원, 2007년 1034억원이다. 매출은 2003년 1조5217억원에서 2004년 1조6450억원, 2005년 1조6036억원, 2006년 1조5838억원, 2007년 1조5101억원으로 1조5000억~6000억원대에서 정체 내지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도 순이익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농심의 현재 주가는 18만1500원(3월 27일 종가 기준)이다. 지난해 6월 18일에는 27만700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던 지난 2004년 연말에도 23만8500원을 기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2001년 1월에 5만2000원 선에서 무려 5배 가까이 올랐었다. 세계적인 기업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20만원 선에서 43만원대로 2배 정도 상승한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지난 17일 ‘생쥐 새우깡’ 사건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 농심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8500원(4.43%) 하락했지만 그 다음날인 19일에는 6500원이 오르기도 했다. 18일부터 외국인은 농심 주식을 오히려 계속 사들였다.

이것이 농심이라는 기업의 현재 가치다. 농심이 오늘날 이렇게 알짜배기 회사가 되기까지의 일등공신은 누구인가. 바로 서민이다. 경제사정이 어려워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운 그 서민들에 의해 성장한 기업이다. 1965년에 설립돼 업계 선두 삼양라면의 독주에 맥을 못 추던 농심은 한 때 삼양라면에 회사를 넘기려고까지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1989년 삼양라면이 ‘우지파동’으로 몰락하자 어부지리로 업계 1위 기업이 된 농심이다. 우지파동이 나기 전 삼양라면의 시장점유율이 60%가 넘었는데 지금 현재 농심의 시장점유율은 70%가 넘는다.

농심의 성장세가 제품개발력 등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지만 서민 덕분에 큰 기업임에는 틀림없다. 그것도 엄청난 순이익을 내고 있으면서도 해마다 평균 8%씩(올해는 11.3%) 가격을 인상하면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왔다. 농심이 창사이래로 라면값을 내린 적은 IMF 직후인 1998년에 단 한 차례밖에 없다. 서민들의 고단한 삶은 IMF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지만 농심은 매년 라면값을 올려왔다.

라면값을 올리는 이유가 원재료가격 상승이라고 말하지만 필자가 분석한 바로는 지난 2004년의 경우 주원료인 밀가루가격이 9% 올랐지만 환율이 10%나 내려 오히려 환차익을 보는 상황인데도 ‘눈 가리고 아웅’했다. 그리고 그해 사상 최대의 매출에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거두었다.

그렇게 서민을 통해 성장했지만 농심이 서민들을 위해 사회공헌을 많이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농심의 주가가 엄청 올라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정작 서민들은 1주당 20만원에 육박하는 농심 주식을 살 형편이 못된다. 이를 두고 ‘춥고 배고픈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주식투자라도 할 여유가 있는 ‘가진 자들’의 배를 채워주고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그런 농심이 ‘생쥐 새우깡’, ‘컵라면 이물질’ 등으로 동네북이 되고 있다. 이물질 발견을 알고도 한 달이나 쉬쉬해서 도덕성까지 비난받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와 함께 공생 공존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없는 기업, 소비자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기업의 성장은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농심은 이번 파동으로 소비자들이 입은 정신적 피해까지 보상해야 할 책무가 있다.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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