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농업ㆍ식품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이명박 정부의 농업ㆍ식품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 관리자
  • 승인 2008.03.2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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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농정 키워드는 ‘기업’ ‘CEO’

3월 18일에 있었던 농림수산식품부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 내용을 보면 ‘기업’과 ‘CEO’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시군단위 유통회사를 만들고, 품목별 국가대표 조직과 대규모 농업회사를 설립ㆍ육성하며, 다른 산업분야에서 성공한 CEO를 영입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천 장관의 구상이다.

기업가,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과 정운천 장관다운 발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발상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또 실현 가능한 현실성 있는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이미 현존하는 생산자 단체인 농협을 두고 또 다른 생산자 단체를 만들고 육성하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연간 1조원 이상의 흑자를 내고 있는 농협을 개혁해 제대로 그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또 1조원 규모의 농기업 10개, 1000억원 규모의 농기업 100개를 육성하는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결국 농업ㆍ농촌의 양극화를 초래하는 또 다른 문제점을 낳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농어촌 뉴타운을 조성해 고령 농어업인의 도시 거주 30~40대 자녀들을 농어촌으로 유치한다거나, 다른 산업분야에서 성공한 임원출신 100명을 농업CEO로 영입한다는 것 등은 아이디어 차원에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실현 가능성 면에서 보면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다.

생산자 중심으로 유턴하는 농업정책

오늘날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농’과 ‘식’의 거리가 멀어져 가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식량자급률 25% 안팎, 국제곡물가격 급등에 속수무책인 현실이 이를 그대로 반영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농’과 ‘식’의 거리를 다시 좁히기 위해서는 농수축산물의 대량 소비처로 등장한 식품제조업 및 외식산업과 국내농업의 연계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고, 정부도 이에 공감해서 생산자 중심의 농정에서 소비자(식품외식기업) 중심의 농정으로 전환한다는 대원칙을 천명해왔다.

농업ㆍ농촌기본법을 농업ㆍ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으로 개정하고, 식품산업진흥법을 만들어 식품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식품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농수식품부의 올해 업무보고를 보면 농업정책이 다시 생산자 중심으로 회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시군단위 유통회사를 설립하고, 주요 품목에 대해 전국 대표조직을 만들고, 대규모 농어업회사를 육성하며, 농어업 농어촌의 성장을 주도할 핵심인력을 양성하는 등 굵직한 정책들은 모두 생산자 중심의 정책들이다.

식품산업 육성과 관련된 정책은 6대 전통 발효식품을 세계 명품으로 육성한다거나 한식의 표준화 및 세계화로 세계 5대 식품화를 추진한다는 것 등이 고작이다.

정운천 장관은 취임사에서부터 농림수산업만 강조를 했지 식품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취임사에서 ‘농림수산가족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쓰면서도 ‘식품가족’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 장관의 생산자 중심 사고의 단편을 보는 듯하다.

새 정부의 농업정책에서 식품산업은 ‘돈 버는 농어업’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멀어진 ‘농’과 ‘식’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을 대량 소비처인 식품 및 외식기업들이 많이 소비하도록 하는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 소비 없는 생산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돈’과 ‘사람’ 아닌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이명박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볼 때 100조원 가까운 돈을 넣었지만 빚은 늘고, 젊은이들은 떠나고, 희망 없는 땅으로 바뀌었다”며 그동안의 농업농촌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농업정책 역시 돈이 들어가지 않고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한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돈을 들이고도 성공할 가능성보다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은 위험한 정책들이 많다.

한국 농업의 문제는 ‘돈’과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아우르는 푸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해법이다. 이를 위해 생산자 쪽에는 어떤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며, 소비자 쪽에는 국산 농수축산물의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어떤 정책과 지원이 필요한지를 주요 정책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생산자 따로, 소비자 따로의 육성 정책은 결국 돈만 낭비할 뿐 멀어진 ‘농’과 ‘식’의 거리를 좁힐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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