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CP 적용 희망 업소를 상담하다보면 대부분이 HACCP이 마치 시설 개보수 등의 강화된 위생시설 기준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HACCP 기준’에 맞게 공장을 신축 또는 리모델링 하려면 얼마나 드는지를 문의하거나 HACCP 틀에 맞게 시설을 하기만 하면 단시간 내 HACCP 지정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HACCP 시설기준’이 무엇인가? 그런 기준이 있는가? 당연히 없다. 식품제조업을 하고자하는 영업자는 식품위생법과 이하 법령과 고시 등에서 요구하는 시설을 갖추어야 하며, 이를 제대로 갖추었다면 HACCP을 적용하기 위하여 따로 시설을 할 필요는 없다.

공장 신축의 경우 △위생적 구조, 기능적인 공간 구축, 경제적인 구조, 유연성 있는 공간 활용, 환경 대응 구조를 고려하여야 하며 △공정상 동선(물류동선/종사자동선) △공정상 발생 가능한 환경적 위해요소(물, 열, 증기, 바람, 온도, 습도, 분진 등) △교차오염(종사자, 원료, 반제품, 폐기물, 포장재, 운반기기/기구) △건축계획(배치계획, 구획계획, 동선계획, 위생지역 설계)을 고려하여 지식적 접근보다는 지혜롭게 구상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바닥이라도 공정(물 사용 여부, 무거운 것의 이동 여부 등)에 따라 바닥의 두께와 마감처리를 달리 한다면 천편일률적인 최고수준의 시공 비용을 들이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리모델링의 경우 잠재적 위해요소를 파악하여 그에 대한 예방조치나 관리조치에 필요한 부분을 인력적으로 위생관리가 가능한 부분을 제외하고 개보수를 한다면 비용절감을 할 수 있다.

HACCP를 적용함에 있어 이렇게 시설에 초점을 두다보니 필요 없는 시설투자, 과잉 시설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HACCP 적용은 돈이 많이 든다”는 오해를 낳기도 하였다. HACCP은 단순히 좋은 시설을 갖추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HACCP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그러면 시설·설비에 대한 관심은 왜 높은 것인가? 물론 시설·설비도 매우 중요하다. HACCP 시스템의 적용에 앞서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한 선행(先行)요건이 몇 가지 있다. 현재 국내의 HACCP 선행요건은 영업장 주변, 작업장 내부, 건물바닥·벽·천장, 배수 및 배관, 출입구, 온·습도관리, 방충방서 관리, 개인위생관리, 폐기물관리, 청소·소독관리, 용수관리, 보관·운송관리, 검사관리, 회수프로그램 관리 등이 있다. 이는 GMPs(Good manufacturing practices, 우수제조기준)와 SSOP(Sanitation standard operation procedure, 표준위생관리기준)를 포함한다.

GMP는 위생적인 식품생산을 위한 시설·설비요건 및 기준으로 건물의 위치, 시설설비의 구조, 재질요건 등에 관한 기준이고, SSOP는 일반적인 위생관리 운영기준으로 영업장관리, 종업원 관리, 용수관리, 보관 및 운송관리, 검사관리, 회수관리 등의 운영절차를 의미한다. GMP가 선결조건이고 그 후 SSOP이며 이 두가지 요건이 충족되었을 경우 비로소 HACCP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HACCP은 원재료부터 제조·가공하여 유통하는 모든 단계에서의 위해가 될 수 있는 요소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예방 관리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내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식중독과 연결될 수 있는 잠재적 위해요소를 제조·가공공정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분을 찾아 중점관리하고, 최종 제품의 위생과 안전을 보장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각 공정별 위해가 될 수 있는 요소마다 예방 및 관리방법을 구축하고, 끊임없이 시스템을 관리함으로써 예방방법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어 최고의 위생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HACCP≠시설’이라는 것을 알고 HACCP을 적용한다면 에어샤워나 설치하고 시설개보수만으로 HACCP을 완수하였다고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각 식품회사는 기본적인 시설과 위생절차, 방법을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소프트웨어로 HACCP 시스템 적용 및 시스템 유지를 잘 하여 매스컴에 ‘식품안전 성공사례’의 보도가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