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께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께
  • 관리자
  • 승인 2008.04.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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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장관으로 취임하신지 벌써 한 달이 지났군요. 어떻습니까? 농업 CEO로 활동하시다가 농업과 수산업, 식품산업을 총괄하는 거대 부처의 수장 역할을 하시는 것이.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각료 중에 유일한 CEO 출신이라서, 특히 ‘성공한 CEO’라기에 장관님에게 쏠리는 이목이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장관으로 임명됐을 때의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더군요. 농업에도 경영마인드를 도입해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기대를 많이 하는 편이었지만, 반대로 행정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지금처럼 어려운 난제를 제대로 풀어갈 수 있겠는가 라며 우려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쩌죠. 한 달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는 기대보다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들리니 말입니다.

우려의 목소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장관님이 내놓은 정책에 대한 우려이고, 다른 하나는 장관님의 행동거지에 대한 우려입니다.

우선 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장관님은 취임사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돈 버는 농어업’을 강조하면서 연간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시군단위 유통회사 100개를 설립하고, 주요 품목의 국가 대표조직을 육성하며, 대규모 농어업회사 설립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더군요. 특히 농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도시로 나가있는 30~40대 젊은 층을 농촌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정책과 다른 산업분야에서 성공한 임원 출신을 농업 CEO로 영입하겠다는 내용도 색다른 정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색다른 정책들의 타당성이나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의문을 표시하거나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더군요. 하나만 지적하자면, 연간 매출 1000억원이 넘는 시군단위 유통회사 100개가 새로 생기면 이들 회사의 연간 총매출은 10조원이나 됩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연간 농산물생산액이 고작 40조원도 안되는데 그 중 새로 생긴 유통회사들이 10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25%를 차지하는 셈이죠. 유통회사가 새로 생긴다고 해서 생산액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테고, 그렇다면 결국 기존 유통시장을 잠식하는 꼴이 되지 않겠습니까. 기존의 유통회사들은 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겠죠.

장관님의 정책을 뜯어보면 ‘기업형 농업’, ‘CEO 농업’이 핵심 키워드이더군요. 자유무역시대에 농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런 정책이 필요할지 모르겠지만 ‘기업’과 ‘CEO’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농업과 농촌에도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 농업 농촌의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유념하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장관님이 내놓은 정책들은 또 다분히 생산자 중심의 정책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날 국내농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농’과 ‘식’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식품외식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사용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현실에서 농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식품외식산업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식품외식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그래서 지난 참여정부에서 식품산업진흥법을 만들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농림부를 농림수산식품부로 바꾸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장관님의 정책들은 다시 생산자 중심으로 회귀하는 것 같아 유감입니다.

다음으로 장관님의 행동거지에 대해 한 마디 하겠습니다. 장관님은 취임 이후 공식적인 행사장이나 산하 기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특강’이라는 이름으로 강의를 많이 하시더군요. 그것도 주최 측의 요청이 없는데도 나서서 하시는 경우가 많다면서요. 장관이 특강을 하는 것도 모양새가 좀 그렇지만, 특강 내용이 주로 장관님이 ‘성공한 CEO’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듯한 자화자찬 식의 내용이 많다는 지적이 많아 꼬집고 싶습니다. 더욱이 걱정인 것은 장관님의 입에서는 나와서는 안 될 부적절한 표현들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본지가 최근 ‘정운천 장관의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기사를 보도한 후에 다소 조심하시는 듯하다니 다행입니다만 앞으로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하실 일도 많은데 이명박 정부의 임기 5년 동안 장관직을 수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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