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천심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 관리자
  • 승인 2008.04.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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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면서 ‘민심은 천심이다’는 말이 진리임을 새삼 절감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이방호씨와 이재오씨가 낙선하는 것을 보면서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 힘인가를 깨닫는다.

이재오, 이방호씨가 어떤 사람들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의 측근이다. 특히 이방호씨는 한나라당의 사무총장으로서 당내 실세 중의 실세요, 이번 총선의 공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이 농업고등학교 출신의 농민운동가이자 지역구에는 처음 출마하는 강기갑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오만함의 굴복이다.

당내 실세로 정적(政敵)인 친박(親朴) 인사들을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인사들은 보란 듯이 당선됐다.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야당인 통합민주당의 실세인 손학규 대표나 정동영, 김근태 등이 줄줄이 낙선한 것을 보면 이방호, 이재오의 낙선은 그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의 평소 행세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세가 무엇이 문제였기에 민심은 그들을 버렸는가. 한마디로 말하면 오만방자함이다. 집권여당의 실세로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힘 있는 실세’로 인식돼서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될 줄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는 것이 선거결과가 말해준다.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대다수 국민을 소비자로 하고 있는 식품업체도 민심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이 곧 소비자요, 그들의 생각이 곧 민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식품업체들의 행태를 보면 한나라당의 이방호, 이재오 꼴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지난 4일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대기업 CJ제일제당의 김진수 사장이 제주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형식은 유기농식품 시장 진출을 발표하는 간담회였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그보다는 밀가루 가격 추가 인상 여부에 쏠린 모양이다.

김진수 사장은 이 자리에서 “밀가루 사업을 통해 많은 적자를 보고 있다”며 밀가루 값의 추가 인상 계획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특히 “지난 10여년의 저(低)곡물가 시대는 끝나고 전 세계가 고(高)곡물가에 대비하고 있다”며 “이제 식품가격이 높은 시대에 진입한 것을 인정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의 52개 생필품의 물가관리 정책에 대해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그의 이런 발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제곡물가격 급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하소연으로 들릴 수도 있고, 물가잡기를 국정 최대 현안으로 삼고 있는 이명박정부를 상대로 반기를 드는 ‘자신감’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이도 저도 아닌 오만함이다. 국민의 생활이야 어떻든 정부의 경제정책이야 어떻든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기업의 이익만 생각하는 오만한 이기주의적 발상이다.

CJ제일제당이 어떤 기업인가. 국민의 식생활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기업이다. 대한민국 가정 중에 CJ제일제당의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기업은 아마 한 가정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설탕, 밀가루 등 대부분의 제품을 수입해서 돈벌이를 해온 기업이다. 그동안 저(低)곡물가에다가 저(低)환율의 수혜를 고스란히 챙겨왔지 않은가. 그런 기업이 최근 국제 밀 값이 좀 올랐다고 해서 지난해 9월 13~15%를 인상한데 이어 12월에도 24~34%나 인상했는데도 또 올리겠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고객이나 마찬가지인 기업이, 국민이 어려울 때, 국가 경제가 어려울 때, 그래도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기업이 먼저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한 데라는 생각을 하면 아쉽기 그지없다.

이 시점에서는 “업체 입장에서도 어렵지만 그동안 CJ제일제당을 사랑해준 국민들을 생각하고, 새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당분간 제품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국내 1위 식품업체가 취할 태도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있듯이 잘 나갈 때 잘 해야 한다. 그래야 잘 나가던 이방호, 이재오씨처럼 되지 않는다. CJ제일제당의 ‘유권자’인 국민들은 말은 않지만 지금도 CJ제일제당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한 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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