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분업계 밀가루 가격인상 유감
제분업계 밀가루 가격인상 유감
  • 관리자
  • 승인 2008.04.2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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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삼분(三粉) 폭리사건’이란 것이 있었다. 시멘트와 밀가루, 설탕 등 3개 가루 품목을 생산하는 소수의 독과점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가격을 인상해 폭리를 취했던 사건을 말한다. 당시 10여개 밀가루 업체들은 담합을 통해 가격을 당시 고시가격의 3배까지 인상해 100억원 이상의 폭리를 취했다. 1963년에 100억원이니 지금의 화폐가치로 따지면 천문학적인 폭리를 취한 것이다.

독과점을 형성했던 설탕과 시멘트 업계 역시 고시가격의 3~4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조작했고 세금까지 포탈해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독과점 문제가 국민의 관심을 끌게 됐고, 이는 공정거래법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제분업계는 2006년에도 담합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적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6년 4월 밀가루 물량과 가격을 담합한 대한제분과 동아제분, CJ제일제당(당시 CJ), 한국제분, 영남제분, 대선제분, 삼양사, 삼화제분 등 8개 업체에 과징금 434억1700만원을 부과하고 6개 법인과 대표 5명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가격 인상폭 밀가격 인상보다 높아

제분업체는 1960년대나 지금이나 그 업체가 그 업체다. 예나 지금이나 몇몇 업체가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꼴이다. 그리고 이들 업체들은 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정부의 분식장려정책의 최대의 수혜자들이었다. 이들 업체들이 엄청난 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먹을거리와 직결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업체들이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즉각적으로 밀가루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경우로 따지면 지난해 9월에 13~15%, 12월에 24~34% 두 차례에 걸쳐 인상했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렸다. 올해 또 동아제분이 지난 21일 17~28%를 인상한데 이어 업계 전반이 줄줄이 올릴 태세다. 국제 밀 가격이 지난해 4월에 비해 70% 이상 올랐다고 치더라도 지난해부터 올린 가격인상의 최고치를 모두 합치면 1년 동안 77%의 가격인상을 한 셈이다. 그동안 폭리를 취해온 업체들이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심보로 밀가루 가격을 올리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과거 담합행위로 부당이득을 취해온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더구나 밀가루는 이명박 정부가 연초부터 치솟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특별히 선정한 52개 생필품의 대표적인 품목이다. 정부가 생필품을 특별히 관리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국민의 먹을거리와 직결된 사업을 통해 오래 동안 이익을 챙겨온 기업으로서 국민들이 고통 받을 때는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은 이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상습적 담합의혹 지울 수 없어

이번 밀가루 인상도 보면 담합의 인상이 짙다. 그동안 항상 앞서 가격을 인상해온 업계 맏형격인 CJ제일제당이 바람을 잡고, 실제 인상은 동아제분부터 단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CJ제일제당의 김진수 사장은 지난 4일 제주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52개 생필품 물가관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까지 하면서 조만간 밀가루 가격을 인상할 방침임을 내비췄다. 그로부터 보름여 만에 동아제분이 가격인상을 단행했고, 다른 업체들도 조만간 줄줄이 인상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밀가루가격의 인상은 밀가루를 주 원료로 하는 다른 식품의 가격인상 도미노를 초래하게 되어 있다. 라면, 자장면, 국수, 빵, 과자 등 대표적인 국민 식품이 연초 인상된데 이어 이번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인상으로 또 한 차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분업계는 일종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동안 정부의 분식장려정책에 힘입어 어떻게 보면 손안대고 코풀 듯이 편안하게 사업을 해왔다고 할 수도 있고, 몇 차례의 가격담합 행위까지 적발돼 기업윤리나 도덕성에도 문제가 많은 기업들이라면 이런 때 국민과 국가를 위해 공헌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들 업체들은 이번에 가격을 인상할 때 환율 상승을 또 하나의 이유로 덧붙였다. 거꾸로 묻는다. 지금의 환율이 예전에 비하면 얼마나 낮은 수준인가. 그렇다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00원이 훨씬 넘던 고환율일 때 비해 환율이 1000원 밑으로 떨어져 수입업체들이 환차익을 볼 때는 밀가루 가격을 내린 적이 있는가. 사람이나 기업이나 염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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