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 진입장벽 만들어야
외식 진입장벽 만들어야
  • 관리자
  • 승인 2008.05.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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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2년 전부터 외식업을 하겠다며 필자를 찾아와 가끔 상담을 했던 어느 분이 최근 드디어 서울 청계산 자락에 가든형 오리전문점 문을 열었다. 아마 음식점을 하는데 그렇게 조사도 많이 하고 나름대로 연구도 하며 오랜 시간 뜸을 들인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한 때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제조업체를 경영한 경험이 있는 그는 사업에 실패한 후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외식업에 걸겠다는 ‘꿈’과 ‘야심’을 갖고 돌다리도 두드리듯이 사업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 문을 열자 말자 오리전문점에게는 치명적인 AI가 발생해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주변에 외식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지인 중에 50대 중반의 한 여자 분은 얼마 전 필자를 찾아와 2억 원으로 할 만한 아이템이 뭐냐고 물었다. 중국에 유학 가 있는 아들에게 학비를 보내는 일이 만만치 않다면서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하라고 할 수도 없고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난감했다.

우리 회사 모 직원의 부모님도 외식업을 하려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오래 동안 제조업을 해왔다는 그 분들도 제조업을 하는 것이 이제 지긋지긋했던지 외식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딸이 외식 관련 회사에 다니니 뭘 좀 알아보라고 했었는데 딸이 반대를 하자 처음에는 의지를 꺾는다고 화를 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본인들이 직접 이래 저래 알아보고서는 외식업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포기했다는 이야기다.

외식업에 뛰어들고자 하는 사람들 중 학교에서 외식을 전공한 일부 젊은 세대를 제외하고 나이가 많은 분들은 대부분 외식업을 인생의 마지막 직업으로 생각한다. 잘 나가던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퇴직을 해서 퇴직금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다는 사람이나 다른 사업에 실패해서 더 이상 할 것이 없는 사람이거나 그렇다. 그런데 쉽게 생각하고 시작은 하지만 끝은 대부분 좋지 않다. 음식점을 개업해서 1년 만에 폐업하는 업소가 30%에 육박한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예전에는 ‘음식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말을 했지만 이제는 ‘음식장사 하면 망한다’는 말을 해야 할 지경이다. 국내 굴지의 외식기업들조차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3.94%에 불과하다는 통계에서도 외식업을 해서 돈을 벌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물며 기업형에 비하면 경쟁력이 약한 생계형 업소야 이루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외식업을 해서 돈을 벌기가 쉽지가 않고 망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통계까지 나와 있는데도 외식은 여전히 창업 희망업종 1위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일을 어찌해야 옳은가. 필자는 외식업 진입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런 주장을 하면 혹자들은 시대역행적이라면 고개를 흔들지만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허가제까지는 아니라도 사전 교육 강화나 위생안전 시설 요건의 강화 등을 통해 아무나 쉽게 외식업을 시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내가 이런 주장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인구 대비 음식점 수가 너무 많다. 그래서 경쟁이 치열하다. 그래서 망하는 업소가 속출한다.

그런데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외식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생의 마지막 직업으로 선택한다. 이들이 음식점을 하다가 망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더 이상 할 것이 없다. 인생의 패자로 남는다. 그리고 국가는 그들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회악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식업에 진입장벽을 만듦으로써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막는다는 비난을 받는 것보다도 실패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오히려 났다는 뜻이다. 창업과 실패, 이로 인한 인생 낙오자의 양산과 사회적 비용 증가라는 ‘사회악’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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