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선 한우전문점 생존방안 있나
위기에 선 한우전문점 생존방안 있나
  • 김병조
  • 승인 2008.05.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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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높이고 유통구조 줄여 가격거품 빼야
개업한지 10년이 넘은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우 전문 A식당은 일 매출이 예전에 비해 20% 가량 떨어졌다. 광우병 괴담 여파가 미국산 쇠고기를 쓰지 않는 한우 전문점에까지 파급을 끼치면서 손님들이 발길을 뚝 끊은 것이다.
A식당 관계자는 “광우병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쇠고기에 대한 기피현상까지 낳고 있다”며 “수입 쇠고기가 문제면 한우 소비가 늘겠지 했는데 기대가 완전히 빗나갔다”고 하소연했다. 비단 이러한 사항은 A식당만의 일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광우병 괴담파동으로 인해 한우 전문점들의 매출에 적잖은 피해가 왔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은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이 재개되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한우 전문점업계 분위기는 그야 말로 초상집이다.

●경쟁력상실 최대 책임은 ‘한우전문점’
업계 전문가들은 광우병 괴담으로 한우 전문점들이 몸살을 앓는 것에 대해 일차적인 책임은 한우 전문점들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한우와 광우병이 관계가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며 “수입산을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해 신뢰를 잃은 한우 전문점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약청과 농관원은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했던 지난해 3월, 7월, 11월 세 차례에 걸쳐 한우 원산지 표시 단속을 벌인 결과 평균 17.5%의 업장이 위반한 것으로 적발돼 외식업소에서 한우 원산지 표시가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한우 브랜드 육성 실패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계육의 경우 ‘하림’, ‘마니커’, ‘체리부로’ 등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브랜드들이 비교적 잘 육성돼 있는 반면 한우는 일본의 ‘마쯔사카’, ‘와규’, 미국의 ‘블랙엥거스’처럼 브랜드화에 실패, 소비자들에게 쉽게 믿음을 줄 만한 상품이 없다. 이 때문에 한우 전문점들도 고객들에게 한우라는 신뢰성을 줄만한 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한국인의 쇠고기 소비경향도 한우 전문점의 경쟁력 약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소비자들 대부분은 한우의 등심, 갈비 등 일부 주요부위만을 즐기는데 이러한 소비경향이 주요 부위에 대한 품귀현상을 발생시켜 한우의 가격인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1++등급에서 나왔다고 해도 등심 및 갈비 외의 부위는 가격을 낮게 측정하는 소비문화가 보편화돼있는 것도 문제다. 아무리 좋은 한우로 만든 설렁탕이라도 가격은 6000원, 불고기도 1만원이 넘을 수가 없다는 것인데 이러한 소비문화가 한우 전문점들의 생산성을 낮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복잡한 축산 유통구조도 한우의 가격 거품을 발생시켜 한우 전문점들의 시장경쟁력을 약화 시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우의 경우 농가에서 매장에 오기까지, 중매인, 도매상, 중간상인, 판매장 등을 거치며 가격이 대폭 인상된다. 또한 유통과정이 복잡한 만큼 소비자들은 원산지 표시에 대한 믿음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생산이력제 도입, 유통구조 혁신이 대안
이를 종합해 볼 때 업계 전문가들은 한우 전문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우를 쓴다는 고객의 믿음을 이끌어 내야 된다고 입을 모은다.
농경연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들이 한우의 경우 미국산 가격의 110%, 호주산은 미국산 가격의 10%를 더 지불할 의향을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만을 봐도 한우의 신뢰성이 바탕만 된다면 한우 전문점들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지난해 300㎡ 이상의 쇠고기 구이전문점에 적용하고 있는 원산지 표시제를 100㎡ 이상에서, 다시 모든 음식점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이러한 맥락이다.
여기에 더해 업계 전문가들은 사육 장소와 연락처는 물론 도축 정보와 등급판정 확인서 등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생산이력제를 도입, 한우의 신뢰성을 뒷받침만할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생산이력제를 바탕으로 ‘종자’를 특성화 시킨 한우 브랜드육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
일본의 와규, 미국의 블랙엥거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쇠고기 브랜드들은 모두 명품 종자를 상품화시킨 사례로 국내 또한 한우를 ‘횡성한우’, ‘안동한우’ 등 지역명으로 구분 짓기보다 순수 고급한우 혈통을 찾고 종자를 브랜드화 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러한 종자들은 미국과 일본처럼 자국의 중요가치로 연결시켜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 및 지원을 실시해야 소비자들에게 한우 신뢰도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한우를 취급하는 한우 전문점을 인증하는 한우 판매 인증제를 더욱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우의 직거래도 한우 전문점 활성화 방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횡성 등 한우 직거래 장터에서 운영되는 매장들은 광우병 괴담이 퍼지자 오히려 매출이 15%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거래 매장의 경우 고객에게 한우를 쓴다는 믿음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고기전문점보다 신뢰를 더욱 쌓을 수 있다.
특히 직거래 매장의 경우 농가와 생산자가 직접 거래를 하기 때문에 유통단계가 줄어들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쇠고기를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다.
●장인 마케팅, 양념육·부위육 활성화도 방안
이외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한우 전문점들도 다양한 마케팅 차별화를 시도해야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항하는 한우 전문점을 운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선 국내 쇠고기 소비문화가 일부 부위에 국한된 점을 보았을 때 ‘부위육’과 이를 활용해 만든 ‘양념육’ 활성화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양념육’이 고객들에게 푸대접을 받는 것은 한우 전문점들의 노력이 미비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불고기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좋은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외식업소들이 불고기를 조리할 때 저가의 육우를 사용하다 보니 고객들이 전반적으로 불고기란 메뉴를 저급메뉴로 치부하게 됐다. 이러한 영향으로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들이 양념육을 불고기와 같은 저급 메뉴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어 양념육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만큼 양념육의 좋은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배즙이 들어간 한우 양념육의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며 “일본의 불고기인 야끼니꾸가 한국에서 고급음식으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을 교훈삼아 양념육도 고급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위육’도 덩어리가 아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슬라이스 판매’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맛있는 고급육이라는 인식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업계 전문가들은 ‘장인정신 마케팅’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한우로 만든 설렁탕, 갈비탕 등이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장인이 만들었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특성이 장인이 만들었다면 금액을 더욱 지불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업계가 먼저 나서서 쇠고기도 돼지고기처럼 직접 구워서 먹는 문화를 보편화 시켜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우 전문점의 경우 직접 구워서 먹기보다 점원들이 구워서 서비스 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인건비가 필요이상으로 들어간다는 취약점이 있다.
그러나 직접 구워서 먹을시 취향에 맞게 더욱 좋은 고기 맛을 즐길 수 있는 만큼 직접 구워서 먹는 방식을 고객에게 적극 홍보하고 인건비를 줄여 식단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업계 전문가들은 “고급 한우 전문점은 품질과 높은 서비스를 지향해야 하며 저가 한우 전문점은 품질과 원산지 표시제를 강화 하는 것을 우선으로 둬야 한다”며 한우 전문점 육성 방안 등을 제시했다.
장유진 기자 yujin78@

인터뷰

한우의 생존법칙 “브랜드 육성‧세계화”
벽제외식산업개발 김영환 회장

벽제갈비를 주력브랜드로 운영하는 벽제외식산업개발의 김영환 회장<사진>은 최근 광우병 괴담으로 한우가 몸살을 겪는 것은 무척 뼈아픈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자부하는 토종 한우가 이런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한우의 푸대접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한우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며 단지 광우병 괴담으로 그치기에는 문제에 심각성이 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한우 시장 활성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시금 연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광우병 괴담으로 국민의 신뢰성을 쉽게 잃어버린 한우.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하는지를 한우 전문점 인생외길을 걷고 있는 김영환 회장에서 물어보았다.

신뢰 쌓는다면 한우전문점 승산높아
한식세계화 발맞춰 한우 수출길 열어야


김 회장이 내세우는 한우의 경쟁력 활성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명품 한우의 품종을 브랜드화 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우를 세계화 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는 우선 한우의 우수성을 내세울 만한 ‘품종’을 개발하고 브랜드화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에 따르면 현재 국내의 경우 한우 브랜드들은 대부분 지자체를 통해 육성되고 있는데 홍보부족과 브랜드 난립 등의 이유로 소비자들의 믿음을 살 수 없다.
이 때문에 생산지역을 강조하기 보다는 진정한 한우 맛을 낼 수 있는 ‘품종’을 브랜드화 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는 관리감독을 더욱 잘할 수 있는 정부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일본은 예전부터 ‘마쯔사카’나 ‘화우’ 등의 품종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브랜드화시켰고 이러한 결과 이들 소들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며 “국내 한우의 제대로된 맛을 즐길 수 있는 품종임을 알 수 있도록 ‘종자’를 브랜드화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서 “국내도 국제적 개방 정세에 대비해 한우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고급육 연구를 지속해 왔던 만큼 고급육에 대한 품종 개발은 어느 정도 수준급에 와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는 이러한 연구자료를 토대로 생산된 품종들을 브랜드화 시켜 한우 품종의 브랜드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회장은 브랜드화가 이뤄진다면 다음으로 한우의 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해 보는 것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한우가 미국, 일본의 쇠고기에 비해 품질이 월등하기 때문에 다소 고가라도 프리미엄 전략을 쓴다면 시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구제역으로 인해 수출이 어렵다면 수출할 수 있는 국가를 먼저 찾아서라도 일단 진출을 시키고 한우를 맛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이렇게 김 회장이 한우 수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한식 세계화와 명목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최근 중국정부의 요청으로 중국에 진출했지만 한우의 수입이 금지돼 있어 어쩔 수 없이 일본의 와규를 쓰고 있다”며 “정부는 정작 한식 세계화를 시도하면서 한식에서 가장 중요한 한우의 수출 길을 열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우의 수출로 해외시장에서 한우 전문점들이 활기를 찾으면 공급망이 확대되어 결과적으로 축산농가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을 기회로 한우도 수출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외에도 한우를 다룰 수 있는 인재의 부족도 한우 육성에 걸림돌로 작용된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현재 한우 전문점에 들어올 인재들이 턱없이 부족한데 이러한 현상이 결국 한우의 경쟁력 약화로 나타난다”며 “이 때문에 벽제갈비는 향후 대학 내에 벽제갈비학과를 설립해 인재를 육성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미국산 쇠고기 개방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유입에 따라 쇠고기 시장이 활성화 되면 프리미엄 전략을 쓰는 한우 전문점과 수입산을 쓰는 저가 쇠고기 전문점간의 비교가 뚜렷해지면서 시장이 양분화 되는 현상이 나타나 소비자 신뢰만 쌓는다면 결과적으로 한우 전문점들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한편 김 회장은 정부가 투자하는 한식 세계화에 대해서도 몇 가지 조언을 했다.
우선 공무원들 중에 외식업 전문가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식품외식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농식품부에 외식산업과 관련한 전문가가 전무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또한 전문성을 갖춘 중소기업 위주의 지원책이 없고 해외 진출 기업에 대한 선별적인 지원이 적다는 점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현재 정부의 한식세계화 지원이 중소외식기업에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며 “외식대기업보다 좀 더 능동적으로 시장에 대처할 수 있는 외식중소기업까지 육성 할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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