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신문을 볼 때마다 식량위기와 기부문화에 대한 글을 보면 무조건 가위로 오려 스크랩을 하고 있다. 특히 기부문화와 관련된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 비해 기부에 인색한 우리국민이나 기업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최근에는 우리국민이나 기업들도 기부를 포함한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며, 그 또한 자발적이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창간 12주년을 맞아 식품외식기업들은 도대체 어느 정도의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사회공헌활동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해봤다. 매출 100억 원 이상 기업 6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배포했다. 그런데 답변서를 보내온 기업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29개에 불과했다. 담당자들이 귀찮아서 답변을 하지 않은 기업도 없지 않겠지만 답변서조차 보내지 않는 기업들은 아예 사회공헌활동을 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기업들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답변서를 보내온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도 다른 산업분야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란 것을 알고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다른 산업분야도 미미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는 조사결과가 나를 실망시켰다. 특히 식품외식기업들은 불특정 다수의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돈을 벌고, 그들에 의해 기업의 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국민들의 다소비 품목인 라면, 과자, 술, 음료, 우유 등을 만들어 팔고 돈을 버는 기업이 식품회사다. 그리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하루에 한 끼는 외식업소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그래서 커는 기업이 외식기업이다. 그런 식품외식기업들은 다른 산업분야보다도 더 많은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실망감이 더 크다.
식품외식업체 관계자들은 ‘사회공헌은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경영주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의 차이지 기업규모와는 상관이 없다. 이번 조사에서도 매출액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활동 비용을 가장 많이 사용한 무학의 경우가 이를 증명해준다.
무학은 최재호 대표이사가 사회복지에 관심이 매우 많은 사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최위승 창업주가 1985년도에 경남지역에서는 최초로 장학재단인 무학문화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사업을 이어받은 최재호 대표이사가 현재 이사장직을 맡아 선친의 유고를 이어가고 있다. 최재호 대표이사는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아 2006년 2월에 한국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까지 획득했다고 한다.
무학은 장학재단 외에도 회사 직원들이 무학가족지원봉사단을 운영하며 각 분기마다 경남 일대의 사회복지시설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소주시장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 보니 이러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지역민들의 성원이나 애정에 보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러한 사회공헌활동 결과 회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높이는데 효과가 크며 제품의 판매 촉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의 사회공헌이 그냥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것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1971년 유한양행 창업주 유일한 박사는 세상을 뜨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모든 재산을 공익법인에 환원하겠다”고 적은 유언장을 남겼기 때문이다. 창업주의 유지를 받들어 현재의 유한킴벌리도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리고 국민은 그런 기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어떤 외식업체 사장이 자신의 성공비결에 대해 묻는 질문에 “푸짐하게 퍼주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주면 돌아오게 되어 있다. 식품외식업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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