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의 전제조건
한식 세계화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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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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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한식 세계화 추진 전략의 밑그림이 어느 정도 완성되어 가고 있는 모양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4월 3일 한식 세계화 포럼을 만들어 1차 회의를 한 이후 실무 추진단이 네 차례의 회의를 했고, 지난 10일 2차 포럼을 거치면서 서서히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눈에 들어온 한식 세계화 밑그림을 보면 이렇다.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한다는 것이 비전이다. 이를 위해 ‘For your well-being, Enjoy Hansik’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세계적으로 웰빙 열풍으로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는 가운데 한식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강조한 홍보를 통해 한식 세계화를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한식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현지화를 추진하고, 조리법 표준화를 기본 레시피로 활용하면서 우수한 향토음식을 발굴해 상품화 하며, 한식의 고급 이미지를 홍보하는 한편 브랜드 한식당을 육성하고, 한식을 고품격 문화상품으로 만든다는 것이 추진전략이다.

이같은 추진전략을 바탕으로 인프라 구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마케팅 강화를 통한 수요 확대가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한식 세계화를 위한 정책방향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식 세계화를 위한 지원조직을 구성하고, 한식당 통계조사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전문 한식교육기관 및 한식조리사 육성 지원을 강화하며, R&D 강화로 한식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한식당 고급화를 통해 한식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며, 한식의 우수성을 홍보해 건강식이라는 이미지를 확립하며, 한식과 어울리는 다양한 문화상품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2007년 현재 1만개로 추정되는 해외 한식당 수를 2012년에 2만개, 10년 후인 2017년에는 4만개로 확대한다는 것이 한식 세계화의 목표다. 또 외국인의 한식 인지도가 5위권으로 진입하도록 한다는 것도 목표다. 정부의 이같은 한식 세계화 추진 계획은 오는 10월쯤 ‘한식 세계화 선포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될 전망이다.

정부의 생각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연히 그렇게 되길 바란다. 그러나 정부가 그리고 있는 한식 세계화의 밑그림을 보면서 왠지 정물화가 아니라 추상화라는 느낌을 받는다. 있는 사실, 즉 현실이 도외시된 느낌이 든다. 그 현실이 뭔가. 국내에서의 한식의 위상과 경쟁력이다.

2017년까지 해외에 4만개의 한식당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외국인들의 접점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고급호텔에서조차 한 두 곳을 빼고 한식당이 모두 사라졌다. 롯데호텔 등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호텔도 운영에 어려움이 많아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 뿐인가. 앞으로 한국 외식산업을 이끌고 나갈 젊은 학생들도 한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 대학교수들의 전언이다. 한식의 우수성을 알리며 세계화 하겠다고 하지만 한국의 젊은이들은 과연 한식의 우수성을 얼마나 알고 있으며, 또 얼마나 이용하고 있는가. 위상은 물론 전망도 어둡다는 것이다.

경쟁력도 문제다. 한식이 다른 메뉴에 비해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창업을 하는 업종이지만 수익 면에서는 다른 업종에 비해 좋지 못하다는 것이 현장 경영주들의 목소리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식의 진수를 맛보게 해줄 수 있는 번듯한 한식당이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한국에 관광을 와서 한식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실망을 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 해외 현지의 실태를 조사하고 고급화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이전에 국내에서의 한식의 위상과 경쟁력, 특히 무엇이 문제인가를 제대로 조사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한식이 홀대받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데 해외에서 한식당의 수를 늘리고 고급화를 통한 경쟁력을 높여본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한식에 매료되어 다시 한국을 찾고 싶고, 나아가서 자기 나라에서도 한식당을 찾아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가 아닌가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부터 한식의 경쟁력을 높이고 제대로 위상을 정립하도록 하는 것이 한식 세계화를 위한 진정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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