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발효 세계의 주범, 메주
신비로운 발효 세계의 주범, 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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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03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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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병 호 을지대 식품과학부 교수
메주는 우리나라 된장, 간장, 고추장과 같은 전통장류의 제조에 발효원으로 사용되며, 그 품질이 장의 맛과 위생적인 지표를 결정하는 중요한 발효소재이다.

메주가 우리 문헌상에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삼국사기 신문왕(683) 편이다. 신문왕이 김흠운의 딸을 왕비로 삼을 때 예물로 보낸 품목 명세 속에 메주가 들어 있었다 한다.

또 고려사 현종 9년 (1018)에는 거란의 침입으로 백성들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고생하자 소금과 장을 나누어 주었다는 기록이 있고, 문종 6년 (1052)에도 개경의 굶주린 백성 3만명에게 메주를 내렸다는 글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콩과 관련된 식품으로 삶은 콩 발효식품에는 간장, 된장, 청국장, 고추장 등이 있고, 가공식품으로는 두부가 주로 생산되고 있다. 이러한 발효와 가공은 우리의 중요한 단백질원인 콩에 대한 가공을 통한 단백질의 저장방법으로 발달된 식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미생물의 세계가 펼쳐진 것은 1677년 안토니 반 레벤후크가 세균의 세계를 처음으로 관찰한 후부터이며, 1861년 그 유명한 파스퇴르의 고깃국이 든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이다.

즉, 썩은 식품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은 공기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에서 유래된 것이며 따라서 공기 중에 노출된 모든 물질에는 이런 종류의 미생물이 유입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실험이 그 유명한 ‘생물은 생물로부터 발생한다’는 생물속생설이다. 이 후부터 식품발효학이 급속히 발전하였는데, 이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미생물의 세계를 모르는 채 이를 이용해 왔다는 것이다. 경험을 통한 선조들의 지혜로 생각된다.

메주의 제조 방법은 가정별, 시기별, 지역별로 차이가 있어 이에 따라 제조된 장류의 맛과 향이 각양각색이며 또한 전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메주의 원료도 대두를 사용하지만 지역에 따라 찹쌀, 보리, 밀 등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재래식 제조방법은 메주콩을 돌과 벌레 먹은 것을 골라내고, 물을 붓고 물에 담가 불린다. 다음 큰솥에서 푹 삶는데, 끓어 넘쳐도 뚜껑을 열지 말고 삶아, 붉은 빛이 돌 때까지 잘 익도록 한다. 처음에는 센 불로, 넘치면 불을 줄인다.

삶은 콩을 소쿠리로 건져 물기를 빼고 돌절구나 멧돌을 이용하여 콩알이 안 보이게 곱게 잘 찧는다. 절구통이 없는 요즘 마대자루에 삶은콩을 넣고 그 위에 비닐봉지로 덮은 다음 콩알이 안보이도록 밟아 으깨어준다. 덜 으깨어진 콩은 손으로 더 으깨어준다. 손으로 뭉쳐서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다지면서 적당한 크기, 적당한 모양으로 메주 모양을 만든다.

두어달 정도 볏짚위에 말리고 새끼줄로 엮어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서 매달아놓고 메주를 띄운다.

개량식 제조방법은 삶은 콩에 밀가루와 종곡(황국균)을 첨가하여 습도와 온도가 잘 조절된 발효실에서 띄워 만든다. 재래식 메주는 콩만으로 만들고 간장과 된장 겸용으로 쓰이지만 개량식 메주는 간장용과 된장용을 구분하여 별도로 만든다.

재래식 메주를 성형하여 건조, 발효하는 과정에서 곰팡이(거미줄곰팡이, 누룩곰팡이 및 푸른곰팡이 등)이와 세균(주로 고초균)이 자라면서 발효가 일어난다.

즉, 착생된 미생물이 콩의 성분을 분해할 수 있는 단백질분해효소(protease), 전분분해효소(amylase) 및 지방분해효소(lipase)를 분비한다. 간장발효 시에 고유한 맛과 향기를 내는 미생물(내염성효모 및 세균)이 더 번식하는데, 이들 미생물 효소가 간장, 된장 제조 시 신비한 발효 세계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맛이 좋으려면 메주를 잘 띄워야 한다. 요즘은 직접 메주를 띄워 장을 담그는 가정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이며, 필요한 만큼 메주를 사서 장으로 담그기도 한다.

장맛을 좌우하는 좋은 메주 고르기 요령을 보면,

재래식 메주 ▶ 메주 겉은 딱딱하고 속은 말랑한 것이 좋다. 곁이 거무스름하거나 끈적거리면 좋지 않고 메주의 색이 원래 콩 빛깔 그대로면 덜 뜬 것이다. 메주색은 붉은빛이 도는 황색, 즉 밝은 갈색이 나게 뜬 것이 좋다. 잘 뜬 메주의 곰팡이는 흰색이나 노란색을 띠어야 좋은 것이며 검은색이나 푸른빛이 도는 것은 잡균이 번식한 것이다. 개량식 메주

▶ 요즘 들어 밀가루와 쌀가루를 섞어 삶은 콩에 황국균(아스페르길러스 오리재)을 넣은 개량 메주를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개량 메주는 콩을 삶아 종균을 접종하고 7일 정도 발효시키는 간편한 방법으로 생산된 것으로 단맛이 많아 간장은 달지만, 된장은 재래식 맛의 풍미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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