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육성 제대로 하려면
전통주 육성 제대로 하려면
  • 관리자
  • 승인 2008.07.0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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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뭔가? 소주인가 맥주인가 막걸리인가? 소비량이나 판매금액으로 따지면 맥주가 단연 1위지만 맥주를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라고 할 수 없다. 소주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국내 주류시장에서 고작 3%를 차지하고 있는 막걸리를 한국 대표 술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고급음식점에 와서 한국 대표 술이 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하나. 맥주라고 할 수도 없고 소주라고 할 수도 없고, 고급 음식점에서는 팔지도 않는 막걸리라고 할 수도 없다. 답답한 노릇이다. 막걸리(탁주)를 비롯한 전통주를 우리의 대표 술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외국인은 물론 국민들조차 언제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없는 처지니 대표 술이라고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농림수산식품부가 전통주를 본격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섰다. 전통주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 당연히 육성해야 한다. 술은 음식과 함께 국가를 대표하는 문화의 상징이다. 국가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식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가를 대표하는 전통주를 만들어 내야 한다. 또 제대로 된 전통주는 우리 땅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원료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농가 소득 증대 차원에서도 육성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

문제는 어떻게 육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부는 품질개선을 위한 R&D 투자를 비롯한 자금지원과 홍보에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전통주 산업이 활성화될지는 의문이다. 전통주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제대로 분석해서 이를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필자가 볼 때 전통주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 주류 유통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에 있다.

국내 주류 유통시장은 상위 2~3개의 맥주와 소주 제조회사가 전체의 70~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사실상의 독점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품을 주류 도매상들에게 외상으로 깔고 판매되면 수금을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시장 구조에 자금력이 취약한 영세 전통주 제조업체들이 끼어들 방법이 없다.

그래서 어떤 업체는 외식업소에 메뉴판 등을 무료로 제작해 주면서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도 했고, 또 어떤 업체는 직접 전통주를 주력 주종으로 하는 주점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고객에게 다가가기도 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4년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APEC에서 공식 만찬 건배주로 채택돼 이제는 국내 시장에서도 많이 알려진 ‘천년약속’이라는 술도 처음에는 유통시장의 진입이 어려워 국내 시장을 포기하고 해외 시장부터 공략했다고 한다. 주류 유통시장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전통주를 제대로 육성할 수 없다는 말이다.

6월 19일 한경대학교에서 개최된 ‘전통주 대중화를 위한 산학포럼’에서 어느 전통주 사업자가 ‘경기 전통주 유통전략 사업단’ 구성을 제안했다. 의미 있는 제안이다. 새로운 유통 모델 구축을 통해 농산업과 전통주산업의 동반 성장을 도모해보자는 것이었다. 공동 마케팅과 공동 판촉, 종합 물류센터 건립을 통한 공동 물류 유통을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겠는가. 지금 전통주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한마디로 진퇴양난에 빠져있다고 한다. ‘정말 좋은 술이다’는 고객들의 말 한마디에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모두 투입해 생산시설을 갖추고 품질 개선에 열과 성을 다했지만 제품을 유통시킬 길이 없어 도산 위기에 처한 업체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은 술로 평가하고 있는 막걸리 중에 ‘참살이 탁주’라는 술도 나는 그 회사가 운영하는 외식 매장에 가지 않고서는 맛 볼 수가 없다. 소비자가 원해도 판로가 없다는 것이다. 주류 유통시장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전통주를 제대로 육성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전통주의 육성을 위해 필요한 또 하나의 개혁 과제는 주류산업 관련 행정 개편이다. 행정주체가 현재의 국세청에서 농식품부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산 농산물을 원료로 하는 제대로 된 전통주를 육성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왜곡된 주류 유통시장도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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