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표시제, 신뢰회복의 계기로 삼자
원산지표시제, 신뢰회복의 계기로 삼자
  • 관리자
  • 승인 2008.07.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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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쇠고기 한 근도 가정까지 배달’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어느 쇠고기 유통 전문회사에서 잠시 근무를 할 때 주문-배달 서비스인 ‘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필자가 만든 보도자료의 제목이다. 당시로서는 배달이라고 하면 자장면, 피자, 꽃배달은 성행했지만 쇠고기를, 그것도 한 근도 가정까지 배달해준다고 하니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모든 신문이 대서특필을 했고, KBS에서는 저녁 9시 뉴스에 리포트 기사로 보도하기까지 했다.

‘콜 서비스’의 사업내용은 소비자가 가정에서 전화로 고기를 주문하면 한 근이라도 콜드체인으로 가정까지 배달해준다는 것이었다. 안동에서 직접 키운 고급 한우를 중간 유통과정 없이 판매했다. 그러면서 가격은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한우가격보다 10%정도 저렴하게 팔았다. 신문과 방송에 보도가 나가자 주문이 폭발했다.

축산물 유통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불신이다.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하고 사면서도 속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정도다. 그런데 당시 ‘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은 고기를 직접 보지도 않고 신문이나 TV뉴스만 보고서 주문을 했다.

기자들이 취재를 해서 보도를 한 것이니 안 보고도 믿는다는 것이었다. 어떤 고객은 아예 가격조차 물어보지도 않았다. 고기만 좋으면 가격은 따지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를 계기로 모든 음식점에서 축산물의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법제화했다. 필자는 매우 바람직한 조치로 평가한다. 음식점들은 이번 조치에 반발하고 있지만 반발 자체가 그동안 원산지를 속여 왔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시행해온 300㎡ 규모의 구이용 식당의 경우 유명 식당조차 단속에서 적발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이번 조치는 음식점들이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 피해도 줄이고 한우 농가도 살리고자 하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그동안 음식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음식점들은 반발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 협조를 해야 할 것이다. 의무적으로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고 불편하겠지만 고객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한국음식업중앙회의 역할이 크다. 음식업중앙회는 모든 음식점을 대상으로 원산지표시를 의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당국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옳은 처사가 아니다. 정부 정책에 협조해서 이번 기회에 음식점들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고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업주들을 앞장서서 계도하는 것이 옳은 처사다.

한국의 음식점들은 지금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다. 장기불황에 AI, 쇠고기 파동까지 겹쳐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게다가 소비자물가의 급등으로 외식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산지표시까지 의무화되면 어쩌라는 말이냐고 하소연하겠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값싼 수입산이나 육우를 한우로 속여서 팔아온 악덕 업주들에게는 이번 조치가 매우 큰 타격이겠지만 사실대로 정직하게 판매해온 선량한 업주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바로 그 악덕 업주와 선량한 업주를 가려내 소비자들로부터 심판을 받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악덕 업주는 이제 시장에서 퇴출시킴으로써 시장 질서를 바로 잡고 고객들로부터 사랑받는 음식점들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정부도 이번 조치를 완화할 생각을 말아야 할 것이다. 오히려 위반하는 업소에 대한 더욱 강한 벌칙을 만들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단속인원 5000명을 올 연말까지 유지하고 내년부터는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니 다른 대안을 모색해서라도 원산지표시제도가 중간에 흐지부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음식점 경영주들도 위기가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무너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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