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가 그립다
독도가 그립다
  • 관리자
  • 승인 2008.07.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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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김병조 편집위원
하늘엔 갈매기, 땅에는 토끼, 바다에는 물개가 주인인 땅 독도.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주인이 있으니 대한민국 국민이다. 독도를 지키기 위한 ‘독도수비대’ 대원들과 독도에 주소를 둔 민간거주자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1983년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두 달간 나는 독도수비대원으로서 독도에서 근무를 했다. 두 달씩만 근무를 시킨 이유는 독도 생활이 그만큼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의사가 내린 처방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당시로서는 빗물을 받아 시멘트 탱크에 저장했다가 식수로 사용해야 했으니 냉수는 아예 먹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공기 속에 염분이 많아 기관지계의 염분을 씻어줘야 한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군대 중에서 유일하게 술(소주)이 국가 예산으로 보급되는 곳이 독도다. 먹을거리도 한 달에 한 번씩 대원들이 교체될 때마다 한 달 식량을 보급하기 때문에 싱싱한 음식은 먹을 수가 없다. 물과 공기, 음식물이 모두 정상이 아니니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런 환경에서 두 달간 근무를 하다가 울릉도로 복귀하면 가장 많이 먹히는 음식이 시원한 물과 신선한 야채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의 독도수비대 근무는 그러나 나에게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다. 연애편지가 와도 전달할 방법이 없어서 울릉도에 있는 동료가 전화로 읽어주는 것을 들어야만 했고, 피 끓는 젊은 청춘이라 여자 목소리가 듣고 싶어 무작정 경찰청(당시 치안본부)에 전화를 걸어 낭랑한 여자 교환원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물고기를 잡던 기억도 아름다운 추억이다. 낮에는 수영을 하면서 창으로 고기를 잡고, 또 밤이면 횃불을 들고 바닷가로 내려가 ‘홰발이’를 하던 기억도 새롭다. ‘홰발이’란 바닷고기는 밝은 불빛을 보면 수면 위로 올라온다는 원리를 이용해 고기잡이를 하는 방식이다. 횃불을 10개 정도 만들어 들고 가면 불빛 따라 올라오는 고기를 그냥 마대포대에 주워 넣기만 하면 됐다. 이렇게 잡은 소라 전복 등으로 한 상 멋지게 차려놓고 서도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을 초대한다. 독도수비대 입장에서는 초대지만 서도 주민들 입장에서는 위문방문이다.

우리는 그때 독도를 ‘독도 공화국’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독도수비대 대장은 독도 공화국의 대통령이라고 불렀고, 당시 서도에 거주하던 최초의 민간인 故 최종덕씨는 서도 도지사였다. 고참 순대로 장관 타이틀을 하나씩 가졌다. 가끔 다리에 집 전화번호 딱지까지 붙어 있는 일본의 집비둘기가 독도에 날아온다. 그러면 우린 그 비둘기를 잡아 다른 한 쪽 다리에 ‘독도 공화국’이라는 딱지를 붙여 다시 일본으로 날려 보내기도 했다.

독도 수비대는 동도의 꼭대기에서 근무를 하고 민간인들은 서도의 바닷가에서 집을 짓고 사는데 수비대원들은 가끔 서도로 여행을 간다. 서도에는 특히 토끼가 많았다. 서도는 깎아지른 절벽이라 토끼 사냥을 하기가 쉽다. 사냥한 토끼를 불고기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독도 토끼는 풀냄새가 나서 맛이 없다. 나무가 없어 열매를 먹지 못하고 풀만 먹고 자란 토끼라서 그렇다. 좀 잔인하긴 하지만 사냥한 토끼 중에 새끼 토끼는 밤에 꼬리에 불을 붙여 불꽃놀이를 하기도 했다.

비록 두 달의 짧은 기간이지만 나에겐 이처럼 독도에 대한 추억이 엄청나다. 25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하나하나가 생생히 기억난다. 그래서 독도가 더욱 그립다. 나처럼 두 달씩 근무한 독도수비대원들의 숫자가 얼마나 많겠는가. 그들의 가슴속에 머릿속에 독도는 마음의 고향이다. 그리고 서도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주소지를 두고 생활하는 주민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요즘은 관광이 일반화되기까지 했다. 그런 독도를 일본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니 통탄할 일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독도 사랑이 유별난 분이 있다. 평범한 사업가이지만 그분의 사무실에 가면 개인 서재가 온통 독도와 이순신장군에 관한 책들만 가득 차 있다. 독도와 이순신장군에 관한 세미나나 행사가 열리면 아예 사무실 문을 닫아 버리고 전국 어디든 찾아 간다. 그분이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소식을 접하고 어떤 생각, 어떤 표정을 보일지 궁금하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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