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식품 기능성표시 업계-정부 팽팽한 줄다리기
일반식품 기능성표시 업계-정부 팽팽한 줄다리기
  • 관리자
  • 승인 2006.01.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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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 건강 생각하는 소비자에게 부합, 식품산업 발전 한계 뚫을 돌파구
정부 - 건기법 정착될 때까진 시기상조, 식품위생법으로 다뤄야 하는 문제
지난해 제과, 음료업계 등 식품업계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기침체란 악재도 있었지만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과거 식품은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면 되는 시절이 있었다. 90년대 들어와서 경제 사정이 조금 나아지면서 생존을 위한 음식섭취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으로 발전했다. 2000년대의 식품은 생존, 맛을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기능성 즉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것을 요구하는 시장 상황을 맞게 됐다.

한 식품업계 전문가는 “맛을 중요시 여길 때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서 그 중 몇 개가 성공하면 됐지만 이젠 더 이상 새로운 맛을 찾기도 어렵고, 신제품을 개발한다고 해도 이미 시장의 요구가 달라졌기 때문에 기대한 성과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이 있어야 하는데 국내 식품 시장은 웰빙 시대에 들어와서 그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웰빙형 식품을 요구하는데 업계는 그 요구에 따라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장 상황에 따라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식품업계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반식품에는 기능성 표현을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90년대 말부터 범람한 기능성을 표방하는 식품들을 관리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법’을 제정해 이들 중 일부를 건강기능식품으로 묶어 식품과 따로 관리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식약청에서 허가 고시한 원료로 식약청에서 정한 제형으로 제품을 만들었을 때 식약청에서 인정한 기능성 표현을 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기능성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일반식품까지 기능성 표현을 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식품업계에서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현 가능해야 획기적 신제품 출시 활발

첫째로 기능성 식품이 식품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식품 시장은 포화 상태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제품을 개발해도 별 효과가 없고, 시장 자체의 규모도 겨우 현상 유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이란 지속적으로 발전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식품산업은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며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외국의 사례를 보면 기능성을 표방한 식품이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현을 할 수 있어야 소비자들이 찾는 획기적인 신제품들이 출시될 수 있고 그래야 지속적으로 산업이 발전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현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도 없는 값비싼 기능성 원료를 첨가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부 업체들에서 이미 잘 알려진 기능성 원료들을 넣은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지만 가격대를 맞추기 위해 기능성을 표방하지 못할 정도로 미량만을 첨가하고 있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일반식품에 비해 값이 월등히 비싸고 제형도 약과 유사하기 때문에 소비층이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건강기능식품이 식품 시장 전체를 이끌어 갈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양과잉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를 일반 식품에 첨가

둘째로 국민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과거 영양결핍을 넘어 영양과잉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영양이 과잉되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한 영양소 중 소비자들이 잘 섭취하지 않는 것도 있다. 식품업체들은 이런 영양소를 소비자들이 섭취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일반 식품에 첨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양질의 영양소를 충분히 넣고 싶어도 단가를 맞출 수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미국의 경우 1990년에 영양표시교육법(NLEA, Nutation Labeling and Education Act)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는 국민들이 꼭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를 일정량 이상 첨가한 제품에는 특정질병과 특정영양소의 상관관계를 표시하는 영양강조표시(Health claim)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토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법 명칭에 ‘교육’이란 말을 넣고 있다.

기능성 우수한 선진국 제품들 소개될 경우 우리 식품 경쟁력 상실

셋째로 외국 식품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세계가 글로벌화 되면서 식품 시장 역시 전면개방으로 향해 가고 있다. 식품선진국인 미국과 일본 등은 이미 식품에 기능성 표시를 하도록 하고 있고 이런 우수한 제품들이 우리나라로 몰려오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운 국내 식품 시장에 외국의 우수한 제품까지 들어오게 되면 국내 식품업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고, 극단적으로는 국내 식품업계의 붕괴로 우리 식품 시장을 외국 업체들에 내어줄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체들은 “기능성이 우수한 선진국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소개될 경우 우리 식품들은 입지가 점차 좁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며 “우리 식품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기능성 표시는 시급히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서도 제형 구분 없이 기능성 표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국제교역의 마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기능성을 표시하는 식품의 제형을 제한하는 곳이 없는데 우리만 제한한다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미루기만 하는 식약청.회의적인 소비자단체 등은 풀어야 할 과제

이에 따라 식품업계에서는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현을 하는 문제에 대해 본격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요구가 본격 제기된 것은 지난해 7월 식약청에서 열린 ‘건강기능식품 제도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였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문주석 박사는 건기법 제26조(유사표시등의 금지) 조항이 식품 산업을 위축시키고, 신제품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건기법 26조에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것은 인체의 구조 기능에 대한 식품영양학적․생리학적 기능 및 작용 표시․광고 금지, 판매․저장․진열 금지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이날 토론시간에서도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 문제가 다시 제기돼, 공식적인 자리에서 처음으로 이 문제에 대해 업계와 소비자단체, 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기회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식약청 관계자는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 문제는 건기법이 아닌 식품위생법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소비자단체는 아직은 시기상조란 입장을 나타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요구를 벌써 2년 전에 한 바 있으나 식약청은 건강기능식품법이 이제 막 시행했는데 2년 정도 지난 후 얘기를 시작하자고 미뤘다”며 “최근 또 이같은 요구를 제기하자 또다시 건강기능식품이 정착되면 얘기해 보자고 똑같은 대답을 반복하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김정숙 식약청장은 지난달 한국식품공업협회 주최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업계의 일반식품에 대한 기능성 표시에 대한 요구에 대해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 문제는 건기법이 정착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식약청은 건기법이 정착되는 것이 어떤 수준인지 정확한 기준도 가지고 있지 않고, 이에 대한 내부적인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에 대해 유가공업계가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가공 제품의 경우 식약청이 아닌 농림부의 관리 하에 있어 비교적 기능성 표현이 자유로운 편이다. 한국야쿠르트의 간을 위한 발효유 ‘쿠퍼스’나 남양유업의 혈압발효유 ‘120 80’, 혈당발효유 ‘닥터인슈’ 등의 제품이 대표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가공업계를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유가공업계가 기능성 표현을 잘 해서 소비자와 정부의 신뢰를 얻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기대되지만, 혹시나 잘못되면 기능성표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에 대한 식품업계와 정부의 힘겨루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 롯데중앙연구소 김한수 실장
포화상태 식품업계 위기의식 느껴

"식품산업 바라보는 정부인식 변해야"

김한수 롯데중앙연구소 제1연구실장

- 최근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식약청은 반대하고 있는 분위기인데.

식약청이 식품을 접근하는 사고방식이 변해야 한다. 식품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정부의 인식수준이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산업을 육성시켜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춰야 하는데 이 부분이 가장 아쉽다.

건기법 문제도 그렇다. 법 제정 초기부터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고 문제제기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먼저 건식으로 묶을 것이 아니라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를 먼저 유도한 후 건식을 묶어야 했다. 그랬다면 식품산업이 지금처럼 어렵진 않았을 것이다.

지금 식약청의 조직을 봐도 그렇다. 연간 40조원의 시장규모를 가진 식품을 관리하는 식품본부와 연간 2조원 수준인 건강기능식품을 관리하는 영양기능식품본부의 규모와 위상이 동등하다. 산업적 마인드가 있다면 이렇게 조직을 구성하진 않을 것이다.

정부는 식품을 관리하는데 통제와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라 산업육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식품산업은 지금도 큰 문제가 없는데 기능성표시를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모든 산업이 그렇듯이 식품산업도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하면 붕괴한다. 국내 식품산업은 이미 발전의 한계에 다다랐고 업계에는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국내 식품산업이 붕괴되면 수입식품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이고 그때 가서 국민건강을 무엇으로 담보하겠는가. 단지 식품업체들의 이익만을 위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 일반식품의 기능성표시에 대해 소비자단체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을 너무 무시하면 안 된다.

업계에서도 한번에 모든 원료에 대해 기능성 표시를 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개별식품의 평균섭취량을 조사해서 적정함량을 정하면 된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기능성 원료, 예를 들어 칼슘이나 비타민 같은 것부터 도입하고, 점차 확대시켜나가면 소비자들도 큰 혼란없이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에 대한 건식업계의 반발도 있지 않은가.

일반식품의 기능성표시 수준과 건식의 기능성표시 수준에 현격한 차이를 두면 된다. 일반식품은 미국의 영양강조표시 정도의 수준이면 된다. 건식에 대한 기능성표시 수준에 대해선 건식업계도 불만이 많지 않은가. 이런 명분으로 표시 수준을 높일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건식업계도 이로운 일이 된다. 넓게 생각하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다.

- 식품업계가 요구에 비해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

이 부분이 식품업체들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요구사항이 있으면 힘을 모아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나서서 하려고 하지 않는다.
요구할 건 요구하고 들어줄 건 들어주면 되는 것 아닌가. 기능성 표시가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영양표시 등 소비자의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업체들 상황이 안 좋은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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