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이대로 안된다
학교급식 이대로 안된다
  • 관리자
  • 승인 2008.08.0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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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학교급식에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등급을 조작해 납품한 파렴치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는 소식은 학교급식의 문제점을 또 한 번 백일하에 드러내주고 있는 충격이다. 7일 경찰에 적발된 15개 업체가 작년 3월부터 지난 5월까지 경기지역 19개 학교에 납품한 등급 위조 고기류는 쇠고기 5888kg과 돼지고기 2만8425kg이나 된다고 한다. 학생 1만7000여명이 725차례나 공급이 제한된 저질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은 셈이다.

학교급식은 전국에서 1만개가 넘는 학교에서 연 인원 70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12년간 이용하는 매우 중요한 서비스다. 그 700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누구인가. 바로 미래 우리 국가를 짊어지고 나갈 희망들이다. 그러하기에 그 학생들은 좋은 식재료로 만든 맛있고, 영양적으로 문제가 없는 양질의 급식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 그리고 국가는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작금의 학교급식 현실은 어떤가. 교육당국은 예산 타령을 하면서 급식의 질적 개선에 소극적이고, 우리농산물의 대량 소비처로 활용하고 싶은 농림수산식품부는 주무부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 차원에서 급식비를 지원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해 학교급식에서의 지역 농산물 소비를 확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 또한 몇몇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예산부족으로 지지부진하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이번 등급 위조 고기류 납품 사건은 학교급식의 제도개선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학교급식과 관련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지적할 수 있다. 우선 가장 심각한 문제가 저질 식재료의 유통이다. 저질 식재료의 유통은 납품업체의 양심불량, 급식 담당자의 검수능력 부족, 낮은 급식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급식을 제공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교급식 식재료 유통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가 ‘학교급식 식자재 전문회사’를 육성하고 이를 인증제로 관리하는 것이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일정한 시설과 조건들을 갖춘 업체를 ‘학교급식 식자재 전문회사’로 인증을 하고, 학교에서는 국가가 지정해준 전문회사를 선택해 필요한 식재료를 구입만 하면 되게 하자는 것이다. 학교급식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회사를 학교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관리하도록 하자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급식 담당자가 굳이 높은 검수능력을 갖출 필요도 없고, 양심불량의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아예 학교급식에 식자재를 납품할 자격을 가지지 못하니 앞에 지적한 저질 식재료의 유통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과연 학교급식 행정주체를 지금처럼 교육과학기술부 소관으로 계속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학교급식은 ‘교육적 차원’에서 시행됐다고 해서 학교급식법은 교육부 소관으로 돼있지만 과연 현재 학교급식이 교육적 차원으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냉철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신들이 먹고 있는 급식과 관련해 부정과 비리가 난무하는 사실을 학생들이 목격하고 있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비교육적인가.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급식과 관련된 교육만 담당하면 될 일이다. 영양교사를 활용해 영양이나 보건, 우리농산물을 활용한 전통음식의 중요성 등을 가르치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중요한 사안들, 우수한 식재료를 조달하는 문제는 농림수산식품부로, 학교급식의 안전관리 문제 등은 식약청 등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급식은 굳이 교육부 소관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어느 부처가 담당하는 것이 나은지 따져볼 일이며, 교육부가 그대로 맡더라도 최소한 관련 부처가 정책결정에 동참하는 범정부 차원의 협의기구 정도는 있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운영방식이다. 정부는 2006년 위탁으로 운영 중인 학교급식에서 대형 식중독사고가 발생하자 졸속으로 내년까지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전환하도록 학교급식법을 개정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직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위탁으로 운영하는 것이 고정비 절감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오히려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따라서 시설투자와 식재료 구매 등의 업무는 학교에서 하고, 구매된 식재료를 활용해 조리하고 배식하는 일은 위탁업체에 맡기는 절충형의 운영방식의 도입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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