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의 ‘꿈’과 오바마의 ‘꿈’
조용필의 ‘꿈’과 오바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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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9.0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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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 저기 헤매다 초라한 골목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네, 나는 지금 홀로 남아서, 빌딩 속을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슬퍼질 땐 차라리 나 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가수 조용필이 부른 ‘꿈’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즐겨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촌놈이 서울에 올라와서 팍팍한 삶을 살다보니 추석이나 설 명절에 고향엘 가지 못할 때 이 노래가 특히 생각난다. 마이너스 인생으로 시작해 월급날 때마다 이렇게 벌어서 평생 서울에서 집 한 칸 살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는 현실을 한탄하며 소주잔을 기울일 때 흥얼거리던 노래다. 어디 나뿐이겠는가. 시골에서 자라 도시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조용필이 부른 ‘꿈’의 가사에 공감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추석에도 고향을 가지 못하고, 어느 초라한 골목에서 고향의 향기를 들으며, 눈물을 흘릴 사람이 어디 한 두 사람이겠는가. 춥고도 험한 곳에서의 괴롭고도 험한 삶에 지친 영혼이 위로받을 곳이 고향인데, 그 포근한 고향에조차 갈 수 없는 영혼을 누가 위로해줘야 하나. 이 땅에서 같이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지만 희망을 상실해 꿈이 없는 슬픈 영혼들을 치유해 줄 사람은 누구인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 후보가 된 민주당 버락 오바마(Obama)가 꿈을 화두로 내놨다. 그는 지난달 28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케냐와 캔자스 출신의 저의 부모는 유복하거나 유명하진 않았지만 그들의 아들이 자라서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살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선거가 그 꿈을, 미국의 약속을 21세기에도 살아있게 할 기회입니다”라고 말했다. 45년 전 같은 날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King) 목사가 ‘I Have a Dream’이라는 연설을 통해 흑백간의 인종차별이 없어지는 꿈을 말한 이후 또다시 흑인 지도자가 꿈을 화두로 던졌다. 흑인은 물론 오바마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탄했다. 새로운 희망이 생기고, 그래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조용필의 ‘꿈’과 오바마의 ‘꿈’은 다르다. 오바마의 꿈이 희망의 노래라면 조용필의 꿈은 절망의 노래다. 꿈을 이룰 수 없는 절망을 역설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민초들의 삶이 고달프고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오바마의 꿈 이야기를 들은 미국 시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지만 조용필의 꿈을 듣는 한국 시민들은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이 아픈 가슴을 치유해줄 사람은 누구인가.

자식이 희망을 가지려면 부모가 꿈을 심어줘야 한다. 회사의 직원이 희망을 가지려면 CEO가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국민이 희망을 가지려면 정치 지도자가 꿈과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건국 60년을 맞이한 우리 국민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열심히 공부해 사회진출의 부푼 꿈을 갖고 있는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절망하고 있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꿈을 달성한 기성세대들은 새로운 꿈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 기업들도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이다.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감격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꿈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의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얄팍한 수단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원대한 꿈과 비전을 제시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어느 나라 국민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 국민이 10년 20년 후에는 가난의 대물림에서 벗어나 각자가 열심히 일한 만큼 자신도 잘 살 수 있다는 꿈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럴 때야 비로소 우리 국민은 조용필의 ‘꿈’을 지나간 추억으로 생각하며 미소를 머금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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