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필자는 도대체 음식업중앙회가 뭘 하는 곳인지 의구심을 가질 때가 많다. 음식업중앙회의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위임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 위생교육사업 외에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사업은 회원사들의 권익옹호와 관련된 법령 및 제도개선과 관련된 대정부 건의 사업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식산업의 발전을 위한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업은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음식업중앙회가 회원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협회의 살림살이를 분석해보면 알 수가 있다. 협회의 지난해 전체 세출액은 26억8875만원이었는데 이 중에서 사업비로 쓰인 돈은 2억1375만원으로 전체의 7.9%에 불과하다. 각종 회의비와 교육비, 출장비, 업무추진비 등의 명목으로 사용한 금액 2억9560만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반면에 직원 급여와 수당, 복리후생비, 임원활동비 등에 지출한 돈은 전체 지출액의 33%나 되는 8억9545만원이며, 이는 사업비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음식업중앙회의 예산에서 회원사로부터 거둬들인 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90%나 된다. 어려운 회원사들로부터 회비를 받아서 회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사업은 하지 않고 협회 임직원들의 배를 채우고 있다고 말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협회 임직원들은 나름대로 하는 일이 많다고 항변하겠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협회’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협회가 진정 회원사를 위해 봉사하는 존재가 아니라 회원사 위에 군림하는 제왕적 존재라고 말하면 반박할 논리가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의 음식업중앙회와 비슷한 미국의 NRA(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나 일본의 JFA(Japan Foodservice Association)의 경우 사업내용이 매우 광범위한데다가 업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들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NRA나 JFA는 경우 회원사들을 위한 정보제공이나 조사연구 활동, 인력양성사업 등은 국내 협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전문적이다. 특히 일본 JFA의 경우는 조사연구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외식산업의 시장동향 조사를 비롯해 경영동향조사, 노무실태조사, 식재료 사입 및 이용실태조사, 환경문제 및 노동재해 발생상황 조사, 정보시스템 실태조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사연구 활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음식업중앙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장부상으로 드러나 있는 협회의 살림살이를 따지고 보지 않더라도 현재 협회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꼴들을 보면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업계 차원에서는 사상 초유의 고유가와 곡물가격 급등 등으로 원가부담은 크게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고물가로 인한 소비자들의 외식 기피현상으로 음식업중앙회 소속 회원사들인 음식점들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런 한편에서는 국가적으로 한식을 세계화 하겠다며 ‘Korea Food Expo’를 처음으로 개최하는 등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전개되는 매우 긴박한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 음식업중앙회는 그 와중에서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초긴장 상태로 업계의 중심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고, 등대 역할을 해야 할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간부들끼리 싸움질이나 해대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협회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회장과 사무총장이 그 짓을 하고 있다니, 하루 이틀도 아니고 오랜 세월을 그 짓을 해왔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협회 임원들간의 이런 싸움짓거리는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라 고질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더욱 문제다. 특히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는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음식업중앙회가 지금과 같은 역할과 모습을 보인다면 과연 존재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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