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 권영민의 충고
스타 셰프 권영민의 충고
  • 관리자
  • 승인 2008.10.17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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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두바이에 있는 버즈 알 아랍 호텔의 수석 총괄 주방장으로 일하고 있는 세계적인 스타 셰프 권영민씨가 한식 세계화를 선포하는 날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한식 세계화 학술 세미나’에서 그는 한식을 ‘우물 안 개구리’로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에서 한식을 푸대접하고 있고, 식재료를 수출하는 글로벌 마케팅이 부족한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국내에서의 한식 푸대접과 관련해 그는 “한식의 세계화에 앞서 우리가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면서 “어쩌면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음식을 세계화가 되지 못하게끔 만들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유명호텔에서 한식당이 사라지고 그로 인해 한식을 전문으로 하던 호텔요리사들이 다른 나라 음식을 만드는 쪽으로 전향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들었다. 그는 그러면서 국내에서 한식장려운동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0% 공감한다. 평소 내 주장과도 같다. 국내에서 한식을 다시 부흥시키지 못하는 가운데 한식이 세계화되길 기대하기 어렵고, 설령 그렇게 된다하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외국인들이 자국에서 한식에 대해 아무리 좋은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국내에 들어와서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들이 지금까지 가졌던 한식에 대한 환상은 일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지금 국내에서는 한식의 기반이 거의 무너진 상태나 마찬가지다. 한식을 세계 명품으로 만들겠다며 고군분투하는 기업가들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남의 어느 고급 한식당은 치솟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았고, 다른 대부분의 경영주들도 업종전환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급 한식당을 운영하려면 우수한 국산 식재료를 사용해야 하는데 싸구려 수입산 식재료를 사용하는 음식점과 비교할 때 가격 경쟁력이 없는데다가 장기 불황에 원가부담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한식당을 없애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를 방치하고 세계화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한식세계화에 앞서 국내에서부터 한식장려운동을 전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권영민씨는 또 해외에서 한식에 필요한 국산 식재료를 구입하기 힘든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일본의 식재료 사업자들은 귀찮을 정도로 접근해오는데 한국 식품업자의 방문은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면서 유명호텔 등에서 한국산 식재료를 구매하는 경우는 코끼리 등에 올라앉은 파리에 불과하다고 표현할 때는 절규에 가까웠다.

한식을 세계화하는 것은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식을 만드는데 필요한 식자재를 팔아먹는 또 하나의 목적이 있다.

전자가 문화적 가치라면 후자는 경제적 가치다. 양자에 대한 정책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추진하는 정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정부가 지원하는 한식세계화가 우수한 우리 식재료를 활용하도록 하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부는 2017년까지 해외 한식당을 4만개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식당이 아니라면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역효과다. 또 우리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자금을 지원해 국고 낭비만 가져올 뿐 국가경제에 미치는 경제적 가치는 없다.

한식 세계화, 마라톤으로 치면 이제 출발선에 섰다. 요란한 선포식을 가졌지만 과연 일부 담당자를 제외하고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 위정자들 가운데 한식세계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디자인 박람회에는 참가하면서 그렇게 중요하다고 하는 한식 세계화 선포식에는 특별한 일정도 없는데 참석하지 않은 대통령, 참석하지 않겠다는 사람을 사정사정해서 억지로 참석한 국무총리, 그들이 과연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특별히 많이 배우지도 않고, 경력도 그렇게 많지 않지만 세계적인 스타 셰프가 된 권영민씨의 절규에 가까운 충고를 새겨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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