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해서 망하는 이유와 대책
음식점 해서 망하는 이유와 대책
  • 관리자
  • 승인 2008.10.3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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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전에는 식당을 했습니다. 멋도 모르고 했다가 한 3년 만에 2억 원을 다 까먹었습니다. 식당 그러면 진절머리가 납니다.”

출근길 택시 기사가 한 말이다. 나는 택시를 타면 반드시 그 택시의 기사가 언제부터 택시 운전대를 잡았으며, 전에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물어본다.

식당을 했다는 그 아저씨는 3년 전에 일산에서 무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하다가 장사가 안 되어서 삼겹살집으로 바꿨는데 처음에는 그저 그럭저럭 인건비 정도는 벌었지만 주변에 대형식당이 들어서면서 망조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30평이 조금 넘는 매장에서 부부와 함께 6명이 일을 했단다. 매달 월세를 주는데다가 직원들 월급이 700만 원 정도가 나갔는데 돈이 모자라 카드 신세를 지다가 결국 손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하루에 150만 원 정도 매상을 올린다는 말만 믿고 덜컹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망하고 난 뒤에서야 ‘식당을 인수하려면 그 식당 주변에서 열흘 정도는 그 집에 손님이 많은지 알아봐야 한다’는 등의 말을 들었다며 푸념을 늘어놨다. 아무런 경험도 없이, 철저한 사전조사도 없이 시작해서 주방장 놀음에 놀아났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아마 음식점 사업에 쉽게 뛰어들었다가 망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 아저씨와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그런데도 음식점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통계적으로 음식점을 하면 개점 1년 안에 망하는 업소가 무려 30%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지, 아니면 알면서도 자신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지금처럼 외식업에 대한 진입규제가 없는 한 그 택시 기사 아저씨와 같은 사람은 앞으로도 계속 나오게 되어 있다. 이는 외식업의 실태를 분석해보면 자명하다. 인구 1천명당 음식점 수가 12.2개로 미국(1.8개)에 비하면 무려 7배, 일본(5.7개)에 비해서도 2.2배나 많아 기본적으로 공급과잉 체제다. 게다가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산업이 발달하면서 기업형 외식업소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생계형 음식점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설상가상이다. 매출 1억원을 올리는데 필요한 종사자 수가 회사법인은 1.44명인데 반해 개인사업체는 이 보다 2.4배가 많은 3.39명이라는 점만 봐도 얼마나 경쟁력 열위에 있는지 알 수 있다.

2006년 현재 음식점에 종사하는 사람은 152만 명가량 된다. 그 중에 여성자영업주가 66.6%를 차지한다. 무급종사자가 17.8%나 되고, 상용종사자의 1인당 연간 급여액은 1280만원에 불과하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 망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남자들 가운데서는 나이가 좀 젊으면 택시 기사, 나이가 든 사람은 빌딩 경비라도 하면 다행일 것이다. 여자들은 추측컨대 다단계로 빠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건 사회악이다. 진입규제가 없어 너도나도 뛰어들었다가 너나할 것 없이 망해나가는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악순환이 거듭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그만큼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나는 강력히 주장한다. 음식점 아무나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아예 허가제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창업 전에 음식점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 만이라도 알고 선택하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 창업에 필요한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가령, 현장실습 및 법률 숙지 등)을 만들어 이를 이수토록 하고, 시험을 봐서 합격한 사람만이 음식점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돈만 가지고 멋도 모르고 뛰어들려고 했던 사람들은 귀찮아서라도 포기할 것이다. 이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망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는 비만 예방을 위해 패스트푸드점의 신규 개업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내리고 있지 않은가.

정부는 최근 국내 실업률이 높아지자 고용창출력이 높은 외식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도록 뭔가 기대를 하고, 이 때문에 외식업소의 기업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진입장벽을 만들지 않고서는 그도 소용이 없다. 외식업소가 기업화 되면 될수록 개인사업체는 더욱 경쟁력을 잃어 망해 나오는 사업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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