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있는 식약청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있는 식약청
  • 관리자
  • 승인 2008.11.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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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2004년 6월, 부산의 한 식품위생검사 대행기관에서 대장균이 검출된 불량식품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려 대행회사 대표 등 5명이 구속된 사건이 발생한 적 있다.

2005년 11월에는 식약청으로부터 수입식품검사 기관으로 지정받은 한 민간업체가 검사기관 지정서를 자진 반납한 바 있다. 식약청의 단속에 걸려 3개월 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데다가 유사 비아그라 성분이 함유된 인삼제품을 ‘적합’으로 판정해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8년 11월 또 다른 식품위생검사 기관이 ‘부적합’ 식품을 ‘적합’으로 판정해 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 되고 있을까. 식약청의 위생검사기관 관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도 식품위생검사 업무 위탁기관으로 지정해주고 있는데 그런 위탁기관 지정이 남발됨에 따라 영업 경쟁이 치열해져 부정과 비리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식약청이 지정한 식품위생검사 대행기관은 모두 68개다. 이 중 16개 기관은 수입식품검사와 자가품질검사 등을 같이 할 수 있고, 나머지 52개는 자가품질검사 등만 할 수 있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식약청장은 시설과 검사인력 등의 일정한 조건을 갖춘 기관 또는 단체를 식품위생검사 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1987년 4월 13일 (사)한국식품공업협회 부설 한국식품연구소가 제1호로 지정을 받은 이후 지금까지 68개가 지정을 받은 것이다.

이들 68개 기관 가운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형태의 기관은 모두 25개이다. 6개 회사는 수입식품까지 검사할 수 있고, 나머지는 자가품질검사만 할 수 있다. 식약청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를 대행기관으로 처음 지정한 것은 자가품질검사 기관인 롯데쇼핑(주)상품시험연구소로 1998년 10월 30일 지정됐다. 수입식품까지 검사할 수 있는 기관 중에서는 (주)과학기술분석센터가 1999년 7월 3일 최초로 지정됐다.

서두에 언급한 2004 6월 불량식품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려 대표 등 5명이 구속된 부산 소재 회사도 주식회사며, 2005년 11월 검사기관 지정서를 자진 반납한 서울 소재 회사도 주식회사다. 우연인지 몰라도 이들 두 회사의 대표는 식약청 출신이다. 부산의 업체는 지방청장 출신이고, 서울의 업체는 초대 식약청장 출신이다. 이번에 적발된 인천 소재 검사기관도 주식회사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는 건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에 식품위생검사 대행업무를 위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약청이 지정을 남발해 영업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형태의 검사기관들은 편법과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최초로 대행기관으로 지정받아 현재 업계 1위인 (사)한국식품공업협회 부설 한국식품연구소의 경우 2005년 4만 건의 검사를 대행해서 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06년에는 5만2천 건에 52억 원, 지난해에는 6만 건에 6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대체로 건당 10만원의 검사 수수료를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이번에 허위 검사로 적발된 (주)대한식품연구소는 최근 2년 6개월 동안 모두 12만 건의 검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4천 건이니 연간 4만8천 건 정도 검사를 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난해 매출은 20억 원에 불과하다. 건당 4만1천 원 정도의 검사 수수료를 받았다는 계산이다. 정상적인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덤핑을 해왔다는 것이다.

전문가에 따르면 연간 5만여 건의 검사를 정상적으로 하려면 40명이 넘는 검사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회사는 12만 건 중에서 95%인 11만 4천 건은 아예 검사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만한 검사 인력도 필요 없었을 것이고 정상 수수료의 절반 이하로 덤핑이 가능했을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비전문가인 필자가 대충 계산해 봐도 엉터리일 수밖에 없는 답이 나오는데 정기적으로 감사를 해왔고 입만 벌리면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식품안전관리를 떠들어 대는 식약청이 이런 엉터리 검사기관을 검찰이 적발하기 전에 적발도 못했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식약청은 이번 기회에 식품위생검사기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새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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