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밑에서 본 오늘의 세계
2008년 세밑에서 본 오늘의 세계
  • 관리자
  • 승인 2008.12.19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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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이 회사는 겨울에 내리는 비를 눈으로 바꾸는 기업입니다.”

필자가 지난 17일 인덕션(전기를 활용한 가열기) 전문업체 ‘디포전기’라는 회사의 사무실 확장이전 개업식에서 축사를 하면서 한 말이다. 마침 그날은 비가 내렸다. 요즘은 눈이 내려야 할 한겨울에 비가 내리고 있다. 그것도 자주다. 이유는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이다.

주방에서 가스 등을 이용해 불을 일으키면 탄소가 발생하고 이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불을 일으키지 않고 전기를 활용하면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으니 요즘 유행어가 된 저탄소녹색생명 운동에 기여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구온난화를 예방해 한겨울에 비가 아니라 예전처럼 눈이 오게 만들 것이라는 뜻에서 그런 멘트를 날렸다.

미국 퍼듀 대학 지구·대기 과학자인 노아 디펜바우 연구진은 미국에서 발견되는 해충 4종의 서식 환경을 지구 온난화와 같은 조건으로 변화시킨 결과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서식지도 넓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연구결과 이들 해충은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겨울에도 중서부의 위쪽에서 살아남았다고 한다. 또 미국 최대 곡물 생산지인 아이오와 주의 경우 20세기에 24년마다 최장 3년 생존했던 해충이 21세기에는 최장 7년간 살아남는 등 생존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십년 안에 수확량이 줄고, 농약 사용이 늘어나는데다 해충에 강한 씨앗 개발비도 증가하면서 곡물 값이 폭등할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다.

가뜩이나 식량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로서는 최근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국제곡물가격 급등으로 식품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는 등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 온난화로 곡물가격이 또다시 폭등할 것이라는 예견을 접하니 더욱 아찔한 생각이 든다.

지난 17일 같은 날, 필자는 또 다른 행사에 참석했다.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이 탄생하는 자리였다.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은 전북 남원시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그 지역 리더들, 전통주를 제조·유통하는 회사, 외식프랜차이즈, 그리고 대학교수들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투자해 만든 회사다. 농업과 식품외식산업의 전형적인 상생모델을 제시하는 장면이었다. 이 사업단은 남원시에서 생산되는 친환경쌀을 활용해 ‘참살이탁주’라는 전통주와 떡을 비롯한 가공식품을 만들고, 이 지역에서 키우는 흑돼지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등 식품제조와 외식업에 100% 우리 농축산물을 사용하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 사업단에는 12명이나 되는 교수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땅에서 나는 농축산물을 활용해 우수한 식품을 만드는데 연구적인 뒷받침을 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농업과 식품외식산업의 연계라고 해봐야 특정 업체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제휴 또는 해당 지역 농협과의 직거래 내지는 계약재배 등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이번 글로벌식품외식사업단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생산지와 소비지, 그리고 연구진의 협력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던 2008년을 마감하고 2009년 새해를 맞이하는 세밑에서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금융위기와 그로 인한 경기침체만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부지불식간에 우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구 온난화이고, 식량안보에 대한 위협이다.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는 일종의 사건사고로 일시적인 현상이지 트렌드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트렌드, 그것도 적어도 5년 이상 지속되는 메가트렌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중장기적인 사업 청사진을 그릴 수가 있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전 인류적인 메가트렌드는 지구 온난화와 이에 대처하고자 하는 저탄소녹색생명 운동, 그리고 자원부족으로 인한 쟁탈전(특히 식량전쟁), 여기에 선진국의 경우 저출산과 고령사회 문제, 후진국의 경우 폭발적인 인구증가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러한 메가트렌드를 읽고 중장기적으로 대처하는 기업, 그런 기업이 결국은 장수하는 기업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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