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수출전문 ‘종합상사’ 만들자
농식품 수출전문 ‘종합상사’ 만들자
  • 관리자
  • 승인 2009.01.09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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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김병조 편집위원
“오랜 기간 해외 유명 호텔에서 근무하는 동안 일본의 식재료 업자들은 귀찮을 정도로 찾아왔지만 한국의 식재료 업자들은 한 번도 찾아온 적이 없었다.”

두바이에 있는 7성급 호텔에서 수석 주방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 셰프 에드워드 권이 지난해 ‘Korea Food Festival’ 기간 중에 특강을 통해 한 말이다. 권 씨는 이어 “한식 세계화를 한다고 하지만 식재료 수출 없는 한식 세계화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권 씨의 그런 극단적인 표현이 설득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우리는 과연 세계 시장을 상대로 식재료 수출을 위한 마케팅 활동을 어느 정도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권 씨의 말대로 일본의 식재료 사업자들은 한국인 출신인 권 씨를 귀찮을 정도로 찾아가 영업활동을 하는데 정작 한국의 식재료 사업자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식재료 업체들이 영업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동안의 식재료 수출이라는 것이 농산물과 가공식품에 치중돼 있었고, 외식업소나 호텔 등을 상대로 한 업소용 식재료 마케팅은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농산물 수출은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주도해왔고, 가공식품 수출은 개별 업체가 주도해왔다. 그러나 농산물 수출의 경우 수출 품목과 수출 대상국가에 한계가 있었고, 가공식품의 경우는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데다가 자사가 생산하는 제품만 수출한다는 점에서 급격한 수출 신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최근 이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식재료 수출을 확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농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를 중심으로 모색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제에 필자는 식재료를 포함한 농식품 수출을 전담하는 ‘종합상사’ 성격의 무역회사 설립을 제안하고자 한다. 국내 시장이든 해외시장이든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마케팅이 중요하다. 더구나 해외시장의 경우는 전문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수출하고자 하는 나라의 문화적 특성, 특히 음식문화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한 시장 환경 분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거점별로 전문화된 마케팅 인력과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지금까지 농식품의 수출을 주도해온 농수산물유통공사나 개별 식품제조업체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료 농산물에서부터 가공식품에 이르기까지 ‘Korean Food’ 전반을 취급하는 무역회사를 설립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자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필자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먹을거리의 경우 단일 품목이 아니라 패키지화된 상품개발로 저비용 고효율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치 제조업체는 김치만을 수출할 수 있지만 종합상사 성격의 농식품 전문 무역회사라면 김치를 수입하는 파트너에게 김치는 물론 고추장도 팔 수 있고, 쌀라면도 판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국내 농가나 식품제조업체들은 수입선에서 필요로 하는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을 생산해 내고, 판매는 수출 전문 무역회사가 전담하도록 하자는 말이다.

농식품산업과 관련해 지금 국가적으로는 크게 두 가지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는 수출확대이고, 하나는 한식의 세계화이다. 둘은 사실 따로따로가 아니라 ‘Korean Food’의 글로벌화라는 점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같은 것이다. 이런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 필자는 그것이 ‘종합상사’ 성격의 농식품 수출 전진기지 역할을 할 무역회사라고 보고 있다.

해외 현지에서의 수요자 니즈를 파악해 국내에 피드백을 주고,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기술개발 등은 전북 익산에 들어설 국가식품클러스터 R&D센터에서 지원을 하며, 이를 바탕으로 농가나 업체들은 우수한 농산물과 제품을 생산해내는 삼위일체의 공조 시스템을 갖춘다면 한식의 세계화와 농식품의 수출확대 목표 달성은 그리 요원한 일이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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