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기업 ‘크라제’
작지만 강한 기업 ‘크라제’
  • 관리자
  • 승인 2009.02.0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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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2008년 본사 기준 매출액 210억1600만 원, 영업이익 5억 원, 당기순이익 12억3400만 원. 1998년 11월 1호점 개설 이후 점포 37개(직영28, 가맹9)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외식업계의 ‘작은 거인’ 크라제버거의 자화상이다. 브랜드를 론칭한 지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깜짝 놀랄만한 대단한 성적표는 아니다. 비슷한 기간 동안 수백 개의 가맹점을 개설해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브랜드도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알고 보면 크라제는 대단한 브랜드다. 최근의 심각한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올린 매출액 210억 원은 2007년의 172억 원에 비해 19%나 신장된 수치다. 내로라는 외식 브랜드들이 제자리걸음 내지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점포도 2000년에 2호점을 개설하고 3호점은 3년 후인 2003년에서야 개설하는 등 사업초기에는 매우 더딘 행보를 보여 왔지만 최근 3년에는 탄력이 붙어서 2006년 17호점, 2007년 24호점에 이어 지난해 39호점을 열었으며 오는 19일 40호점 개설을 앞두고 있다. 장사가 안돼서가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있어 폐점한 2개 점포를 제외하면 사실상 폐점율 제로다.

이런 크라제가 코스닥시장에 입성을 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직상장이 아니라 기존의 코스닥 상장 업체와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이긴 하지만 국내 외식업계에서는 두 번째로, 햄버거 업체로서는 최초라는 점만으로도 매우 의미가 크다. 그러나 필자는 외식업체가 코스닥시장에 상장되는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작지만 경쟁력이 있는 강한 기업, 차별화된 전략으로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보란 듯이 우뚝 선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된다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크라제버거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TV광고 등을 통한 선전을 하지 않고도 고객들의 입소문만으로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성공한 브랜드다. 햄버거 하나의 가격이 최고로 비싼 것은 1만8천원이나 할 정도로 가격도 비싸고, 햄버거 하나 먹으려고 줄을 서서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크라제버거가 성공한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분석하기엔 차별화와 정직함이다. 달리 표현하면 정직함을 무기로 차별화했다고나 할까. 공장에서 공산품처럼 찍어내는 햄버거가 아니라 매장에서 고객들이 보는 가운데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서 정성들여 햄버거를 만들어 제공한다는 자체가 정직함이다. 그리고 그 과정 하나하나 자체가 기존의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되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에 상장을 하는 것도 차별화와 정직함의 상징이다.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면 금융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불특정 다수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가 또한 만만치 않다. 기업의 경영과 회계에 관한 사항을 주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를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적대적 M&A의 표적이 되어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크라제는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중시하고 과감히 기업을 공개하기로 했다는 것이 회사측 관계자의 말이다. 정직하게 기업을 경영하고 있으니 투명성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고, 정도경영으로 제대로 평가를 받아서 사업을 확장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크라제는 이번 코스닥시장 상장을 계기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굳히는 한편, 소스 유통 사업을 비롯한 신규 사업을 전개해 토종 브랜드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범 답안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대부분의 외식업체들이 차별화된 전략 없이 경쟁업체가 어렵게 개발해놓은 메뉴나 마케팅 노하우를 베끼기나 하고, 자사의 매출액이나 점포수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베일 경영’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크라제의 ‘정직’과 ‘차별화’가 더욱 돋보이게 된다.

기업을 공개한다는 것은 개인기업에서 국민기업이 되겠다는 것을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크라제버거는 스스로 그 길을 자청한 이상 자만하지 말고 더욱 증진해서 명실상부한 국민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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