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왕국
신용카드왕국
  • 관리자
  • 승인 2009.02.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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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신용카드왕국에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순박한 ‘카드가맹점’이라는 농부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날부터 신용카드왕국의 왕은 곳간에 곡식이 떨어진 것을 알고 농부들에게 조곡을 더 걷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왕은 조곡을 수월하게 걷기 위해 ‘카드사’라는 군사를 소집하고, 이들에게 ‘국세청’과 ‘여신전문금융업법’이라는 창과 방패를 쥐어줬다.

그저 땅만 믿고 살던 순박한 농부들은 듣도보도 못한 군사들이 나타나 창과 방패를 휘두르자 무기력하게 쌀독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군사들은 전국 방방 곳곳에서 조곡을 쉽게 걷어왔고, 신용카드왕국의 국고에는 대풍이 들었다. 점점 신용카드왕국에는 군사가 늘어났고, 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농부들은 더 쉴새없이 일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조곡을 거부하는 농부가 나타났으니 바로 ‘대형마트’, ‘백화점’이라는 부농들이었다. 이들의 반응에 신용카드왕국 대신들은 콧방귀를 뀌었지만 부농들도 강경하게 대응했다. 얼마 못가 조곡이 덜 걷히는 것을 본 신용카드왕국 대신들은 부농들을 어르고 달래 조곡을 절반으로 깎아줬고, 부농들은 못이기는 척 다시 일손을 잡았다.

결국 부농들은 군사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조곡에 대해 별 신경을 안쓰게 됐고, 일반 농민들 의 부담은 날로 커져갔다.”

지난 4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제회복을 위한 토론회’에서 영세 자영업자를 대변하는 누군가가 들려준 우화다. 실로 신용카드 수수료에 대한 영세 자영업자들의 무기력한 상황을 꼬집고 있다.

십여년전 우리는 경제위기를 겪었고, 정부는 내수를 살리기 위해 당장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정책을 이용했다. 또한 세금을 투명하게 거둬들인다는 목적으로 모든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신용카드가맹점으로 가입하게 했다.

현재 대형가맹점들은 평균 1.5%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데 반해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들은 평균 2.75%를 내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사실 대형가맹점들도 초기에는 똑같은 카드수수료를 냈지만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카드사용을 거부하자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낮춰줘서 영세 사업자들의 불만이 있어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카드수수료 산정방식이 영세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몇천원짜리 점심 한끼도 카드로 계산하는 시대에 수수료 떼이고, 승인용 전화요금 내면 소상공인들은 도둑맞는 기분이다. 또한 이들이 원해서 카드가맹점으로 가입한 것도 아니니 싫은 소리가 나올만도 하다.

경기가 어렵다. 이는 각종 경제지표뿐 아니라 동네 자영업자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가 정말 내수를 살리고 싶다면 풀뿌리 농민이나 다름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줘야 한다. 음식점, 미용실, 수퍼 등 작은 가게를 지키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밝은 표정을 보고 싶다.

최밍키 기자 c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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