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문창진 식약청장님께
신임 문창진 식약청장님께
  • 김병조
  • 승인 2006.02.0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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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식품과 의약품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수장인 식약청장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합니다. 식약청이 98년 보건복지부 산하 외청으로 창설된 이후 8년 만에 7번째 청장이 되셨습니다. 6명의 전임 청장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16개월밖에 되지 않더군요. 짧은 세월 동안 그만큼 식약청에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뜻이겠죠.

어떤 조직이든 역사가 일천한 가운데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임청장들의 재임기간도 그리 길지 못했으리라고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지만 그래도 너무 자주 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왜 자주 바뀌었느냐가 중요하겠죠.

청장님도 잘 아시다시피 6명의 전임 청장들은 모두가 행정 관료 출신이 아닌 외부 전문가 출신이었습니다. 다들 열심히 일을 했겠지만 그러나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비리에 연루돼 옷을 벗은 사람도 있고, 식약청의 기본 업무인 식품이나 의약품 안전관리를 잘 못해서 국민을 불안케 한 죄(?)로 불명예 퇴진을 한 경우도 있고요.

8년간 6명의 외부 전문가를 통한 시행착오 끝에 행정 관료 출신인 청장님의 어깨에 짐이 지워졌습니다. 그래서 관심도 많고 기대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행정 관료를 식약청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터라 늦은 감은 있지만 퍽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약청과 뿌리가 같은 보건복지부에서 오랜 행정 경험을 갖고 계시니 원만하게 청장직을 잘 수행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도 장수하는 식약청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주문을 할까 합니다.

첫째, 경제 마인드를 가져 주십시오. 경제부처가 아닌 복지부에서 오랜 공직생활을 한데다가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식약청에서 경제 마인드를 가진다는 것이 쉽지가 않을 것입니다. 또 사회부처에서 왜 경제 마인드를 가져야 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지난 2004년에 발생한 만두파동과 지난해의 김치파동을 생각해보시면 그 이유를 이해하실 겁니다. 식약청의 미숙한 행정처리가 젊은 만두 업체 사장을 자살로 몰았고, 세계적인 전통산업인 김치산업을 위기로 몰아넣은 사실이 바로 청장님이 경제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식약청은 식품산업에 관한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입니다. 식약청 직원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산업현장에는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돼 있습니다. 국민건강권 보호와 산업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는 주문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미숙한 행정으로 인해 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도록 신중을 기해달라는 뜻입니다. 식약청 발표에 따라 망하는 기업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의 목숨까지도 희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칼집을 빼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굳이 칼집을 빼서 휘두르는 우(愚)를 범하지 말라는 주문입니다.

둘째, 식품과 의약품관리에 있어 균형감각을 가져 주십시오. 항간에는 식약청을 두고 ‘약청’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식품이 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고 있다는 뜻이겠죠. 식약청 직원들의 인적 구성으로 보나, 업무의 비중으로 보나 그런 소리가 나올 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정부 내에서도 식품관리와 의약품관리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식품업무는 총리실 산하에 ‘식품관리처’로 신설하거나 농림부로 이관시키고 의약품관리는 복지부로 환원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면 식약청은 사실상 해체되는 꼴이 되겠지요. 식약청 입장에서는 그런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것인지 여부가 청장님의 행정력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청장님은 약사 출신도 아니고, 특정 집단과 이해관계도 없으니까 크게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만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약’ 위주의 조직문화를 타파하지 않는 한 전임 청장들과의 차별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합니다.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산업을 위축시키는 일이 없도록 경제 마인드를 가지면서 소비자와 업체를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감각, 식품과 의약품관리 사이에 치우침이 없는 행정력을 발휘함으로써 전임 청장들과는 달리 부디 장수하는 식약청장이 되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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