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를 고민하는 국민들이 해답을 찾기 위해 두 쪽을 향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한 쪽은 김수환 추기경을 향한 추모의 길이고, 한 쪽은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자 하는 길이다.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고, 그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 하는 국민들이 새벽 칼바람을 맞으면서도 명동성당을 향해 길게 줄을 서서 서너 시간씩을 기다렸다. 그런가 하면 고달픈 삶에 지친 사람들이 ‘워낭소리’를 들으며 영혼을 달래고 있다.
이참에 우리는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를 깊이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삶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기차를 탔는데 지나가던 상인이 ‘삶은 계란’이라고 했다”며 유머를 던진 적이 있다고 했다. 필자는 김 추기경의 그 말이 유머가 아니라 철학이 아닌가 싶다. 김 추기경이 평소 “서로에게 밥이 되자”고 하신 말씀을 되새기면 ‘삶은 계란’은 곧 ‘삶은 양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삶’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모가 난 인생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편안함을 줄 수 있는 둥글둥글한 ‘계란’과 같아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어떤 식으로 해석을 하든 진정한 삶의 의미는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김 추기경이 평소 강조한 “서로에게 밥이 되자”라는 차원에서 보면 ‘남에게 이로운 밥’이 되는 삶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소금이다. 물질적 양식이든 정신적 양식이든 그 양식이 남에게 이로운 양식이 되기 위해서는 부패하지 않고 건강해야 한다. 음식을 부패하지 않게 하고, 맛을 내서 먹기 좋게 하는 것이 바로 소금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밥이 될 수 있지만 어떤 밥이 되느냐가 중요하다. 먹기 좋고 몸에 이로운 밥이 되도록 하는 것이 소금인데, 밥이 될 수는 있지만 소금이 되기는 쉽지 않다. 비유를 하자면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이 바로 우리 세상의 소금이라고 할 수 있다.
‘삶은 계란’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반드시 소금이 필요하다. 그런데 어디 소금이 되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 그것도 나쁜 소금이 아니라 좋은 소금이 되기란 더욱 어렵다. 성경말씀에 삼라만상을 이롭게 하는 ‘빛’과 ‘소금’이 되라고 했지만 범인(凡人)들에겐 실천하기 어려운 평생 숙제다. 그래서 이를 실천하는 삶을 산 김수환 추기경 같은 분들이 존경을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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