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5개월 정도 지난 2009년 2월 현재, 외식업 창업에 2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감감무소식이고, 외식업 의제매입세액 공제대상에서 법인사업자를 제외한다는 납득할 수 없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됐다. 정부가 지금까지는 5천만원에 불과했던 외식업 창업지원 액수를 무려 40배나 되는 20억원까지 늘리고, 2008년말까지 6/106으로 적용하던 외식업 의제매입세액 공제율을 10/110으로 상향조정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정부가 밝힌 이유를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우선 창업지원과 관련해서는 ‘외식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산업이지만 그동안 창업지원 업종에서 제외돼 외식업 선진화를 위한 규모화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외식업 분야에 20억원 한도의 중소벤처창업자금의 지원이 가능토록 해서 대형 외식업체의 창업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의제매입세액공제와 관련해서는 ‘최근 국제곡물가격 인상 등으로 외식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어 의제매입세액 공제제도의 기한연장과 공제율 상향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이런 정책을 내놓은 배경에는 영세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외식업을 선진화시키기 위해서는 규모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으며, 어려운 경영여건을 해소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현실인식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의제매입세액 공제제도 방침을 보면 정부가 진정으로 그러한 현실인식을 하고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의제매입세액 공제율을 당초 방침인 10/110에서 8/108로 축소한 것도 문제지만 공제대상에서 법인사업자를 제외했다는 것은 외식업 선진화와 어려운 경영여건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던 당초 정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경영여건의 경우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국내 외식산업이 초토화되고 있을 정도로 당초 정책을 발표했던 지난해 9월보다 훨씬 더 악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방침을 정했고, 그래서 외식산업 주무부처인 농식품부에서는 자랑삼아 보도자료를 통해 공표까지 했고, 업체들은 정부가 진정으로 외식산업을 육성하려고 하는가보다 생각하면서 힘든 가운데서도 사기충천 했는데, 이제 와서는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공제대상에서 법인사업자가 제외되면 업체별로는 한 해에 무려 100억원에 이르는 세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 방침만 믿고 세웠던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런 정부를 업계가 어떻게 믿고, 이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어떻게 업계가 동조를 할 수 있겠는가. 한 마디로 정책의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고, 부처 간의 손발도 전혀 맞지 않는 이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와 관련된 담당부처는 기획재정부이지만 외식산업 담당부처는 농식품부이다. 기획재정부 소관업무지만 의제매입세액 공제제도 개정은 외식산업 담당부처인 농식품부와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친 흔적이 보이질 않는다. 그게 사실이라면 기획재정부나 농식품부 둘 다 직무를 유기한 셈이다. 아니면 충분한 협의를 했는데도 그 따위의 결과를 도출해냈다면 그것은 외식업계를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다. 만약 후자가 사실이라면 정부는 이제 외식산업의 중요성을 논하거나 외식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말 자체를 언급할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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