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정책 ‘채색’ 단계가 중요하다
식품정책 ‘채색’ 단계가 중요하다
  • 관리자
  • 승인 2009.03.06 0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식품산업정책이 밑그림 단계에서 채색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밑그림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식품산업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왔다. 그 방향은 크게 보면 △산업 육성 △수출확대 △안전관리 강화 등으로 잡혀있다. 대체로 제대로 그려진 밑그림으로 평가받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식품산업 육성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충하고 국내 농어업과 동반성장을 도모해 2006년 100조원 수준인 매출액을 2012년에는 15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것이 목표다. 또 수출은 2012년에 10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수출선도조직을 육성하는 한편 식재료 수출을 본격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선진안전관리 제도 및 안전성 조사 등을 강화한다는 것이 정책의 방향이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큰 밑그림을 올해부터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그려나가는 추진전략을 짜게 돼있다. 말하자면 ‘채색’을 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의 그림은 연필로 그렸다면 이제는 크레파스나 물감으로 그려야 하는 단계다. 연필로 그린 밑그림은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어서 귀에 붙이면 귀걸이, 코에 붙이면 코걸이가 될 수 있다. 두루뭉술해서 해석하기에 따라 변명의 여지도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서 꼬치꼬치 따질만한 내용도 사실은 별로 없다.

그러나 채색단계는 다르다. 색깔이 선명한 크레파스나 물감으로 그려진 구체적인 추진전략은 연필로 그린 밑그림과는 확연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어떤 색깔의 크레파스나 물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크레파스를 손에 잡거나 물감을 선택하기 전에는 충분히 신중하게 검토를 해야 한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판단하기 어려우면 잘 그려진 그림을 많이 구경하기도 해야 할 것이다.

한식 세계화 등 올해 12개 과제 추진

농식품부는 올해 12가지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식 세계화, 식생활교육지원법 제정, 1인 창조기업 시범사업 추진, 국가 식품클러스터 조성 추진, 농수산식품 수출 53억달러 달성, 김치연구소 및 김치협회 설립, 유리온실단지 조성 방안, 전통주 산업 육성, 외식산업진흥법 제정 및 선진화 방안, 식품안전 행정체계 개편, 농산물 원산지표시 관리,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도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과제들이 올 한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한, 향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과제들이다. 올해는 그 첫 단추를 꿰는 셈이다.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한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밑그림과 어울리지 않는 크레파스를 잡거나 물감을 선택한다면 전체 그림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직은 채색을 시작하기 전이니까 몇 가지 경우에 한해 조언을 하고 싶다.

우선 한식세계화에 관한 내용이다. 한식세계화와 관련해서는 본격적인 추진에 앞서서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일과 무엇을 어떻게 세계화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우선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가 한식을 세계화 하겠다고 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아무데서나 한식세계화를 추진하고 있고, 아무거나 ‘한식’이라는 말만 붙었으면 세계화를 추진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중구난방이라는 인상이 짙다. 농식품부가 4월에 ‘한식산업화·세계화 전략’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하니 이 때 이런 부분에 대해 명쾌한 로드맵을 그릴 것을 주문한다.

새로운 접근 방식·발상의 전환 필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인 전통주 산업 육성에 대한 내용이다. 전통주에 관한 한 정부 스스로도 지금까지 다양한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은 극히 미미하며 경쟁력도 취약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전통주 산업을 제대로 육성할 수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새로운 접근 방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통주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가장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는 것이 기존의 높은 주류유통시장의 진입장벽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를 타파하는 혁신적인 접근이 없이는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별도의 ‘전통주 유통사업단’을 만들거나 외식업체와의 연계마케팅 지원 등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다음으로는 국가적 과제이기도 한 농수산식품 수출확대 전략에 대한 내용이다. 정부는 올해 농수산식품 수출을 지난해 보다 20% 증가한 53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반 공산품과 차이는 좀 있겠지만 농수산식품 역시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 역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인 지적이다.

따라서 올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근시안적인 접근 보다는 궁극적으로 농수산식품이 국가전체의 수출효자 상품이 되도록 하는 미래지향적인 채색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농수산식품 수출액 중에서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공식품의 수출확대를 간과하지 않는 것, 전문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종합상사 성격의 수출전문 무역회사를 육성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