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과 기와집
초가집과 기와집
  • 관리자
  • 승인 2009.03.27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지붕갈이를 하기 전까지 우리의 농촌은 잘 사는 일부 부농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초가집이었다. 집집마다 초가의 처마 밑에는 제비집과 참새집이 셋방살이를 했고, 여름이면 박 넝쿨이 지붕을 뒤덮었고, 겨울에는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이 장관이었다.

초가집에 사는 농부들은 가을걷이 작업이 끝나면 겨우 내내 긴긴밤에 하던 일이 오는 봄 농사일에 쓸 새끼를 꼬고 지붕갈이를 할 이엉을 엮는 것이 큰일 중의 하나였다. 밤참으로 삶은 고구마와 동치미 국물이 있었기에 여유롭고 즐거운 노동이었다.

그러던 농가의 초가집이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면서 대부분 기와집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영농방식도 기계화되면서 새끼줄도 별로 소용이 없어졌다. 더불어 농가의 겨울밤 풍경도 크게 바뀌었다. 삶은 고구마와 동치미 국물 밤참은 변함이 없었지만 새끼를 꼬고 이엉을 엮던 농촌의 사랑방은 화투판으로 바뀌었다.

농사일이 없는 겨울 기나긴 밤이 지루했을 테니 한편으론 충분히 이해할 만도 하다. 그러나 요즘 생각해보면 참으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초가지붕에 어두컴컴한 호롱불 생활을 하던 농촌이 기와집으로 바뀌고 전기가 들어온 것은 일종의 혁명적인 사건이다. 생활환경에 일대 혁신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농부들의 사고는 변화가 아니라 오히려 후퇴했다. 생활환경이 바뀌면 변화된 생활환경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필자는 요즘 식품외식산업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보면서 70년대 우리농촌의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최근 식품외식산업과 관련된 환경도 70년대 농촌처럼 혁명적인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그 변화 중에는 부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필자가 말하는 변화는 농촌의 지붕이 초가집에서 기와집으로 바뀌고, 호롱불이 전기불로 바뀌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말하는 것이다.

70년대 농촌이 그러했듯이 최근의 식품외식산업을 둘러싼 긍정적인 변화들도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변화다. 오막살이 초가집 생활을 하고 있는 농가에게 기와집으로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어두침침한 호롱불로 답답한 생활을 하고 있는 농부들에게 스스로는 도저히 해결 못 할 일을 해결해준다. 영세한 산업구조를 선진화시키고,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제공하고 기술을 개발해 이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오늘날 정부의 역할은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쪽이다. 정부가 아무리 식품외식산업을 진흥하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기업들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마음의 자세가 바르지 못하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정부가 왜 식품외식산업을 진흥하려고 하는지 그 목적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또 무엇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려고 하는지 핵심을 간파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바뀐 환경에 어떻게 능동적이고 생산적으로 대응을 하느냐이다. 새끼를 꼬는 일이 없어졌다고 화투놀이나 하고 환해진 전깃불 밑에서 술이나 퍼마시고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번호 1면 톱기사로 소개를 한 것처럼 지금 식품외식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는 큰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기업의 경영전략을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게 대폭 수정해야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초가집을 기와집으로 바꾸도록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이를 거부하거나, 기와집으로 바뀌고 난 후에도 초가집을 운영하던 때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결국은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침 식목일을 며칠 앞두고 있다.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당장 목전의 이익이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몇 십 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를 하는 것이다. 정부가 식품외식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각종 지원제도를 내놓는 것은 업체들에게 먼 앞날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는 정신으로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무를 심는데는 때가 있다. 업체들이 그 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