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케팅에 투자하라
문화마케팅에 투자하라
  • 김병조
  • 승인 2005.10.07 0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전 출판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만들어내기 시작한 ‘한국문학 포켓북 시리즈’를 본 적이 있다. 이문열, 박범신 등 한국의 유명한 작가들이 쓴 문학작품을 포켓북 형태로 편찬해낸 것이다. 필자는 그것을 보는 순간 “이걸 식품-외식업체들이 문화마케팅용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가령 치킨 배달업체의 경우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하면 10% 적립 쿠폰을 고객에게 지급하고 이를 10장정도 모으면 공짜로 치킨 한 마리를 주는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치킨 대신 책을 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000는 마음의 양식까지 배달합니다’라는 광고 카피까지 생각해보았다.

포켓북 한 권의 공급단가가 3천원 쯤 된다고 하니까 10% 적립쿠폰 10장으로 치킨 한 마리 공짜로 주는 거나 포켓북 한권을 주는 거나 업체 입장에서는 원가 면에서 비슷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이론상의 계산이지만 1천개의 가맹점을 가진 치킨 배달업체가 적립 쿠폰으로 치킨 대신 책을 준다면 하루에 5천권, 한달에 15만권, 1년에 180만권의 책을 고객들에게 배달하게 된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치킨 배달 가맹점의 경우 평균적으로 하루에 50마리 정도의 치킨을 배달하니까 1천개 매장에서 하루 5만 마리의 치킨이 팔려나가는 셈이고 이에 10%를 적립 쿠폰 형식으로 고객에게 되돌려 준다면 하루 5천권의 책이 배달되는 셈이다.

만약 어떤 업체가 이런 식의 문화마케팅을 전개해서 1년에 180만권의 한국문학 포켓북 시리즈를 전파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두말할 나위 없이 문화관광부 장관의 표창감이다. 한국문학 살리기에 앞장선 기업으로, 국민들에게 독서문화를 전파한 기업으로 기업이미지가 새롭게 정립될 것이다.

굳이 한국문학 시리즈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치킨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읽기에 적절한 만화로 된 위인전기도 좋을 듯 하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에게 치킨을 시켜주면서 자연스럽게 책도 읽게 할 수 있으니 같은 값이면 책을 주는 업체에 주문을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똑같은 비용을 들였지만 어떤 방식의 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사실 문화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 그리고 투자에 대한 효과도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재정적 여유가 넉넉지 못한 업체들이 선뜻 문화에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긴 안목에서 보면 문화에 대한 투자, 또는 문화마케팅만큼 기업이미지를 제고하고 고객과 가까워지는 수단은 없을 것이다. 특히 국민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식품-외식업체들의 경우 마음을 살찌우게 하는 문화사업에 투자를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육체적 건강과 더불어 정신적 건강까지 챙긴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최근 식품-외식업체 가운데 문화마케팅에 관심을 갖는 업체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나마 퍽 다행으로 생각한다. 대표적인 업체가 전통 장류 전문업체인 해찬들이다. 지난해 6월 부산에서 장애인 및 소년소녀 가장, 불우아동 등을 위해 ‘난타’ 무료공연을 개최한 바 있는 해찬들은 최근 아예 ‘난타’ 제작사인 피엠씨 프러덕션과 공식 협찬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해찬들은 앞으로 해외공연도 지원함으로써 ‘난타’가 세계 속에 자사의 주력상품인 고추장을 비롯해 한국 전통음식문화를 전파하는 훌륭한 홍보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외식업체 중에서는 미스터피자가 창작극인 ‘혼자 사는 남자 배성우’에 제품 협찬을 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띤다. 자사의 제품을 직접 예술 작품에 지원한다는 점에서 해찬들의 ‘난타’ 공연 지원과는 성격이 좀 다르지만, 그래도 문화와의 연계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이처럼 멀리 보고 문화에 투자를 하거나 문화마케팅을 하는 업체들은 당장에는 손해 보는 듯해도 결과적으로 따지고 보면 문화도 살리면서 더불어 홍보도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게 돼있다. 이런 문화마케팅은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는데 반해 식품-외식업계에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기업에서부터 박물관을 운영하는 기업하는 기업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물론 식업-외식업계의 경우 다른 산업분야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기업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문화사업 자체를 ‘사치’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거창하게 많은 돈을 들여야만 제대로 된 문화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시작할 수 있는 문화사업 또는 문화마케팅은 얼마든지 있다. 이 가을, 독서의 계절에 마음의 양식인 책을 배달하는 식품-외식업체가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