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인도식 ‘커리’가 ‘건강’+‘맛’ 잡았다
노란 인도식 ‘커리’가 ‘건강’+‘맛’ 잡았다
  • 김병조
  • 승인 2009.04.06 0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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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는 우리에게 친근한 음식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먹어온 그 음식은 인도의 ‘커리’가 아니라 변화된 일본의 ‘카레’였다는 것. ‘맛있다’라는 뜻의 힌두어인 ‘쿠리쿠리’에서 유래된 ‘커리’는 한 가지 식재료가 아니라 십 여 가지의 향신료를 사용해 만든 음식이다.

최근 인도식 커리가 미식가와 트렌드세터에게 ‘건강’과 ‘맛’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만족시키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아울러 기존의 ‘카레’라는 친숙한 단어로 소비자에게 인도식 커리를 알리는 효과를 낳았다.


1984년 커리전문점 델리가 국내에 처음 생긴 이후 2000년 초반까지 인도요리전문점은 이태원 등지에서 인도나 네팔인이 운영하는 소규모의 개인 인도레스토랑이나 강가, 차크라, 인디아 게이트 등의 인도요리전문점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단계였다.

이 당시 주고객은 영국, 미국 등의 외국인 거주자나 여행의 경험이 있는 소비자였다.

2000년 중반 이후 기존의 틀에 박힌 식문화에서 벗어나 새롭고 참신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가 늘어나면서 퓨전 레스토랑이나 다양한 나라의 특색 있는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이 자리를 잡아갔다.

그 중에서도 인도요리는 웰빙이나 로하스족(건강과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생활방식 또는 이를 실천하려는 사람) 등에게 건강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건강식이었다.

고급스러움을 내세우며 정통 인도요리를 선보였던 인도음식 시장의 초창기와는 달리 2006~2007년에는 인도요리가 각광을 받기 시작해 최근에는 강남이나 명동, 홍대나 신촌 등에서 비교적 저렴하고 캐주얼한 스타일의 레스토랑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소수의 매니아층에서만 알려졌던 인도음식이 점점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대중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커리전문점이 아닌 외식업체들도 커리를 넣은 외식 메뉴를 선뵈며 국내 외식시장에서 인도음식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렇게 인도식 커리가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신선한 채소가 많이 들어가는 저칼로리 음식이자 몸에 좋은 각종 허브와 향신료가 가미된 건강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20여종의 향신료와 허브의 조화는 매콤하면서도 독특한 향을 내 식욕을 증진시키고 소화 기능, 치매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특히 커리 특유의 노란색을 내는 강황은 항암효과 등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지면서 커리를 대중화 시키는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밥 위에 뿌려먹는 일본식 카레와는 달리, 밀가루에 물과 소금만 넣고 탄두에 구워낸 빵인 난(Nan)을 적셔먹는 인도식 커리는 채소만 넣은 것에서부터 해산물,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를 넣은 것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국내에 커리를 처음 소개한 ‘델리’=
‘커리는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란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가며 외식 메뉴로 자리 잡는데 일등공신을 한 곳이 델리다.

커리전문점의 선두주자인 델리는 향과 맛이 부드러운 일본식 커리에서 산미와 향이 강조된 인도 커리를 점차 확산시키고 있다.

일산에 위치한 델리음식문화연구소는 커리 소스 연구와 메뉴 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각 매장에서 사용될 커리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델리에서 사용되는 향신료는 마늘, 생강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향신료를 제외하곤 모두 미국의 스파이스 회사 칼섹(KALSEC)에서 들여오고 있다.

델리 최청자 대표는 “커리는 맛이 좋아 찾던 매니아적인 메뉴에서 남녀노소가 즐겨먹는 가족 메뉴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음식과 가장 비슷한 맛내기 ‘강가’=
델리가 퓨전화·현지화 된 커리라면 강가는 인도 현지 음식과 가장 비슷한 맛을 내는 정통 인도 커리전문점이다.

2000년 3월 강가가 오픈한 시점에 인도요리는 정통 인도요리점 아쇼카를 비롯해 인도&네팔요리점 몇 곳 만이 인도요리를 취급할 정도로 보편화된 메뉴가 아니었다.

강가는 10년 이상의 정통인도요리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인도 출신의 셰프가 각 지점마다 3~4명씩 있으며 현지화시키지 않은 정통 인도 커리 30~40종을 선보이고 있다.

또 인도에서 들여온 이국적인 소품들과 조명 등으로 현지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고자 매장 인테리어를 인도인이 직접 디자인했다.

국내에 들어온 인도 음식은 북인도와 남인도 지역의 커리뿐이다. 북인도 지역의 커리를 판매하는 강가는 커리 맛이 순하며 밀가루로 만든 로띠(짜빠띠, 난 등)를 커리에 찍어먹는다.

매운 맛이 강하고 코코넛이 들어간 남인도의 커리는 쌀밥과 함께 먹는 것이 특징이다.

강가 임재선 대표이사는 “인도요리는 수입되는 향신료에 있어 유통마진이 큰 편이지만 현지 맛을 살리기 위해서 네팔인 셰프를 고용해야 된다는 것이 인도요리점을 오픈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이라며 “아직 인도요리는 매니아층이 주 고객이고 서울·수도권 지역에만 매장이 입점돼 있지만 향후에 지방 상권 입점 등 인도요리의 대중화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 처음 커리 맛보는 사람도 거부감없는 ‘까까쿠마르’=
2007년 11월에 오픈한 강가 제2브랜드 까까쿠마르는 정통 인도커리보다는 향이 강하지 않아 처음 커리를 맛보는 사람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며 1만원대의 가격대로 폭넓은 소비자층을 타깃으로 한 레스토랑이다.

직영점으로만 운영되는 강가와는 다르게 까까쿠마르는 프랜차이즈를 목적으로 론칭한 브랜드로 현재는 직영점 2개 매장을 시범 운영중에 있다.

가맹의 용이성을 위해 우리나라 사람의 셰프를 두는 까까쿠마르는 강가 선릉점에서 만들어 낸 커리의 기본 소스를 반조리상태로 공급받아 매장에서 조리의 과정을 거쳐 만든다.

또 강가에 비해 커리 종류를 대폭 축소해 10여종의 커리와 커리소스를 얹은 파스타를 함께 판매한다.


●인도 정통 살리면서도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발한 ‘달’=
2001년 2월 아트선재센터에 오픈한 달은 유럽식 다이닝 바 콘셉트를 표방하며 5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달은 30여종의 커리와 15여종의 탄두리, 난과 인도 정통 라씨음료 등 인도 정통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도록 개발된 다양한 메뉴를 갖추고 있다.

또한 인도 현지에서 조리기구와 향신료, 식기까지 공수함은 물론 인도에서 온 전문 요리사가 메뉴를 직접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달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향신료와 재료는 국내에서 가장 신선하고 품질 좋은 재료로 선별해 사용한다.

이밖에도 달 매장에서는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식사와 함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와인 리스트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 커리 넣은 햄버거·피자·죽도 ‘눈길’=
외식업체에서도 커리를 넣은 이색적인 외식 메뉴를 내놓으며 커리의 인기를 실감케하고 있다.

KFC는 커리향과 매콤한 맛을 선사하는 웰빙버거 ‘커리 스내커’를 출시해 봄철 나른한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닭고기에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섞어 오븐에 구운 커리향 패티와 신선한 야채와 치즈가 어우러져 이색적이면서도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헬로파파는 우리밀 피자에 인도 정통 커리 소스를 입힌 도우와 닭 안심살 토핑으로 진한 커리맛을 살린‘커리핫치킨’ 피자를 출시했다.

죽 전문점 죽이야기는 치킨커리죽을 판매하고 있다. 본사의 노하우로 직접 제조, 공급하는 커리와 브로콜리 등 신선한 야채를 함께 요리한 치킨커리죽은 춘곤증을 느끼는 봄철 식사로 제격이다.

길보민 기자 gbm@foodbank.co.kr


<전문가 인터뷰- 기호성 강가 조리부 차장>
인도요리 특유의 향·맛 대중 속으로 ‘한걸음씩’

▲ 현재 국내 인도요리 시장은 어떠한가.

- 2000년대 초반 이태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자리 잡았던 인도 음식점들이 동대문과 서울 도심권으로 확대 되어가면서, 지금은 수도권과 지방 권역도시들에서도 소규모로 새롭게 생겨나고 발생 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인도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고, 생활의 질이 향상되어 새로운 경험의 욕구가 필요한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국가 간의 교류를 통한 해외 근로자의 유입과 기업 간 교류 또한 시장 확대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인도요리 특유의 맛과 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김치”를 생각해보자.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었던 것처럼, 인도의 음식은 향신료로 이루어진 집합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 향신료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서 처음 느낌은 어떤 맛인지 알 수 없고, 강한 향에 거부감마저 들지만 자주 접하다 보면 “아!~ 먹고 싶다”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된다.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묘한 매력이 있는 것이다. 나 또한 이런 향신료에 중독된 것 같다.

▲ 국내 인도요리 시장의 문제점과 발전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한식의 주 향신료가 마늘인 것처럼 인도음식의 향신료 또한 그러한 범위로 인식돼야 한다.

지금도 인도음식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향신료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누구나 쉽게 선택하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음식에 대한 거부감, ‘향이 강해 먹기가 거북할 것이다’라는 생각들의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인도요리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인도요리는 커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형태와 종류가 있다)를 알리는 게 우선이라 생각한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도 커리가 몸에 좋고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등장시키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인도요리를 대중적인 음식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길보민 기자 g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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