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온 여러 의견들이 충분히 반영된 나름대로 잘 만들어진 전략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특히 지금까지는 다소 혼란스러웠던 문제들, 가령 현지화를 위한 퓨전화가 중요한가 아니면 전통한식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한가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입장정리까지 되어있어 매우 진전된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튿날 4월 7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공동으로 ‘한식 세계화 2009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비전과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지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목적에 맞는 심포지엄이 되려면 농식품부가 발표한 ‘한식세계화 추진전략(안)’을 놓고 갑론을박을 하는 자리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심포지엄의 내용은 어떠했는가. 심포지엄은 세 개의 세션으로 진행됐다. 1세션에서는 ‘세계 음식산업의 동향과 한식의 포지셔닝’, 2세션은 ‘국내외 음식 세계화 성공사례’, 3세션은 ‘한식 세계화의 전략’을 다뤘다. 일본과 이탈리아 태국 등 자국 음식의 세계화에 성공한 국가의 주제발표자를 제외하고는 주제발표자나 토론자가 주제에 맞게 선정이 됐는지 부터가 의심스러웠다.
1세션의 국내 주제발표자는 고급 한식의 세계화를 고집하는 사람으로서 해외는 물론 국내에 개설했던 자신의 고급 한식 매장까지도 폐점한 사람이다. 말하자면 고급 한식의 세계화에 실패한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날 발표에서는 세계 최일류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한식 세계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대기업이 나서야 하고,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주면 한식 세계화 사업이 획기적으로 날개를 달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전 농식품부가 발표한 추진전략에서는 우선 단품 한식을 명품화 하고 나서 고급 한정식으로 확산시켜나간다는 단계적 추진과는 방향이 다르다. 토론자들도 발표자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말았다.
그나마 마지막 세션에서 농식품부가 ‘한식 세계화 전략’을 발표했지만 토론자 중에 정부가 내놓은 전략(안)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고 정부가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섯 명의 토론자 중에 일본에 진출해 있는 한 토론자는 자기의 성공담만 늘어놓았고, 외교통상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나온 공무원들은 구색 갖추기에 불과했다는 느낌을 주었고, 나머지 2명의 토론자는 외식업과 무관한 사람들이었다.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심포지엄에서 과연 얻은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정부의 한식 세계화 추진전략에 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해야 할 소중한 기회에 주제와는 상관없이 개인이나 자기회사 자랑이나 늘어놓게 쓸데없는 멍석을 깔아준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주제발표자나 토론자를 과연 행사 취지에 맞게, 심포지엄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들로 구성했는지 묻고 싶다.
행사를 주최한 측은 이번 심포지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건 심포지엄이 아니라 ‘쇼’에 불과하다. 대통령 부인이 나와서 축사를 하고 한식 세계화에 관심을 가져준데 대해 ‘황송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고 자체 평가를 하고 있다면 더더욱 유감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농식품부가 ‘한식 세계화 포럼’ 등을 통해 그동안 내로라는 전문가들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고, 그래서 6일 발표한 ‘한식 세계화 추진전략(안)’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짜임새 있고 타당성이 높은 결과물로 평가된다. 그런데 7일 열린 심포지엄에서 나온 중구난방, 재탕 삼탕의 의견들을 어떻게 반영할지 궁금해진다. 반영할 것이 없다면 이번 심포지엄은 ‘쇼’에 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예산만 낭비한 허례허식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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